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6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애증의 소시오패스 스승에게 바치는 광기의 연주.

영화 <위플래쉬> 리뷰

by 민드레 Mar 25. 2025
아래로


이 영화는 단순히 미쳤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다. 물론 경이롭다는 말에 어울리는 감탄사는 아니다. 열정, 집착, 광기까지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이다. 음악을 향한 집념을 다룬 영화로 <위플래쉬>는 개봉 당시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뜨거운 성원 속에 2025년 3월 12일 재개봉했다. 동명의 단편영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위플래쉬>는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로, 아카데미 영화제를 비롯한 유수의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앤드류는 뉴욕의 명문 셰이퍼 음악학교에 입학한다. 자신의 우상인 전설적인 드러머 버디 리치처럼 최고의 드러머를 꿈꾸지만 아직은 교내 나소 밴드의 보조 드러머다. 그러던 1학년 가을 학기, 연습에 매진하던 앤드류는 플레처의 눈에 띄어 스튜디오 밴드에 발탁된다. 첫 연습 날. 위로해 주는 듯하던 플레처 교수는 음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욕적인 언사와 뺨을 때리는 폭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앤드류는 플레처 교수에게 인정받기 위해 연습에 매달린다. 손에 물집이 나고 피가 나도 개의치 않을 정도였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경연 대회 날. 메인 드러머의 악보가 사라지자 앤드류는 대신 연주하게 되면서 메인 드러머로 등극한다. 하지만 한 순간에 다시 또 다른 드러머에게 메인자리를 넘겨준다. 더욱 절박해진 앤드류는 점점 더 미친 듯이 연습해 다시 메인 자리를 되찾는다. 그리고 다시 경연 대회 날. 예기치 않은 사고로 크게 다친 앤드류는 간신히 무대에 오른다. 하지만 성치 않은 몸으로 연주를 망치고, 완전히 끝이라는 말에 분노한 앤드류는 플레처를 폭행한다. 그 사건으로 인해 앤드류는 결국 학교에서 제적당한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테런스 플레처는 셰이퍼 음악 대학의 교수이자 교내 스튜디오 재즈 밴드의 지휘자이다. 그는 세계에서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지휘자이지만 가혹한 교육 방식으로 악명이 높았다. 그는 더 나은 연주자를 육성하기 위해 엄격하고 가학적인 교육법을 택한다그가 항상 앤드류에게 예시로 드는 대표적인 인물은 바로 '찰리 파커'. 비밥 시대에 활동한 전설적인 재즈 아티스트이다. 드러머 조존스가 잼을 망친 파커에게 심벌을 집어던져 목을 잘릴 뻔했고, 파커는 그 이후 고된 연습으로 훌륭한 연주자로 거듭난 예시를 들어 자신의 교육법을 정당화한다. 물론 자신의 교육법이 가학적이라고 인정하지만 적당한 수준에서 만족해 버리면 그 이상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말한다. 재능을 끌어내기 위해 한계로 몰아붙이는 채찍질 (Whiplash)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제자 중 션 케이지는 처음엔 부족했지만 플레처 교수의 지도 아래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링컨센터의 트럼펫 수석 연주자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의 제자가 된 이후로 극도의 불안감과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그는 제자들에게 말할 때는 션 케이지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거짓말한다. 눈물을 흘리며 말했지만 그는 제자를 잃은 슬픔이 아닌 뛰어난 연주자를 잃은 아쉬움에 가까웠다. "그만하면 잘했어"라는 말을 혐오한다는 말처럼 그의 목표는 오로지 뛰어난 연주자를 육성하는 것에 맞춰져 있다. 열정과 잠재력만 있다면 조 존스와 찰리 파커처럼 위대한 연주자가 될 수 있도록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돕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최고를 향한 광기는 플레처 교수를 만난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앤드류는 가학적이지만 뛰어난 연주자로서 성장할 수 있게 돕는 플레처를 선망함과 동시에 그의 인정을 갈망한다. 그렇기 때문에 앤드류는 그런 플레쳐 교수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 하나로 자신을 한계에 몰아붙이며 연습했다. 처음엔 열정이라 생각했지만 점점 가면 갈수록 광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앤드류는 완벽한 드럼 연주에 집착한다. 그처럼 플레처 교수에게 인정받는다는 것을 자기 자신을 증명하는 일이기도 했다. 가족들은 앤드류가 드럼 연주 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반대했다. 반대하는 주변의 분위기, 압박 그리고 우상을 향한 마음이 그로 하여금 드럼연주에 더욱 빠져들게 만들었다. 성공을 위해 사랑, 인간성, 인간관계와 같은 중요한 것들을 포기하며 최고의 드러머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브런치 글 이미지 5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며 자신의 나이가 되면 시야가 더 넓어질 것이라는 아버지의 말에 앤드류는 나에게 그런 시야는 중요하지 않다고 대답한다. 모든 선택지를 제거하고 한 가지에 집중한다. 그는 오로지 최고의 드러머가 되는 것이 자신의 목표이다. 이러한 집착은 그의 가치관에서도 드러난다.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으로 인해 34살에 요절하는 것은 성공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앤드류는 90살까지 평범하게 살다 죽는 것보다는 34살에 죽고 더 오래 기억되는 삶이 낫다고 말한다실제 감독은 ‘플레쳐는 영원히 승리했다고 생각할 것이고, 앤드류는 슬프고 속이 텅 빈 껍질 같은 사람이 되어 30대에 약물과다복용으로 죽을  것입니다’라고 인터뷰했다. 그처럼 감독은 이와 같은 교육방식에 반대한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한계는 한계 그 자체이며 넘어서면 안 되는 것이다. 한계를 넘어서게 된다면 그의 정신은 피폐해질 것이며 강박에 잠식될 것은 자명해 보였다. 자신을 다시 위기에 처하게 만든 플레처에게 복수하기 위한 수단으로 연주를 선택했지만 그 또한 플레처의 계획의 일부다. 앤드류의 잠재력 알아본 플레처는 그를 극한으로 몰아넣음으로써 앤드류를 그토록 자신이 원했던 '완벽한 연주자'로 완성시킨다.


브런치 글 이미지 6


감독은 교훈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좋은 것을 위해 끔찍한 것을 보여줄 때 더 흥미롭다고 생각했다며 응원할 사람이 없도록 의도했다는 것이다. 물론 감독이 보여준 장면이 오해의 소지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긴 하다. 영화 개봉 당시 한국과 해외 관객의 반응이 달랐던 것 자체가 약간은 애매모호하다고 여겨지는 영화의 결말뿐만 아니라 과열된 경쟁 사회에 대한 시선 때문일 것이다. 역시 나는 한국인인가 싶은 게 교수의 가학적이면서도 극단적인 교육방식에 반대하면서도 극한의 성취를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울 정도의 열정이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면 말이다. 한국 사회처럼 자원이 한정적이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열정보다는 압박에 시달려야 하며 남을 짓밟고 올라서는 행위가 번번이 일어난다. *특히 채용비리와 같은 불평등은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보다는 무력감과 회의감을 안겨준다. 그래서 <위플래쉬>의 플레처 교수의 교육법을 한국에 적용한다면 실력이 좋아질지언정 정신건강이나 인간관계에는 결코 좋지 않은 방법임에는 분명하다. 한국은 이미 과열된 경쟁으로 인해 한국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올라있기 때문에 더더욱 부적합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7


영화 <위플래쉬>는 평범한 음악 영화에서 비극 스릴러로 바뀌기 시작하며 크나큰 공포를 선사한다. 플레처 교수가 등장하기만 해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상이 되지 않아 덩달아 두려워진다. 잘하면 다독이다가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휘몰아치는 폭언과 폭력에 절로 움츠러든다. 물론 쿵쿵하고 울리는 드럼소리에 몸이 절로 움직이지만 피로 범벅되는 손을 보면 마냥 기뻐할 수 없다. 하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플레처에게 복수하는 방식을 통해 펼쳐지는 8분 간의 드럼 연주에서 잠시동안의 평화를 맞이하게 된다. 곧 부서질 일시적인 평화지만 짧은 시간 펼쳐지는 아름다운 음악의 향연은 그동안 플레처와 앤드류의 갈등을 잠시 잊게 만든다. 영화는 특히 결말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으로 나뉘며 쉽게 결론짓지 못하게 만든다. 감독이 의도한 바가 정답일 수도 있지만 저마다의 결론이 이 영화 곳곳에 숨겨진 메시지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다만, 플레처의 교육법이 옳다는 결론만큼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위플래쉬>를 보고 나면 꼭 보아야 할 영상을 첨부해두었다.


"음악은 사랑을 통해서 가르쳐야해요."


https://www.youtube.com/watch?v=My5fvvAqA3s&t=44s



<위플래쉬> 단편 영화


https://www.youtube.com/watch?v=QG5Q1h2VT9s


감독 인터뷰



https://screencrush.com/whiplash-damien-chazelle/


이 글이 좋았다면
응원 댓글로 특별한 마음을 표현해 보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과거에 갇혀 현재를 살지 못하는 비극을 되뇌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