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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버둥 치는 순애

손님으로 대해야 하는 것들

by 콩두부

작은 먼지들이 햇빛이 들어오는 길을 따라 은하수처럼 하얗게 떠 있었다. 그리고 식탁 옆 시계 초침 소리가 들릴 정도로 집 안은 조용했다. 마치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집처럼,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여자는 눈앞에서 떠다니는 먼지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집의 주인은 온데간데없고 자신이 손님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니까 이 먼지들도 이 집에서는 손님이고 정사각형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이 햇살도 손님인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그 편안해진 마음으로 둥근 식탁에 놓인 주전자에 물을 붓고 따뜻해지기를 기다렸다. 오래전 찻집에서 샀던 자몽티를 이제야 꺼내어 빈 머그잔에 걸쳐두고는 잡히지 않는 먼지들과 함께 따뜻해지기를 천천히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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