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어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일상을 지내고 있었어요. 그런 한의 앞에 어느날 나무 사이로 정말 작은 아이가 나타났어요. 아이는 우뚝 멈춘 채로 슬픈 표정을 짓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오랜만에 보는 인간에게 한은 두려움을 느꼈어요. 그 두려움 속에는 왠지 모를 반가움도 미묘하게 섞여있었어요. 한은 조용히 조용한 슬픈 아이를 마주보았어요.
한 손으로 들어올릴 만큼 작은 아이가 이렇게 깊은 숲까지 들어오는 것은 위험한 일일지도 몰라요. 아주 작고, 슬픈 아이에게는 도움이 필요할 수 있으니 용기를 냈어요. 한은 아이에게 조심스레 다가갔어요. 약간의 거리를 둔 채 아이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다리를 구부린 채 조심히 말을 걸었어요. 아이는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어요.
“안녕?”
“…”
“길을 잃었니?”
아이는 대답이 없었어요.
“이름이 뭐야?”
아이는 대답이 없었어요.
“무슨 일 있었... 나?”
아이는 더욱 슬픈 표정을 지었어요.
“혹시 많이 지쳤니?”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랬구나. 저기 오두막이 보이지? 나는 저곳에서 살아. 여긴 이 숲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야. 그러니 네가 편해 보이는 곳에서 쉬면 돼. 원한다면 오두막에서 쉬어도 된단다.”
아이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걸어왔어요. 아이가 가까이 올수록 아이가 느끼고 있는 슬픔과 고독이 한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았어요. 아이는 한의 뻥 뚫린 가슴을 빤히 쳐다봤어요.
“이상하지? 나는 가슴이 비어있어.”
가슴에 팔을 넣었다 빼며 장난스레 이야기했어요. 아이는 웃지 않았어요.
"어... 그렇다고 무서운 사람은 아니야. 혹시 내가 있어서 불편하면 다른 곳에 가 있을게."
계속 가슴속 구멍을 쳐다보던 아이는 그의 눈을 응시했어요. 한은 그 순간, 아이의 마음이 들렸어요.
“여기 안에서 쉬고 싶니?”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한은 아이를 손에 올려 가슴까지 데려다주었어요.
가슴이 텅 비었던 한은 아이가 곁에 있게 된 후로 가슴이 더 이상 시리지 않았어요. 가슴이 조금 채워지다 못해 약간 무겁기까지 했어요.
슬픈 눈의 아이는 곧 편안하게 그의 가슴 안에서 잠이 들었어요. 더 이상 슬퍼하지 않은 채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