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

by 부뚜막위고양이

서점 가는 길에 한 노부부를 만났다. 날씨가 춥지도 따뜻하지 않은 날씨에 어울리는 옷을 맞춰 입으신 두 분이 따스해 보였다. 오후 낮의 햇빛이 비추는 각도와 그림자 각도가 너무 알맞아 황홀했다. 흰색 재킷과 통 넓은 바지, 알록달록한 체크무늬 목도리와 회색 베레모 모자가 과하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은 옷들로 담백한 사랑을 보여줬다.

마주 잡은 손. 사랑하기에 자연스레 맞잡은 손 또한 완벽했다. 외롭지 않은 날 외로워질 정도로 부러웠다. 누군가와 감정을 맞대고 이야기 나누며 알맞은 삶을 사는 것이란 이런 것이구나 깨달았다. 늙으면 추하단 말에 반박하듯 어릴 때 사랑보다 더욱이 깨끗한 사랑을 보여주셨다. 별거 아닌 몇 초의 장면이 나의 삶에선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멋졌다. ‘늙음’이란 단어는 우리에게 항상 조금이라도 더 거부해야 하고 더 밀어 놔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세월을 받아들여 변화된 자신에게 맞는 옷과 감정을 갖는다는 게 실로 멋졌다. 요즘은 의학이 발달해 늙음을 숨길 수 있게 되었지만 추했다. 주름을 없애기 위해 독을 몸 안에 맞아 부풀게 하고 피부 재생에 온갖 신경을 쓰고, 스트레스와 거리를 두어도 세월은 못 이긴다. 그 사실만큼은 명확하다. 그렇기에 이 부부처럼 세월을 받아들여 자연스러운 날 알아가야겠다.

연애를 거쳐 결혼에 접어들면 사랑의 감정보단 우정에 가깝다고 한다. 정 때문에 산다고 말하고 아이들에 치여 살다 보면 서로의 불만을 품으며 살기 때문에 사랑이란 감정은 끼어들 틈이 없어 보인다. 그렇기에 미운 정으로 서로를 대하고 연애시절에 했던 애교와 애정행각은 저 멀리 있는 환상에 그친다. 결혼을 해서도 사랑이란 단어를 어색하지 않으려면 충분한 여유와 서로의 돌봄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자기만의 시간과 적절한 거리가 부부관계에 있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나 우리의 삶에선 거리를 두는 것도 서로를 챙겨주는 행위도 상당한 관심과 비용이 든다. (여기서 말하는 비용은 시간, 돈, 빈도수를 말한다.) 연애시절엔 가까이만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사이가 결혼 후 아이를 갖은 뒤엔 많은 장점 뒤에 숨겨진 단점들과 그냥 못 본 채 지나칠 수 있는 순간들이 쌓여 폭발하기 쉽다. 서로의 세계를 응원하며 존중한다면 결혼을 해서도 몇십 년이 지난 관계에서도 빛을 낼 수 있는 관계로 접어들 수 있지 않을까?


요즘 들어 사랑에 있어서 꽤나 부정적이다. 결혼뿐만 아니라 사랑이란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어림짐작하며 살아왔는데 조금 더 솔직하고 순수하게 사랑해도 되겠다는 안심을 얻었다. 내 감정을 내비쳐도 순수하게 받아줄 수 있는 사람과 나 또한 내 감정을 잘 다뤄 상처 입지 않게끔 보여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