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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Jun 14. 2024

세상에 나쁜 감정은 없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리뷰


<인사이드 아웃>이 9년 만에 다양한 감정들과 함께 돌아왔다. 켈시만 감독의 <인사이드 아웃 2>은 2024년 6월 13일에 개봉하였으며 디즈니 픽사의 28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해당 이야기는 주인공 라일리가 13살이 되어 사춘기에 접어들자 감정 컨트롤 본부에 새로운 감정들이 들어오면서 생기는 일들을 다뤘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인사이드 아웃 2>, 쿠키영상 또한 2개 준비되어 있다.



새로운 변화, 새로운 감정.


2년 전 이사 온 샌프란시스코 활동에 적응하고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하게 된 라일리. 단짝 친구들과 아이스하키 캠프를 떠나는데, 그러던 중에 두 친구가 자신과는 다른 고등학교에 가게 된 사실을 알게 된다. 동시에 사춘기를 맞이하여 새로운 환경 속에서 새 친구도 사귀어야 하고 실력 있는 아이스하키팀에 들어가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평소에도 하키를 하는 자신에 대해 엄격한 기준으로 자신을 채찍질하던 라일리는 '불안'이라는 감정이 새로 생겨나면서 더욱 큰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과연 라일리는 사춘기를 무사히 헤쳐나갈 수 있을까.



감정의 주도권이 바뀌다.


2년 사이 다양한 감정들을 기반으로 라일리의 성격이 형성되고 성격이 모여 신념이 생기고 신념이 모여 자아가 형성된다. 기쁨을 기반으로 한 라일리의 자아는 '나는 좋은 사람이야'라는 문장으로 단단하게 자리 잡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라일리의 감정 본부에 사이렌이 울리며 감정들이 모두 잠에서 깨어난다. 감정 조정석에 PUBERTY'(사춘기)라는 버튼이 사나운 소리를 내며 빨간 불빛을 낸다. 기쁨 이가 사이렌을 내다 버리며 상황이 해결되나 싶었지만 직원들이 본부를 확장 수리 해야 한다며 여기저기를 부수기 시작한다. 동시에 예고도 없이 찾아온 낯선 존재들에 당혹감을 느끼던 찰나, 아침이 찾아오며 라일리의 하루도 시작된다. '기쁨'은 늘 그랬듯이 감정의 주도권을 잡고 하던 대로 라일리를 지켜보던 중, 여느 때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불안'이 주도하면서 라일리에게는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긍정적인 형태로 반영이 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로 인해 자아가 흔들리고 기존의 감정이었던 '기쁨', '슬픔', '까칠', '분노', '소심'이 억압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라일리의 삶엔 너희보다 더 복잡한 감정들이 필요해



라일리를 위해서 해야 할 일.


혼란을 겪고 있는 라일리는 '불안'의 감정을 통해 여러 가지를 대비할 수 있게 되었다. 불안을 비롯한 새로운 감정들이 생각하기에 기존의 감정들은 하등 도움이 안 되고 쓸모없다 여겨졌으며 그들을 깊은 비밀의 방에 가둬버린다. 또다시 감정 컨트롤 본부를 이탈하게 된 기쁨과 슬픔. 그때와 다른 게 있다면 까칠이, 분노, 소심이와 함께라는 것? 기존 감정들은 다시 감정 컨트롤 본부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기쁨 이를 중심으로 계획을 세우고 '할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앞으로 나아가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한편, 불안은 기존의 감정을 가둔 후 감정 컨트롤 본부를 지휘하게 되며 눈앞의 중요한 것, 즉 라일리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우선시하게 된다. 기존의 감정이 사라진 이곳, 정말 괜찮을까?



불안이 주도하는 세상.


주변의 기대, 자신의 만족에 맞춰 가기 위해서는 '불안'의 계획이 미래를 위해 필요했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 기쁨이 줄어든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게 맞다는 확신까지도 들었다. 부러움이라는 감정을 통해 타인을 동경하고, 또 어떤 상황에서는 부끄러움을 느끼며, 쿨하고 싶은 따분이, 미래를 대비하는 불안을 통해 사춘기의 적절한 감정 분배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점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불안은 수많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올렸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강박에 갇혔으며 감정의 억압으로 인해 혼란을 겪게 된다. 번아웃을 겪으며 스스로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처음에는 라일리가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한 노력으로 비치지만 점점 과해지는 경쟁심은 기존의 신념을 다 무너뜨리고 '나'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사이드, 아웃.


<인사이드 아웃 2>는 감정을 의인화하여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한 번쯤 겪었을 사춘기에 대해 세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개봉 전부터 상당한 기대감을 가졌는데, 그만큼을 충족해 주었던 영화였다. 무엇보다 다양해진 감정을 비롯한 신념, 자아, 기억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영상을 통해 표현한다. 그 여정에는 기쁨, 슬픔, 불안, 당황, 까칠함, 소심함, 분노와 두려움 그리고 따분함까지 함께 자리 잡고 있다. 영화는 다양한 감정들이 어떻게 라일리의 성격과 신념을 형성하는지를 보여주고 '불안'이 주도권을 잡으면서 라일리는 더 신중해지지만, 이는 기존의 감정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장면을 보여준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슬픔이 쓸모없는 감정이 아니듯 이 영화에 나오는 감정들은 모두 라일리에게 필요한 감정이라는 것이다. 여러 가지 감정과 성격 그리고 신념에 따라 복합적으로 사람의 내면을 구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의 감정은 어떤 감정이 중심이 되었을지 궁금해진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1편에서의 빙봉은 아쉽게도 등장하지 않는다. 라일리에겐 잊힌 추억으로, 우리에겐 사랑스러운 추억으로 남았다. 빙봉은 동심으로 남아 라일리의 지금을 만들었다고 그렇게 기억해 주면 좋지 않을까. 2편에서는 기쁨이 조금씩 사라져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분명 필요한 것이지만 어른이 될수록 기쁨 대신 불안감과 같은 감정들이 주가 된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보여준다. 빙봉처럼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존재에 대한 회의감으로 이어져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하던 기쁨도 눈물을 흘린다. "기쁨이 가는 곳에 슬픔도 가야지."라는 말처럼 기쁨 또한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된 것 같다. 기쁨이라는 또 다른 강박에 갇혀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 과정을 거치고 나서 깨닫게 되는 것은 비단, 라일리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앞으로의 감정은 더욱 세분화될 것이고 다양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겠지만 다양한 감정들을 통해 서로를 이끌어줄 것이다. 인사이드 아웃 3이 나온다면 또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을지 상당히 기대가 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한 가지의 모습만 옳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롭지만 낯선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대혼란의 상태를 유발하지만 영화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몰입감을 더한다. 불안은 사춘기에 돌입한 라일리에게 기쁨이나 슬픔과 같은 일차원적 감정들은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러 과정을 거치며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무조건적인 기쁨도, 불안도 라일리에게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쁨이 눈물을 흘리고 불안이 스스로를 감당하지 못하는 장면을 통해서 다양한 감정들이 모여 복합적인 내면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감정'이 라일리를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라일리가 느끼고 싶은 감정을 떠올리고 '감정'이 라일리를 보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라일리가 '기쁨'을 부르는 장면에서 라일리도, 감정들도 진정한 성장을 했음을 느끼며 마음에 따뜻함이 퍼진다.




어른이 되는 건 그런 건가 봐. 기쁨이 줄어드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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