영화 <여자 이야기> 리뷰
1988년 개봉한 영화 <여자 이야기>는 프랑스의 가정주부인 마리루이 지로의 실제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실제 이야기와 차이가 있지만 그 당시 프랑스의 암울했던 역사를 조명하며 모순을 잘 드러내고 있다. 한 여자의 이야기로 표현됐지만 여러 여자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과정을 그려 제목이 왜 '여자 이야기'인지 납득가게 만든다. 이 작품으로 배우 이자벨 유페르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나치 점령기의 프랑스, 마리는 독일에 포로로 잡혀간 남편 폴을 기다리며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생계를 꾸려간다.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음악을 뒤로한 채, 힘든 삶 속에서도 꿈과 미소를 잃지 않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마을에서는 독일 점령군에 의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는 여성들이 많아졌고 마리는 우연한 기회로 이웃 여자인 지네트의 낙태를 도와주게 된다. 그것을 계기로 불법 낙태 시술을 돈벌이로 이용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매춘부 뤼시에게 방 한편을 빌려주고 손님을 맞이하게도 해준다.
수용소에서 풀려나 집으로 돌아온 남편 폴은 징집 전과 다르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마리에게 거부당해 자신감을 잃은 폴은 자신의 처지로 인해 마리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위축된다. 한편, 마리는 불법 낙태 시술로 많은 돈을 벌게 되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된다. 자연스럽게 남편에 대한 흥미는 사라지고 젊은 남자 뤼시앙에게 정신없이 빠져들어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목격한 폴은 복수를 결심하고 그를 고발하는 편지를 보내 마리가 체포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사형 선고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변호사의 생각과는 다르게 국가는 마리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고 마리는 처형을 당하게 된다.
그 당시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프랑스에서는 독일 등 이웃나라들의 인구증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전쟁으로 감소한 인구를 보충하기 위해 낙태금지법이 시행됐다고 한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부터는 낙태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며 사형을 판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혼란의 시대를 살아내야 했던 한 여자가 국가에 의해 무참히 희생되는 비극을 그렸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선택한 일들이 마리에게 있어서 비극으로 이끄는 계기를 마련한다. 그래서인지 마리라는 등장인물은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합적이다. 전쟁의 억압과 나라의 권위를 위해 국민의 목숨을 이용한 이들은 또다시 은폐를 위해 힘을 쓴다. 그리고 그들의 비겁한 선택적 윤리는 한 사람의 생명뿐만 아니라 아들과 딸에게서 엄마를 앗아갔다. 한정된 자유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통제하려는 행위는 결코 완전함으로 수렴될 수 없다. 개인의 문제라기엔 국가의 폭력 앞에 한없이 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겉의 화려한 모습과는 다르게 속이 썩어버린 사회의 모습을 과연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아야 할 문제이다.
일과 가정과 국가. 우리는 권리가 없어 의무만 질 뿐이지.
마리루이 지로의 실제 이야기.
파출부와 세탁부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었으나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여 남편이 군에 징집된다. 형편은 더 어려워지고 그에 따라 생계유지를 위해 창녀들에게 월세방을 임대해 주고 뿐만 아니라 낙태를 도와주며 돈벌이로 이용하게 된다. 임신한 여자들의 숫자가 늘어나며 불법 낙태시술자로 유명했던 그녀는 큰돈을 벌게 된다. 그리고 이를 시기한 이웃 여자의 밀고로 체포되었고 사형 판결이 내려져 단두대 참수형으로 목숨을 잃는다. 그녀는 낙태 금지법에 의해 목이 잘린 최초이자 마지막 여자 사형수였다.
국가의 폭력성과 모순을 드러낸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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