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포와 알카이오스>(Lawrence Alma-Tadema, "Sappho and Alcaeus", 1881, Public Domain via Artvee)
<note>
사포를 소개하는 여러 글의 마무리로 흔히 인용되는 단편이다. 사포의 단편 대부분이 그러하듯, 이 짧은 시구역시 누가 누구에게 어떤 맥락에서 건네는 표현인지는 알 길이 없다. 행여나 다른 자료가 추가로 발견되지 않는 한 우린 이 노랫말 그대로 감상하는 수밖에 없다.
사포는 여러 작품에서 "기억"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사포로부터 수백 년 뒤 인물인 철학자 플라톤은 사랑(EROS)에 관하여 다룬 저 유명한 작품 <향연Symposion>에서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인간은 불멸을 추구한다, 죽을 운명을 타고난 인간이 영원히 사는 방법은 후대의 기억 속에 남아 살아가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하였다.
플라톤의 말대로 후대인의 기억에 남는 것이 곧 죽지 않는 길이라면, 지금으로부터 2600년 전 레스보스섬에 살았던 한 여성 시인 사포, 그리고 그와 함께 노래하며 울고 웃었던 아티스, 곤귈라, 아나크토리아, 아반티스, 미카, 클레이스를 비롯한 많은 여성들은 파편으로 남아 전하는 그의 작품을 통해 지금도 살아서 노래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이 <단편 147>은 현실로 이루어진 사포의 예언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