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깊은 초록 숲에서 새로운 일상을 찾았어요.
아침마다 가슴 구멍에 올라온 새살을 걷어내고 살덩이를 양동이에 담았어요.
양동이를 들고 밖으로 나와 주변의 새들과 나비, 살아있는 모든 것들과 인사를 나눴어요. 그리고 오두막 뒤편으로 가서 빈 양동이 옆에 살점이 든 양동이를 내려 두었죠.
'필요하면 쓰겠지. 누구든. 썩으면 어쩔 수 없고.’
한이 크게 상관하지 않던 살덩이는 매번 다음 날이 되면 사라져 있었어요.
한은 필요한 만큼 나무를 베고, 샘물을 길어 마시고, 열매를 따먹고, 마당 앞에는 작은 밭을 만들어 농사를 짓기도 했어요. 바쁜 낮이 지나면 오두막 위에 지은 더 작은 오두막에 올라가 해가 지는 모습을 보곤 했지요. 한은 자신의 삶이 꽤 만족스러웠어요.
하지만 한은 자신이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알 수 없었어요. 먹지 않아도 그리 배가 고프지 않고, 하루에 물 한 컵이면 목이 마르지 않는다는 게 특별한 일인지 알지 못했어요. 한은 늘 혼자였기에 보통 사람들은 얼마나 먹고, 자고, 마시는 지조차 알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자신이 만든 평범한 삶에 감사했지만, 자신의 삶과 다른 삶들에 대해 항상 궁금했어요.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닮았으며 얼마나 다를 지에 대해 사색에 빠지고는 했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항상 같은 결론이었어요.
‘쓸데없는 생각이야. 그저 이렇게 살면 돼.’
늘 혼자였기에 외로움을 모르는 한의 가슴은 공허했어요. 뚫린 가슴에는 쓸쓸한 바람이 지나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