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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현 Jan 13. 2024

목표는 1,000km


누적 1,000km 달리기

올해 나의 소박한 목표다.


연말에 도전했던 새벽 조깅이 너무 즐거웠다. 고작 한 달 뛰었을 뿐인데 건강한 몸, 단단한 마음이 만들어져 가고 있는 게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그토록 되고 싶었던 ‘달리는 사람’에 아주 쬐끔은 가까워진 것 같아 뿌듯했다. 그래서 2024년 한 해는 거의 매일, 하루에 3~4km 가볍게 달릴 생각으로 계획을 세웠다.


올해 네 번째 조깅을 마친 날, 오른쪽 무릎에 불편함이 느껴졌다. 일단 3일을 쉬었다. 목표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조바심이 들었다. 다시 달렸고, 통증이 올라왔다. 며칠 뒤 찾은 병원에서 조깅은 잠시 쉬는 게 좋겠다는 진단을 받았다.


무릎을 뚜껑처럼 덮고 있는 슬개골이 문제였다. 정렬이 바르지 못해 연골의 한쪽을 압박한다고 했다. 게다가 오자 다리인 걸 알고 있냐고 물었다. 36년 살면서 처음 안 사실이었다. 체중이 바르게 실리지 못해 마찬가지로 관절에 부담을 많이 줄 수 있는 체형이라고 말했다. 운동으로 교정은 안 되냐 물었더니 선천적인 문제라 어렵다고 한다. 그저 단순한 염증 정도를 예상하고 방문했는데, 내 다리의 생겨먹음이 문제라는 의사 이야기에 적잖은 좌절감이 들었다. 물리치료를 받고 나서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삶이라는 게 참 마음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물리치료중...


“인생에는 늘 어떤 불만족, 달성 불가능함, 혹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시간이 항상 존재하며 따라다닌다. 그러므로 핵심은 성취감이나 만족감을 자주 느끼는 데 있다기보다는, 불만족이나 비도달, 비성취 상태를 어떻게 견디느냐에 있다.”


내가 요즘 애정하는 정지우 작가님의 말이 큰 힘이 됐다. 삶을 조금 더 잘 살아보고 싶어서 시작한 달리기였다. 그런데 별안간 나에게 주어진 과제는 마음처럼 되지 않는 상황을 견디고 이겨내는 지혜를 익히는 일이 된 듯하다.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저 달리는 것보다 삶에서 더 크고 중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병원을 다녀온 날 밤, 우울감을 털어내고 아내에게 긍정적인 말을 반복했다. 나는 이 상황에 먹히지 않을 거야. 세상에는 즐거운 일이 넘치잖아. 그리고 빨리 나아서 1,000km 목표도 꼭 달성할 거야. 글로 쓰니 참 오글거리지만 정말로 했던 이야기들이다. 아내는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고마운 사람.


무언가 시도하기 때문에 겪는 일들이다. 그래서인지 이런 불만족과 비도달의 상태에서 묘한 자부심마저 들기도 한다. 언젠가 유퀴즈에 나왔던 정선근 교수님의 영상으로 무릎에 좋은 운동법들을 익히고 있다. 무리되지 않는 운동과 치료를 병행하면서 다음을 준비할 테다. 달리는 과정에 포함된 일들로 여기면서, 무엇보다 즐거움을 잃지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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