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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May 06. 2024

여전히 남아있는 어떤 기억과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사랑.

영화 <디-데이, 프라이데이> 리뷰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의 한국단편경쟁 3 중 한 편인 이이다 감독의 <디-데이, 프라이데이>. 한국의 역사를 담고 있지만 지나친 슬픔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상실을 잘 표현한 영화이다. 무엇보다 어떠한 감정을 강요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마음에 와닿을 수 있게 새삼하게 영화를 그려간다. 짧지만 강렬한 사랑의 설렘 또한 느낄 수 있는 단편 영화이다. 단편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한 가지 더 만들어주는 영화였다.



매일 아침마다 가게 앞으로 야구선수들이 아침 운동을 한다. 흘깃흘깃 쳐다보는 은주는 지태를 짝사랑하고 있었고 그 마음을 조금씩 표현하기 시작한다. 그 마음이 와닿았는지, 지태는 은주에게 조만간 열릴 고교야구대회 선발전에 자신이 출전하니 꼭 와달라고 말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은주는 고교야구대회에 갈 만반의 준비를 마친다. 하지만 그 금요일은 돌아가신 이모부의 기일일 뿐만 아니라 이 마을을 넘어서 지역 모두가 슬픔을 공유하고 추모하는 날이었다. 그래서 참여하지 않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다. 조심스레 건네보는 그날의 이야기, 하지만 어림도 없다. 과연, 은주는 고교야구대회에 갈 수 있을까.



무슨 일이 있어도 야구 경기를 보기 위해 부모님을 설득해 보지만 쉽지 않았다. 울렁울렁 넘치는 그 마음은 어떤 것도 은주를 막지 못했다. 설령 그날이 모두에게 중요하고 잊어서는 안 되는 날이라고 할지라도. 알 수도 알려주지도 않았던 일들은 와닿지 않았다. 상처로 점철된 날 선 말이 누군가를 향하고 지친 기색이 드러나는 그 누군가는 설득을 포기한다. 무지에서 비롯된 어떤 감정은 누군가의 슬픔을 배제한 채, 그렇게 선을 넘고 있었지만 우선되는 자신의 목표가 더 중요했다. '아차'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던 미숙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과'하는 장면이 들어갔다면 어땠을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어떤 아픔의 기억은 계속해서 남아 있다. 차분한 태도와 지친 기색이 역력한 사람들의 표정을 통해서 그 아픔이 더욱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게 역사적 사실을 드러내고는 있지만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으면서도 아픔이 은은하게 휘몰아친다. 그날만 되면 동네 곳곳에서 향냄새가 난다는 것과 야구 경기장 주변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소리를 통해 누군가 감추려 했던 그날의 역사를 마주할 수 있게 된다. 극 중 가게 앞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핏자국은 아무리 빡빡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게 아무리 사실을 지워내고 사람들의 시선을 가려도 진실은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 같았다.



<디-데이 프라이데이>는 꼭 리뷰를 통해 다시 곱씹어 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이다. 단편영화라는 장점을 잘 살려내어 더욱 흥미로운 요소들을 부각한다. 영화의 시작부터 펼쳐지는 편지는 어떤 대상에게 와닿을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어진다. 어떤 내레이션 보다 편지를 통해 영화가 더욱 깊이 있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렇게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편지는 당사자에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지만 관객과 편지의 대상에게 전달되어 자연스레 은주라는 인물에게 이입하게 되는 과정을 거친다. 상황이 벌어진 후에 전달되는 편지와 그 후에 펼쳐지는 상황은 절로 '와' 소리가 나오게 만든다. 그렇게 편지를 통해 전달되는 상황은 영화 속에서 나오지 않는 장면들을 '추측'하고 또 '상상'할 수 있게 만든다. 장편으로 길게 늘여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도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실의 아픔과 사랑의 설렘을 균형감 있게 잘 표현했다는 점이 이 단편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사랑'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보다 '사랑'을 이룰 어떤 미래를 상상하게 만든다는 점이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한 템포가 느리게 닿는 편지이지만 그 아쉬움을 채울 만큼의 설렘이 등장하며 그 공백이 메워진다. 이 은은한 설렘은 다음에 이어질 결말을 보여주지 않아도 알 수 있고 그래서 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상상할 수 있게 만든다. 짧은 시간 내에 전달되는 대화와 표정, 그리고 행동은 초반부터 이어지는 설렘을 충족시킬 만큼의 여운을 가져다준다.





상영시간 정보

2024.05.03 14:00

2024.05.06 14:00

2024.05.07 17:30

2024.05.1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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