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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마율 Aug 05. 2024

16. 오두막에서 친구를 만나다 (2)

 다짜고짜 친구가 되어버린 아이의 이름은 대담이었어요.

 대담은 호기심도 많고 용감했어요. 가슴이 뻥 뚫린 이상한 사람에게 겁도 없이 먼저 다가올 정도로 말이에요.


 대담은 한의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들었어요. 해가 쨍쨍하게 뜰 때 와서 한이 하는 모든 일에 거들고는 했지요. 밭을 가는 일을 도와주기도 하고 닭에게 밥을 주기도 했어요.

 대담과 동물들은 한을 초대해 함께 호수로 소풍을 가기도 했어요. 호수 주변에는 푸르게 피어난 꽃들이 산들거렸어요.  사슴은 물비늘을 가르수영을 했어요. 수면에 떠 있는 나뭇잎을 먹느라 입을 오물대고 있었지요. 다람쥐는 대담이가 챙겨온 견과류를 입안 가득 넣어 이 빵빵한 상태로 대담이의 손바닥에 둥지를 틀어 벌러덩 배를 보이기도 했어요.

 한은 작은 동물들과 대담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지켜보며 휴식을 취했어요.

 온화한 바람은 한의 머리카락 사이에 들어와 향긋한 봄내음을 숨겨두었어요. 한은 발등에 떨어진 꽃잎을 주워 가슴에 얹었어요. 자고 있는 작은 아이가 라일락 향기를 맡으며 즐거운 꿈을 꾸길 바라면서요.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토끼의 보드라운 등을 쓰다듬으며 한은 생각했어요.


'영원히 이렇게 평화로웠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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