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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브라질리안 Martial Arts, 카포에라

2020년 1월, 뉴욕에서 경험하고, 관찰한 것들

by 밋앤그릿

세상은 넓고, 다양한 사람은 많다. 그러나, 또 가끔은 이렇게 느낀다. "세상 정말 좁다!"


뉴욕에 도착한 둘째 날, Class Pass 앱을 통해 참여했던 Crossfit 운동에서 만난 파트너가, 우연히도 Korean American 여성이었고 (이런 운동 프로그램 다수에 참여해본 결과 한국 여성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그날 운동을 마무리하며 "Great job!" 하면서 파트너에게 인사할 때, 이름을 물어보니 너무나 우연하게도 나와 똑같은 성씨의 친구였다. 내 성은 그리 흔한 성도 아닌데 말이다.


그 먼 곳에서, 출장을 혼자 가서 외로움을 느꼈던 나에게, 그때 그 사람과의 통성명 순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너무 반가웠고, 그 자리에서 이메일도 교환하고, 나의 출장 기간에 또 운동하면 같이 하자!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내가 뉴욕으로 출장을 온 목적과, 경험하고 싶은 것들을 간단히 공유하고, 특히 나는 운동을 매우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처음 들어보는 운동을 추천했다. 클래스 이름하여 "ABADÁ Capoeira"


This is my primary source of exercise!
ClassPass로 처음 시도해봤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Class Pass 멤버십까지 결제했어요. 매우 특이한 경험인데, it's like a mix of martial arts, dance, and a Brazilian music class..


라고 나에게 설명을 했다. 이렇게 설명을 해주었는데, 안 가볼 수가 없었다. 특히나, 새로운 도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즐기는 나에게 카포에라?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그 이름이 주는 희열부터가 좋았다. 그리고, 드디어 당일. 그녀와 만나서 함께 스튜디오에 들어갔다. 아래 Class Pass 이미지 사진의 민머리 교수님이 가르침을 주는데, 옷도 처음 보는 형태의 유니폼이었고, 함께 있는 악기들도 특이했다. 그러나, 모두가 굉장히 supportive 하며, 서로를 챙겨주는 분위기, 그리고 처음 온 사람들을 반기고 운동을 쉽게 가르쳐주려고 하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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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 Pass 에서 내가 수강했던 Capoeira 소개 페이지


수업에서 처음 배운 스텝들이 너무나 신기하고, 나오는 노래가 많이 어색해서 이 운동이 어떤 것인지 물어보았다. 과거 아프리카계 노예들의 무술 훈련이 금지되어 불가능해지자, 오히려 아프리카계의 브라질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도록 "춤"처럼 보이지만 그것에 무술 동작들을 섞어서 연습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왜 이런 흥겨운 음악, 그리고 춤처럼 흐느적거리는 움직임 속에서의 발차기, 회전 동작, 방어 동작들이 나오는지 이해가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동작들이 너무 어색했지만, 초보자가 나만 있다 보니, 오히려 내가 뭘 하든 나보다 더 못할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따라 했다. 15분만 지나도 땀이 많이 났으며, 후반부에는 약간 나도 리듬을 즐기기도 했다. 두 가지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1 중급자들은 초보자들의 선생님이다. 아마 이 부분도 훈련의 일환인 듯하다.

처음에는 교수님이자 선생님이 초보자 그룹들에게 첫 스텝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한 동작이 끝나면 그다음부터는 옆의 중급반 선배들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우리 쪽으로 와서 바로 그다음 동작들을 가르쳐주고, 우리한테 10번 따라 하게 하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이 시스템도 참 신기했다.


무언가 중급자들에게는 "커뮤니티의 특징", 이 곳은 "상생"하는 곳이야!라는 것을 무언 중에 보여주는 것 같으면서도, 그들에게는 훈련의 일환인. 그리고 처음 오거나, 초보자들에게는 선배들이 있어서 든든한 곳이야! 동시에 다양한 사람들과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는 그런 느낌을 주었다. 각 선배들이 앞에서 보여주는 동작들을 따라 하면서 와! 입을 벌리면서도, 까먹으면 안 되니 머리는 굴리고, 몸은 힘들고, 또 동작들은 웃기기도 하고 ㅎㅎㅎ 재미있었다.


2 모든 첫 방문자부터 대련, 겨루기를 한다.

아래 영상은 수업 시간의 마지막 20분 정도 간 진행되는 겨루기 장면이다. 모두가 동그랗게 둘러서서, 커다란 음악을 틀고, 겨루기를 한다. 그런데, 누구랑 누구 겨루기 시작! 이런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겨루기를 하고 있으면, 조금 이따가 랜덤 하게 어느 누군가가 부드럽게 사이로 들어가서 겨루기를 하고, 또 조금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사람이 슬쩍 들어와서 겨루기를 한다.


참 어색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신기한 광경이었다. 나도 들어가 볼까 말까 하는 마음이 많았지만, 차마 이것까지는 못 들어가겠더라. 그러나, 우리의 선생님! 다른 친구에게 이야기해서, 마지막에 내가 들어가서 겨루기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주는, 노래에 맞춰서 크게 쳐주는 박수는 나도 모르게 그 순간 내가 카포에라 중급자의 마음이 들게 했다는 :)

카포에라 수업의 마지막 20분. 겨루기 중.

겨루기를 안 하고, 그냥 집에 갔으면 무척이나 아쉬움이 들었을 만큼 나의 카포에라 수업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이었다. 모든 운동이 연습, 반복 동작만 하면 재미가 없다가, 게임을 실제로 하면 지더라도 재미있는 것처럼, 막 더 잘하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에는 서로 음악을 연주하며, 브라질 언어 (무슨 의미인지는 못 알아들었다.)로 노래를 불렀다. 무언가 장엄하면서도 우리는 함께 만들어나간다! 이런 분위기의 노래였다.


재미있었다. 그리고 인상 깊었다. 운동이지만, 다른 그 어떤 운동보다 "공동체" 성격이 강했고. 겨루기를 하는 등의 동작을 목표하는 운동이지만, 서로가 하나인 느낌이었다. 내가 만난 친구가 이 운동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것 같았다. 이 친구의 얼굴에는 한국인이지만, 10년 이상 뉴욕에서 거주하며 뉴요커로서의 얼굴, 말투, 모습이 있었다. 순수함과 동시에 운동에 대한 열정, 본인의 직업인 디자이너로서의 모습을 다 발견할 수 있었다. 은근히 그녀의 얼굴과 이 운동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한국에 오기 전 이메일로 그녀에게 keep in touch! 를 하자고 이야기한 것이 마지막인데, 또 언제 어디선가 꼭 만나게 되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드는 친구였다. "그때 네가 나에게 카포에라를 소개해줘서 아주 재밌으면서 동시에 행복했어!" 새로운 것을 내 삶에 알려줘서 고마워!라고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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