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이는 한의 오두막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특히 한이 하루 중에 가장 좋아하는 일과인 높은 오두막에 올라가 노을을 바라보는 일을 즐거워했죠. 한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에 굉장히 기뻤어요.
“사람들의 머리색은 하늘색인가 봐.”
“하늘색?”
“응. 어떤 사람은 달이 뜨는 하늘색, 어떤 사람은 밝은 해가 뜨는 색."
“생각해 보니 그렇네. 하늘에 모든 사람들의 머리카락 색이 있어. 그런데 푸른 하늘 머리색은 왜 없을까?"
"글쎄. 바다가 다 가져가버린 거 아닐까?"
"그런가? 바다가 어지간히 넓어야지. 머리를 물들일 새도 없었던 거야... 바다를 물들이려면!"
"그런가 봐!"
"와, 소름 끼쳐. 한, 보여? 내 팔에 털이 일어선 거?"
"응, 보여."
" 세상은 참 신기하다니깐."
한은 눈이 초롱초롱해진 대담이를 물끄러미 바라봤어요.
"왜, 뭘 봐?"
"대담, 나는 항상 노을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대담이 너의 머리카락은 노을이 지는 하늘색이야. 봐 봐.”
"그렇네. 나도 내 머리카락이 마음에 들어. 당근색이나 홍당무 색인줄 알았는데 노을 하늘색이라고도 볼 수 있겠구나. 고마워. 다른 애들한테 자랑해야지!”
“너는 친구들이 많은가 보구나.”
“그런가? 마을에 사는 애들은 다 내 친구들이니까 그럴지도 몰라. 그리고 숲에도 친구들이 있고. 너도 있으니까... 많은 편이긴 한 것 같아.”
사색에 빠진 표정으로 한은 노을 하늘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어요.
“가슴에 구멍은 언제부터 난 거야?”
“어느 순간부터.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내가 팠어.”
“허전하지 않아?”
“시릴 때도 있긴 한데 가슴이 채워져 있으면 아플 때가 더 많거든. 이렇게 가슴이 뚫려 있으면 어떤 칼이 들어와도 다치지 않아. 누가 주먹으로 가슴을 쳐도 손이 쑥- 하고 통과해 버리지.”
한은 가슴 쪽으로 팔을 휘휘 뻗어 장난을 쳤어요. 대담은 약간 키득거렸어요. 그러고는 다시금 진지한 표정을 지었어요.
“가슴이 아플 때가 많아?”
“세상은… 정말 신기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 어떨 때는 괴롭힌 사람은 없는데 괴로운 사람만 남을 때가 있어.”
“…뭔 소리야.”
“괴롭힌 사람이 있던 때도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괴롭힌 사람은 없어져. 그런데 괴로운 사람들은 계속 남아있어.”
“왜?”
“글쎄.
시간이 지나면 새살이 돋아나는데 사람들은 이걸 회복이라고 하거든? 그런데 나는 그 가려움이 아픔보다 더 고통스러워. 그래서 항상 이렇게 비워 놓는 거야. 그런데 이제 긁어내지 않아도 새살이 거의 돋지 않아.”
대담이는 골똘히 생각했어요.
“난 너의 말이 이해가 안 가.”
“그럴 수 있어. 나도 내가 바보 같아.”
“너는 바보가 아니야. 그저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뿐이야.”
“잠든 아이는 누구야?”
“나도 몰라. 너처럼 갑자기 나타났어.”
“이름도 몰라?”
“응.”
“넌 아무나 네 가슴속에 넣고 잠을 재워? 그런 건 위험해. 숲에 있는 아무 버섯이나 먹으면 안 되는 것처럼 말이야, 사람도 좀 가려서 만나야 한다고.”
“갑자기 나타나서 친구라고 하는 네가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머쓱해진 대담은 자신의 손을 한의 가슴 쪽에 가까이 대어봤어요. 대담의 손은 한의 가슴을 통과했어요.
“너의 가슴은 휙- 휙- 거려.”
그리고 자신의 가슴을 퉁퉁 쳤어요.
“내 가슴은 땅땅거려. “
한은 대담이의 총명한 눈을 마주 보고 말했어요.
“그렇네. 어떤 시련도 너에게는 큰 고통을 주지 못 할 거야. 단단한 마음을 지녔으니까.
만약 아픔이 올지라도 너는 그 아픔도 너를 단단하게 만드는 데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될 거야. 넌 멋진 아이니까.”
“맞아. 난 멋진 아이야.”
“하하,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