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ep shining night>
Colorpencil, guache on paper
2024
작은 별들이 양털처럼 부드럽게 수놓아진 어느 깊은 밤, 한 소년이 차가워진 손에 입김을 불며 숲 속으로 향하고 있었다. 차가운 겨울 공기가 나무 바구니를 든 소년의 손과 뺨을 빨갛게 물들였다. 올이 풀려버린 소년의 검은 스웨터의 구멍 사이사이로 찬 바람이 재빠르게 들어왔다. 소년이 들어간 곳은 깊은 숲은 아니었지만 아무도 없는 숲 속이었기에 멀리서 들리는 늑대의 울음소리가 마치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소년은 무서워하거나 깜짝 놀라지도 않은 채 열심히 겨울 열매를 주웠다. 그리고 불을 지필 나뭇가지도 여러 개 주워 나무 바구니에 담았다.
얼음같이 차가워진 코에서는 계속 콧물이 간지럽게 흘렀다. 소년은 손등으로 콧물을 닦은 후 눈이 묻은 바지를 툭툭 털고 숲에서 나가기 위해 일어섰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마치 불을 비춘 듯 숲이 환하게 밝아졌다. 눈이 좋지 않았던 소년은 자신의 얼굴처럼 둥근 안경을 고쳐 쓰고 두어 번 눈을 깜박인 다음 다시 눈을 떴다. 여전히 숲 속은 밝은 그대로였다. 주위를 둘러보다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들어보니 머리 위에서 작은 요정이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다. 요정의 주변으로는 별들이 내려와 빛나고 있었다. 요정은 소년과 소년의 엄마가 자주 부르던 곡을 연주했다. 그러자 소년은 헤어진 엄마가 생각나 눈물이 났다. 소년은 별들을 보다가 할머니가 엄마는 달과 가장 가까운 친구별이 됐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혹시나 자신의 머리 위에서 빛나는 수많은 별들 중 엄마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별들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어떤 별이 엄마인지 알 수 없었다. 콧물과 눈물을 닦은 손등이 축축해지자 소년의 머리 위에서 연주하던 요정은 연주를 멈추고 소년의 손에 작은 별을 쥐어주었다. 별은 소년의 생각과 달리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차가웠던 소년의 손이 따뜻해졌다. 손안에 별을 보던 소년은 요정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요정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다시 손을 보았을 때에는 별도 보이지 않았다. 소년은 없어진 별과 요정이 보고 싶었다. 펑펑 울며 집으로 돌아온 소년에게 할머니는 난로 위에 올려두었던 따뜻한 손수건으로 소년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소년이 눈물을 멈춰갈 때쯤 할머니는 소년을 꼭 안아주며 말했다.
"그 별은 사라진 게 아니라 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빛나고 있지, 그래서 네 마음이 늘 따뜻한 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