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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현 Aug 09. 2023

사포 단편 98 (Sappho fr98)

단편 98


 
(…) 내 어머니 한때 말씀하시길

 
그녀 젊었을 적 누군가 그 머리칼에
보랏빛깔 머리띠만 둘러 주면
그때는 그것만으로 가장 고운

 
치장이었다지.
그러나 불타는 횃불보다 금빛 나는
머리칼 가진 소녀, 그 아이에겐


만개한 꽃 엮은 화관 올림이

몇 곱절 더 나으리라.
한데 이제는 무지갯빛 머리띠를


사르디스에서 (…)
(…) 도시들 (…)


하나 클레이스야, 나에겐 빛깔 고운
머리띠라고는 있질 않구나. 어디서 구할 수 있으려나?
그 뮈틸레네 사람 …


[                    ]


(…) 가지고 (…)
화사한 (…)
 
추방당한 클레아낙스 집안 사람들의
이 기념물들 (…)
무참히 새어나가 버렸으니 (…) 
 
 

※ Reproduced with permission of the Licensor through PLSclear.
※ Rayor, Diane J., trans. & ed. Sappho: A New Translation of the Complete Works, Cambridge University Press, 2nd ed. 2023. Introduction and notes by André Lardinois.


사포 두상(헬레니즘 시대 작품을 로마시대에 복제.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

("Head of the poetess Sappho", www.worldhistory.org, Uploaded by Carole Raddato, published on 05 March 2014, CC BY-SA 2.0) 


<note>
 
클레이스(Kleis)는 <단편 132>에 등장하는 사포의 딸일 것이다. 사포는 어여쁜 딸에게 어울릴 근사한 장신구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을 한탄하고 있다. 아마 자신의 고장 레스보스 인근 뤼디아 왕국의 수도 사르디스에서 제작된 최고급 머리띠를 구해다 딸의 금발에 둘러주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무슨 까닭에서인지 지금 그럴 수가 없는 모양이다.
 
후대 기록에 따르면 사포는 레스보스섬 뮈틸레네 내부의 정치적 격변에 휘말려 한 차례, 또는 두 차례 시켈리아(오늘날의 시실리)로 추방당한 적이 있다고 한다. 여성인 사포가 적극적으로 정치적 역할을 하였다기보다는 아마 그가 속한 가문의 문제에 연좌로 얽혔을 것이다. 이 때문에 나중에 사포가 시인으로서 명성을 떨치자 시켈리아에서도 그가 잠시 머물렀다는 것을 기념하여 동상을 제작해 광장에 세워두었다고 한다.
 
이 노래는 사포가 추방당했던 바로 그 어려운 시기를 묘사하는 것일 수 있다. 궁박한 처지에 대한 한탄과 딸에 대한 사랑을 한번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한편, 시 후반부에 등장하는 클레아낙스 가문은 뮈틸레네의 유력한 귀족집안 가운에 하나였다. 그러나 작품 훼손 상태가 심하여 현전하는 내용만으로는 사포와 이 가문이 무슨 관계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는 알 수 없다. 사포가 이 클레아낙스 집안 사람이었으리라는 추측도 있고, 정반대로 클레아낙스 집안과 적대적인 다른 가문 사람이라는 설도 있다. 여하튼 확실한 것은 어느 쪽이 되었든 사포 역시 뮈틸레네의 주요 귀족 가문의 일원이었으며, 당시 유력 가문 간의 권력투쟁 탓에 혼란스러웠던 정치판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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