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작
어느 늦은 밤,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대기업 인사팀에서 일하고 있는 친한 형이었어요.
"이직 준비 안 해?"
'훅' 하고 들어오는 질문에 이렇다 할 대답을 못했습니다. 형은 제가 지금의 직장생활에서 이렇다 할 비전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어요. 제가 자동차 부품회사의 관리회계 담당자로 일한 지도 벌써 8년이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직무를 바꿔볼 생각은 없는지 물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했던 이런저런 활동들을 생각해볼 때 HR전략이 어울리는 것 같다고 했어요.
'HR전략? 조직문화 같은 건가?'
잘 모르겠지만 왠지 그럴듯하게 들렸습니다. 저는 얇은 귀를 팔랑이며 서점으로 향했고, 다짜고짜 「조직문화 통찰」이라는 이름의 500페이지짜리 책을 사 와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뭔지나 한 번 알아보자는 생각이었어요.
조직문화에 대한 저의 관심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직무전환과 이직이라는 조금은 노골적이고 얄팍한 목적이 깔려있었죠. 그 후에도 몇 권의 책을 더 읽고 느낀 점들을 기록하면서 나름의 스터디를 이어나갔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조직문화에 대한 이해가 생길수록 직무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은 오히려 희미해져 갔습니다. 너무 흥미롭고 재밌었지만, 이 주제가 조직의 리더나 특정 담당자만을 위한 전공지식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제가 스터디를 하면서 이해하게 된 조직문화는 어떤 조직에 소속되어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져야 할 필수 교양에 가까웠습니다.
조직문화를 대하는 올바른 관점과 몇 가지 기본적인 지식들을 갖게 되면서 저는 매일 출근하는 일터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왜 이런 모습이고, 여기서 조금 더 나은 방식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 내가 조직의 변화를 위해 힘써야 하는 이유에 대한 나름의 이해를 갖게 됐지요.
현실에서 도망치듯 하는 일을 바꾸거나 직장을 옮기지 않더라도, 왠지 이전과는 다른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감은 일과 직장을 대하는 건강한 태도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회사는 특별히 변한 게 없지만 저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도 긍정적이고 단단한 마음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중입니다.
이 책은 지난 5개월 동안 스터디를 하면서 회사 동료들을 위해 썼던 사내 칼럼과 브런치 글들을 엮어 만들었습니다. 다시 보니 투박하고 모자란 점도 많지만, 이 책을 읽는 분들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셨으면 좋겠다는 제 진심이 조금이나마 전달되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