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아침이었어요.
일어나 어제 길어온 물을 한 잔 마시고, 양치와 세수를 하고, 문을 열면 숲 속의 것들이 한을 반겨주었어요. 한은 모두에게 인사하고 밭에 물을 주고, 키우는 닭들에게 밥을 주었어요. 이미 밭에 있는 벌레를 쪼아 먹고 있긴 했지만요.
닭들이 낳은 무정란은 비료를 만들어 농사할 때 쓰기 좋았어요. 오두막 주변의 모든 것들은 서로에게 필요한 관계들로 이뤄져 있었어요. 한은 이 사실에 늘 감사했어요.
햇빛이 강해질 무렵 한은 계단에 앉아 새의 지저귐을 듣기 시작했어요. 작은 새는 한의 가슴에 내려앉아 흥겹게 노래를 불렀어요. 한은 처음에 당황스러웠어요. 원래라면 그저 반겼을 작은 새였지만, 지금은 작은 아이가 가슴 안에서 잠을 자고 있잖아요. 그러나 작은 아이는 어떤 큰 소리에도 깨지 않을 듯이 곤히 잠에 빠져 있었어요. 한은 점차 안심하며 자신의 가슴에 놀러 온 새를 조용히 맞이했어요. 새는 작은 발을 까딱이며 노래를 불렀기에 한은 가슴 구멍이 간질간질거렸어요. 그래도 웃음을 참으며 노래를 열심히 들었어요.
동물들은 한의 오두막 주변에 앉아 새의 노래를 들으며 낮잠에 빠졌어요.
‘영원히 이렇게 평화로웠으면 좋겠어.’
이런 한의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어요.
아지랑이 사이로 보이는 풀 숲에서 작은 소녀가 갑자기 튀어나왔기 때문이죠.
“안녕!”
“어!”
새의 지저귐도, 가끔 섬뜩한 고라니의 울음소리도 아닌 인간의 목소리였어요.
그것도 안녕! 이라니. 당황스러운 한은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었어요. 자신의 모습이 사람들이 보기에 흉측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는 자신의 가슴에 구멍이 나 있어서 흉측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자신의 존재 자체가 흉측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이런 마음을 모르는 듯한 강인한 소녀는 자신의 몸에 붙은 풀잎을 떼어내며 한에게 계속 다가왔어요.
“오, 오지 마!"
소녀가 가까이 올수록 거대한 벽이 다가오는 듯했어요. 무언가 모험을 떠나듯 여러가지를 챙긴 소녀는 허리춤에 달린 물통과 나침반을 잘그락거리며 한에게 더 가까이 왔어요. 한은 집으로 빨리 뛰어들어가고 싶었어요. 하지만 뛸 수 없었어요. 가슴 안에 잠들어 있는 작고 슬픈 아이가 혹여나 다칠 수 있으니까요. 유독 슬픈 아이가 무겁게 느껴지며 한 발짝도 뗄 수가 없었던 한은 큰 두려움을 느끼며 제발 소녀가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길 바랐어요.
“나는 이상하게 생겨서 놀랄 거야.”
소녀는 물었어요.
“왜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사람들은 모두 나를 싫어해. 흉측하다고.”
“정말?”
정말인지 한은 확신할 수 없었어요. 그저 오랫동안 혼자서 그 이유를 생각해 냈을 뿐이었거든요. 아무도 한이 왜 미움을 받는지 알려주지 않았어요.
“그.. 럴걸?”
소녀는 당당하게 말했어요.
“나는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아. 너는 가슴에 구멍이 있을 뿐이야. 단지 그럴 뿐이야."
한은 문득 자신에게 먼저 말을 걸어준 사람이 저 당찬 아이가 처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자신에 대해 물어보고 그 대답을 듣기 위해 기다려준 사람도 처음이었죠. 그리고 한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다고 선언한 유일한 사람이었어요. 한은 특별한 아이의 특별한 등장에 겁이 나기도 하면서도 조금은 서러운 마음을 느꼈어요.
‘저 아이는 왜 내 앞에 나타난 거지. 왜, 지금?’
"멀리서 널 지켜봤어. 작은 새가 너의 가슴에서 흥겹게 노래 부르는 것도. 내가 보기에 넌... 안전해!”
깊은 생각에 빠져 한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주 오두막을 들리던 토끼와, 다람쥐와, 사슴이 한에게 다가왔어요. 그들은 따스한 눈빛으로 인사를 건넸어요. 소녀는 이 광경에 신이 난 모양이에요.
“이미 내 친구들과 친구였나 보네.”
그리고 소녀는 충격적인 말을 꺼냈어요.
“그럼 우리도 친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