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일하는 방식을 지배한다
보통의 직장인들은 하루의 1/3 이상을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보냅니다. 잠자는 시간을 빼면 깨어있는 시간의 반 이상을 일을 하며 보내는 샘이죠. 저 역시 그런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일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제 일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요.
적어도 제가 회사에서 일을 하는 동안은 '일하는 방식'이 곧 저의 '사는 방식'의 상당 부분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저는 일하는 사람이니까요. 왠지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말이지만 시간이라는 정량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일을 하며 살아가는 동안 이 정의는 언제나 유효합니다.
제가 조직문화 스터디 첫번째 책으로 읽게 된 「조직문화 통찰」의 도입부에는 '문화가 일하는 방식을 지배한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어떤 조직에 속해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직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팀의 리더나 회사에서 정한 담당자에게만 해당하는 주제가 아닙니다. 조직문화는 월급쟁이인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죠.
한국의 핀테크 기업 비바리퍼블리카(이하 토스)의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제가 문화가 일하는 방식을 지배한다는 책 속의 표현을 현실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되었던 회사입니다.
2015년 2월 간편 송금 서비스를 시작으로 금융업계에 뛰어든 토스는 2018년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는 유니콘 기업이 되었습니다. 2021년에는 증권과 뱅크 서비스를 차례로 오픈했고, 2019년부터 3년 연속으로 2배 이상의 매출증대를 기록하며 무섭게 성장하는 중이지요.
토스는 금융 서비스를 시작한 지 불과 몇 년만에 한국 핀테크 산업을 선도하는 위치에 올랐습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토스팀 이승건 대표는 자신들의 핵심 성공 요인은 조직문화라고 이야기합니다.
“주변에 회사원을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행복하게 일하고 있지 않더라고요. 그 많은 것들의 원인이 조직 구조, 일하는 방식, 문화에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저희 구성원들 모두는 그것이 정말 심각한 문제이고, 그걸 우리가 풀어야 된다는 것에 강하게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즈니스의 성공뿐만 아니라 기업문화의 성공도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 스타트업 미디어 EO 인터뷰 중 (2018)
토스는 기본적으로 인간은 선하며 일하기를 좋아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에 방해가 되는 장애물들만 모두 걷어 내주면, 때론 자기 몸을 망칠 정도로 일을 하는 게 인간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래서 개인고과가 없고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과 복지를 제공합니다. 인사정보를 제외한 회사의 모든 정보를 직원들에게 오픈하고, 강한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해 높은 수준의 업무 자율성을 끌어내죠. 그들은 구성원들이 다른 고민없이 자기 업무에 있어 ‘풀스윙’을 해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신들의 기업문화가 토스의 성공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2020년 5월, 회사의 BEP 달성 기념행사 직후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회사의 대표도 반대한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서비스를 이틀 만에 런칭해낸 에피소드는 토스팀의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다른 회사에서는 보기 힘든 일에 대한 직원들의 강한 몰입과 자율성을 보여주고 있어요.
토스는 자신들에게 조직문화는 곧 승리 전략이자 생존 전략이라고까지 이야기합니다. '문화가 일하는 방식을 지배한다'는 책 속의 말을 현실에서 아주 또렷하게 증명해내고 있는 기업이 토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스가 유니콘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스타트업 미디어 EO 이승건 대표 인터뷰)
•토스 긴급재난지원금 서비스, 어떻게 이틀 만에 런칭했을까? (토스피드)
덕분에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일과 조직문화는 동떨어진 개념이라고 이해해왔었거든요. 업무 절차나 방식에서 비롯된 고단함은 어쩔 수 없는 일의 영역이고, 조직문화는 단순히 그 피로를 덜어주고 위로해주는 복지나 정서적인 보상의 영역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조직문화에 대한 제대로 된 정의와 사례들을 하나씩 알아가면서 '일하는 방식'으로서의 조직문화, 월급쟁이인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으로서의 조직문화를 조금씩 이해해가는 중입니다. 여러분들은 매일 직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