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가끔씩 보던 아즈망가대왕이란 애니메이션이 있다. 거기에 나오는 키 크고 긴 생머리를 가진 여고생 캐릭터가 나오는데 그 캐릭터는 항상 길고양이를 쓰다듬어 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고양이에게 심하게 물린다. 항상 손엔 상처와 붕대로 감고 다녀도 길 고양이에게 호의를 베푸며 한 번 쓰다듬어 보고 싶어 한다. 고양이란 동물은 신기하다.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걷던 도중 귀여운 외모로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게. 이렇게 보면 외모 지상주의가 조금은 이해가 간다. 보기만 해도 행복하고 좋은 감정이 드는 걸 어떡하냐고.. 그러다가 길 가다 마주치면 카메라 어플을 켜기 바쁘고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길고양이를 마주친 날은 행복하다고 믿었다.
이 세상 모든 고양이가 나에게 관대했으면 하는 헛된 희망을 꿈꾸는 날이 있었다. 지나가다 마주치면 와서 골골해주고 비벼주길 바랐다. 하지만 최근엔 사람에게 경계심이 없는 길고양이를 보면 걱정이 된다. 당연히 나처럼 고양이를 좋아하면 관심이 가고 먹을 것을 주며 친해져 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장난감처럼 여기며 돌을 던지거나 먹을 것에 이상한 걸 타서 주거나 발로 차는 행동하는 야만적인 사람도 있다. 이기적으로 먹을 것만 인간에게 쏙 빼먹고 시선도 안 줬음 한다. 요즘은 가방 속에 고양이 간식을 하나씩 챙겨 나간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간식을 두면 킁킁거리다 먹을 만 한지 한 입 먹는다. 맛있는지 허겁지겁 간식을 치우는 모습을 흐뭇하게 영상으로 담는다. 아, 자식 밥 챙겨주는 부모의 마음이 이런 거구나 싶은 감정을 느낀다. 단지 먹어주기만 해도 나한테 행복이라니 얄밉다. 그래도 이쁜 걸 어떡해.
고양이를 처음에 좋아했을 땐 혼자 살게 된다면 무조건 고양이를 키울 생각이었다. 내 취향이 가득한 집에서 고양이와 노는 상상을 하며 행복한 상상을 하곤 하는데, 최근엔 생각이 달라졌다. 펫유튜버분들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사이버 집사가 좋은 거다.” 영상과 일상은 차원이 다르다. 맞다. 한 생명에 대한 책임이 없이 좋은 장면과 예쁜 장면을 담아낸 영상을 보면 그렇다. 하지만 호수 위의 백조가 고고하고 여유로우며 아름답지만 호수 아래 백조의 발은 호수 위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활발하며 바쁘다. 그렇듯 고양이를 키운다는 건 행복한 순간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순간 또한 더 많을 것이다.
내가 걱정하는 건 첫 번째로 중성화다. 나와 같이 살아야 한단 이유로 생식능력을 없애야 한다니 조금은 야만적이라고 생각이 든다. 인간에게 협조하기 위해 자신의 생식능력을 바쳐야 같이 살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괴롭다. 넓은 집과 마당이 있다면 애완동물이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고 새끼를 낳아도 충분히 기를 공간이 있으니 애완동물의 생식능력을 없앨 필요는 없다. 하지만 21년 현 대한민국에서 그런 집을 갖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또 문제 되는 건 씻기기. ‘진짜 사람이 잘 씻는 동물이구나.’라고 느꼈다. 강아지는 항상 산책을 다니니 발을 충분히 씻겨줘야 하고 주 1,2회를 씻겨줘야 한다. 하지만 고양이는 단모종은 서너 달에 한 번, 장모종은 1년에 2,3번 정도 목욕을 시켜주면 된다. 그렇지만 목욕을 좋아하는 동물이 몇 없다. 얌전히 있는 순한 애완동물도 존재하겠지만 대게는 집사를 할퀴고 물 젖은 채로 집을 막 뛰어다니고, 울고 불고 난리다. 거의 전쟁통과 비슷하다. 그렇기에 쉽게 무언갈 기른다는 건 삼가자.
세 번째론 금전적인 여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람은 보험이란 게 존재하기 때문에 아프면 부담 없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동물은 보험이 있긴 하지만 미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면 수십만 원 깨지는 건 우습다. 애완동물 건강검진만 몇십만 원 하니 정말 내가 쓸 거 다 쓰고도 애완동물에게 투자하고도 돈이 남으면 키워도 문제가 없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애완동물을 기르고 결국은 버리는 일은 없도록 하자. (제발)
최근 전염병 때문에 삶이 팍팍해졌다. 사람들이 에너지를 분출하지 못하고 집에서 지내면서 우울하기도 한 나날이 지속되고 있다. 단지 사람들이 살기 힘든 이유로 소중한 애완동물을 학대하고 사랑하는 존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지말자. 요즘 들어 길고양이를 학대하고 해하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정말 천벌을 받길 바란다. 오늘도 충분한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길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
오늘 아무 탈 없이 모든 고양이가 그루밍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