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콘클라베> 리뷰
에드바르트 감독이 연출한 영화 <콘클라베>는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제82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하였으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수상하였다. 영화 <콘클라베>는 2025년 3월 5일 개봉 예정이다.
교황 선종 후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시작된다. 로렌스는 추기경 단장으로서 선거를 총괄하게 된다. 한편, 당선에 유력했던 후보들이 일련의 스캔들에 휘말리며 음모와 욕망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과연 신의 선택은 누구를 향해 있는 걸까.
콘클라베(conclave)는 라틴어로 콘클라비스, 열쇠를 지니다라는 뜻이다. 13세기부터 교회는 이런 식으로 추기경들이 결정이 내리도록 보안책을 마련했다. 식사와 잠을 제외하고는 추기경들은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교황이 선출되기 전까지) 규범대로 3분의 2에 해당하는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투표해야 하며 (최대 12일 동안 30번 투표) 그래도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다수결로 교황을 선출한다.
영화는 콘클라베 중 각 추기경들의 갈등과 내부의 음모를 다루며 교황 선출을 어떻게 무사히 마치는지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내부의 전쟁과 권력 쟁탈전으로 번져가기 시작한다. 그에 따라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적 변화를 효과적으로 드러내어 도덕적 딜레마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종교적 신념과 권력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들이 어떻게 방향을 잡아 나아가는지를 지켜보고 있다. 증오를 갈망하는 시대에서 권력과 정의를 대변하는 교황이 될, 한 사람의 이름을 고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올바름과 정의 그리고 신념을 위한 의심은 확신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었다. 그 후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이상 어떤 모습이 펼쳐질지, 또 다른 진실이 드러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추후에 밝히지 않은 진실이 가져올 파장은 앞으로의 이야기, 그리고 관객들의 상상에서부터 다시 시작될 것이다.
리더의 자격.
리더 자격 기준은 상당히 엄격하고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기도 한다. 어디까지 검열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이 영화 너머에도 정확한 답은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방향성이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답의 딜레마에 정확한 답을 요구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것 중 하나는 도덕성이지만 그 도덕성에 부합하지 않는 지도자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 세상과 권력의 기준을 어디에서부터 바라보고 판단해야 할지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된다.
리더는 특히 중립을 지키고 양쪽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야 하지만 그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합리적이고 대다수에 이득 되는 일을 선행하여 이끌어 나가야 한다. 그중 교황이 양쪽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처럼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모두에게 반감을 살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는 로렌스 추기경을 통해 중간을 지키려 할수록 양극단에게서 위치를 요구받는 딜레마도 잘 보여주기도 했다. 이상을 섬기지만 이상적일 수 없다는 말처럼 결국에는 어떤 영향과 정의의 재정의로 또 다른 방향을 만들어나가는 모습이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영화 특성상 소설의 세세한 부분을 모두 반영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시각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매체 특성상 콘클라베의 엄숙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에 집중했다. 또한, 시간 내에 소설의 모든 내용을 담아내야 하기 때문에 일부 내용을 축약하고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통해 몰입감을 높였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특히 소설에서 토머스 로런스 추기경의 딜레마가 흥미로운 요소였기에 이 영화에서는 어떻게 표현해 냈을지 상당히 궁금했던 부분이었다. 그 부분을 잘 드러낸 것 같아서 상당히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글로 보고 머릿속의 이미지를 상상했던 것들이 영상으로 표현되니 눈앞에 펼쳐지는 생생함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소설에서는 토머스 로런스 추기경 (원작소설 - 야코포 로멜리 추기경)의 내면을 세세하게 담아내어 그의 고민과 갈등을 잘 보여줬는데, 영화에서는 오로지 레이프 파인스의 표정, 움직임에서 나타내는 것이기에 한계는 분명히 있었다. 이 부분이 소설을 무조건 보고 영화를 봐야 한다는 확신이 들게 만들었다. 배우 레이프 파인스가 이러한 혼란과 불안을 잘 표현해 주었지만 그의 내면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레이션'을 이용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전교황과의 회상 장면이 등장할 줄 알았는데 그저 이야기로 스쳐 지나가서 그것도 좀 아쉬웠다. 소설에서와는 다르게 영화에서는 수녀의 비중이 훨씬 많이 들어가 있어서 추기경들의 뒤편에서 조용하게 콘클라베를 돕는 모습이나 가장 중요한 사건의 목격자로 등장하면서 좀 더 흥미를 유발한다.
하지만 가장 아쉬운 것은 전 세계 추기경들의 모습의 좀 덜 보여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추기경들을 언급하며 토머스 로런스 추기경이 감탄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영화에서는 그 부분이 좀 덜 부각된 것 같아 아쉬웠다. 마지막으로는 빈센트 베니테스 추기경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 속에서 필리핀인으로 등장하지만 영화에서는 멕시코인으로 바뀌면서 필리핀에서 동남아시아인 패싱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워낙 에밀리아 페레즈 논란이 거세 묻힌 논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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