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엔 식물들을 관리하기. 보통 때 같으면 한데 모아 물만 주고 끝낼 텐데. 그간 식물들이 많이 자라 오늘은 몇 가지 작업이 필요했다. 4월에 심은 스위트바질은 원래 있던 가든팩의 공간이 비좁을 만큼 자라나 큰 화분으로 옮겨 심고, 지난달 물꽂이 후 수경 재배한 스킨답서스는 뿌리를 길게 내려 흙에 옮겨심기로 했다. 스위트바질의 새 씨앗을 심고, 무성해진 스킨답서스 화분의 잎은 잘라 새로 물꽂이를 해주기로.
스위트바질은 처음 심을 때 씨앗을 7개 정도 뿌린 것 같은데, 그중 4개의 씨앗만 잎을 틔웠다. 가든백에 심긴 모종을 빼내니, 뿌리가 흙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모종의 흙은 수분이 많고 함께 묻을 배양토는 건조해서, 모종의 흙과 배양토를 섞은 후 새 화분에 옮겨 심었다. 줄기도 뿌리도 얇아 지탱하는 힘이 약해, 흙을 꾹꾹 눌러 단단하게 만든 후에야 곧게 세울 수 있었다. 먼저 난 잎들에 비해 늦게 난 잎은 아기처럼 작아서, 평소에도 물 줄 때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듯하다. 가든백엔 그간 냉장 보관해온 새 씨앗 4개를 심었는데, 이중 몇 개나 잎을 틔우려나 모르겠다.
분갈이 전 스위트바질
지난달 물꽂이 해둔 스킨답서스는 물꽂이 후에도 죽지 않고 잎 틔우며 잘 살길래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두었는데, 어느새 뿌리가 바닥에 닿아 둥글게 말리며 길게 자라고 있었다. 검색해보니 그대로 흙에 옮겨 심으면 된다고 하길래 화분에 옮겨 심고 물을 듬뿍 주었다. 이렇게만 하면 잘 자라는 건가 잘 모르겠지만, 그간 보여온 성장세를 감안하면 앞으로도 별 탈 없이 계속 자라날 듯싶다. 화분에서도 물병에서도 저리 잘 자라는데, 들판에 몇 줄기 가져다 심어 두면 나중엔 숲처럼 울창해지려나 궁금하다.
잎들을 잘라내고 새 화분에 분갈이 해준 스킨답서스의 본체(혹은 모체?)는 계속해서 무성히 잎을 틔워냈고, 좁은 화분 위에 소박한 숲을 만들어냈다. 햇볕에 두어서 그런가 새로 자란 잎들은 얼룩무늬가 선명하다. 새로 자란 잎들 중 잎과 잎 사이에 오돌토돌하게 공중 뿌리가 나 있는 것은 공중 뿌리 아래 부분을 잘라내 물병에 새로 물꽂이 해주었다. 지난번 물꽂이 하고 아직 흙에 옮겨 심지 못한 것들까지 셈하면 수경재배 중인 스킨답서스 모종은 총 5개가 된다. 본체의 잎도 더 자라나 물꽂이 할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아찔하다. 이것들은 또 언제 흙으로 옮겨 심지.
분갈이 전 스킨답서스
무한 증식하는 스킨답서스를 보고 있자니, 당근마켓에서 식물들 파는 분들의 기분을 이제 좀 알 것 같다. 주변에 나눌 사람들에게는 이미 다 나눴을 테고, 계속 새로 나는 잎들을 그대로 두자니 감당이 안 되셨을 테고. 이것들 새로 심어서 당근마켓에 팔면 재미가 쏠쏠하겠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라 했으니.. 스킨답서스도 당근마켓에서 왔으니 당근마켓으로 돌려보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나누는 재미도 있으니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나누도록 해야겠다는 생각.
작업을 마치고 나니 창밖에 노을이 지고 있다. 식물들 옮기는 동안 기분 좀 내자고 커튼도 걷어 젖히고 창문도 활짝 열어두어, 방 안이 온통 덥고 온몸엔 땀이 줄줄 흘렀는데. 여름 더위 한창이지만 저녁노을 붉고 예쁘니 그래도 좋은 계절이구나 싶고, 더운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묵묵히 계속 자라는 식물들 보니 버틸 힘도 새로 나는 듯 싶다. 좋은 기운 얻었으니, 새로운 한 주도 힘차게 시작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