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스, 사랑, bittersweet
단편 130
사지를 풀어놓는 에로스 또 다시
나를 휘젓네.
살그머니 기어들어 오는, 벗어나질 못할 달콤쌉싸름한 것.
※ Reproduced with permission of the Licensor through PLSclear.
※ Rayor, Diane J., trans. & ed. Sappho: A New Translation of the Complete Works, Cambridge University Press, 2nd ed. 2023. Introduction and notes by André Lardinois.
(Jim Dine, "Night Venus and Sappho", 1985, ⓒ Jim Dine / Artist's Estate)
<note>
극히 적은 분량만 남아 있음에도 오랜 세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명시다. 이 시에 등장하는 사랑의 신 "에로스(EROS)"는 사랑 그 자체를 상징하기에 "사랑(Love)"으로 바꿔 읽어도 무방하다.
사포가 전 생애를 통하여 노래하고 있는 단 하나의 주제를 말한다면 누가 뭐래도 사랑일 것이다. 사랑 앞에서 늘 진심인 사포는 이 시에 이르러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어느 특정 대상이 아닌, 사랑 그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마치 에로스의 화살에 맞기라도 한 듯, 나 자신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뜨거운 사랑에 푹 빠져버려 헤어나오지 못한 경험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묘사가 일품이다.
이 시는 문학사에서 "달콤쌉싸름(bittersweet)"이라는 말을 최초로 사용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단어의 저작권은 사포에게 있다고 봐도 아마 틀림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