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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때하자 Jun 28. 2021

8. PSAT 양치기, 안 힘드세요?

문제를 많이 풀어 체력을 기른다? 더 피곤할 뿐입니다

  계산 연습에 이어 잘못된 PSAT 공부법으로 지적할 두 번째는 바로 '양치기'다. 여기서 양치기란, 하루에 PSAT 한 세트(5급 기준 언자상 토탈 120문제) 혹은 그보다 많은 문제를 푸는 것을 의미한다. 적잖은 학원 강사들은 PSAT 점수의 저조함을 수험생의 게으름 탓으로 돌리며 더 많은 문제를 풀라고 말한다. 물론 수험생에게 게으름은 독이지만, PSAT 점수가 오르지 않은 데 대한 책임에서는 -제대로 된 훈련법을 가르쳐주긴 커녕 저급한 모의고사 문제를 내밀며 양치기를 권한- 학원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은 양치기를 통해 ①문제 유형에 익숙해지고 ②푸는 속도도 향상되며 ③실수도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랬다면 참 좋았을 텐데, 애석하게도 양치기의 효과는 극히 제한적인데 비해 부작용은 매우 크다. (혹시 주변에 양치기를 통해 효과를 보았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겐 제대로 된 훈련을 받았다면 10%의 시간만 투입하고도 그 성적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위의 기대효과를 하나하나 짚어보자. 첫째로 문제 유형에 익숙해지는 것, 맞다. 양치기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하게 확실한 효과다. 'PSAT은 이런 문제가 나오는구나~ 이런 유형이 자주 나오는군!'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양치기를 하지 않아도 PSAT 유형에 익숙해지는 데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 반드시 하루에 120문제~200문제를 풀어야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그간 공부했던 다른 시험들과 비교해보자. 대체 어느 시험을 준비할 때 '문제 유형에 익숙해지기 위해' 수천 문제를 풀었나? PSAT 문제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최근 3개년 기출문제만 풀어도 충분하다. 다시 말해, 그 이상 풀어봤자 더 이상 익숙해질 것도 없다는 말이다.

  다음으로 푸는 속도가 빨라질까? 글쎄 그랬다면 양치기를 많이 할수록 점점 PSAT 문제를 푸는 속도가 빨라져 점수 향상으로 이어졌어야 한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수험생들, PSAT을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몇 년을 양치기해서 기출문제를 달달 외운다 해도 PSAT 성적은 오르지 않고 문제 푸는 속도는 여전히 더딘 사람이 많다.

  즉 양치기는 속도 향상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첫 글에서 말했듯이 PSAT은 사전 지식을 테스트하는 시험이 아니다. 한국사 능력검정시험 등 지식을 평가하는 시험을 숱하게 쳐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아는 문제는 푸는 데 1분도 안 걸리고, 모르는 문제는 한 시간을 줘도 답을 찾을 수 없다. 반면 PSAT은 아무리 쉬운 문제도 1분 내로 풀기는 어렵고,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한 시간이면 누구나 맞힐 수 있다. 문제를 풀수록 속도가 빨라지는 건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시험에서의 이야기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 수학 문제를, 역사 문제를 수 천 개 푸는 건 유효한 공부법일 수 있다. 그러나 PSAT의 풀이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양치기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셋째로 양치기가 실수를 줄여줄까? 아니라고 단언한다. 오히려 실수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 PSAT은 집중력을 통해 순간의 판단 착오를 줄이고 정확하게 주어진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다. 말인즉슨, 순간 발휘하는 집중력에 따라 문제를 맞히고 틀리고 가 결정된다. PSAT 문제 40문제 중 실수가 5~6개 나오는 사람이라도, 단 한 문제만 주고 풀어보라고 하면 실수를 거의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한 문제를 푸는 2~3분 간은 집중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럼 이쯤에서 많은 문제를 풀수록 '오랜 시간' 집중하는 데 효과가 있지 않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이 부분이 바로 우리가 단단히 착각해온 부분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얼마나 오랜 시간 집중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순간적으로 깊게 집중할 수 있는지'이다. 비유하자면, 가벼운 덤벨을 얼마나 많은 횟수 들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고, 순간적으로 얼마나 무거운 중량의 덤벨을 들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제 나는 '오랜 시간 집중하는 능력'을 '집중지구력'으로, '순간적으로 깊게 집중하는 능력'을 '순간집중력'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우리가 실수를 연발하는 이유는 집중지구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순간집중력이 부족해서다. 왜냐하면 착각은 내가 잠시 방심하는 순간 발생하기 때문이다. 집중지구력또한 시험을 볼 때 중요한 요소이지만, 우리가 수능 시험장에서는 졸지 않았던 것처럼 시험 당일을 버틸만한 집중지구력은 이미 우리에게 내재되어 있다. (PSAT을 풀다가 오후에 너무 피곤해서 정신이 흐트러지는 건, 당 충전을 통해 극복할 문제지 훈련으로 극복하는 게 아니다. 페**로쉐 3개 묶음은 PSAT에 최적화된 초콜릿이다) 다시 말해 집중지구력은 우리가 이 시험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 긴장감만으로도 발휘될 수 있는 것이며 별도의 훈련이 필요한 게 아니다. 집중지구력을 높이는 데에는 마음가짐을 다잡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한편 순간집중력은 철저한 훈련을 통해 기를  있고 반드시 길러야 하는 능력이다. 영단어 암기를 많이 해본 사람은 알 텐데, 암기를 시작한 첫날에는 10개 외우기도 벅차던 것이, 매일 반복하다 보면 나중엔 하루에 100개도 외울 수 있다. 사람의 두뇌는 마치 운동을 통해 근력을 기르듯 훈련을 통해 능력을 점점 키울  다. PSAT 풀이법의 핵심은 '풀 문제와 안 풀 문제를 신속히 분류한 뒤, 푼 문제는 다 맞추고 풀지 않은 문제는 최대한 찍어서 맞춘다'는 것임을 고려할 때, 우리는 ' 문제를  맞히는' 순간집중력을 극한으로 키워야 한다.

  PSAT과외를 할 때, 학생들은 종종 PSAT을 잘하고 못하는 사람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묻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평소 어리바리한 사람들이 PSAT에서 실수가 잦은 경향이 있다."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그렇지만 낙담하지 말자. 어리바리하다고 PSAT을 못 본다는 말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어리바리한 사람이라도 시험장에서 순간집중력을 발휘할 훈련만 되어있다면 PSAT은 얼마든지 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양치기의 기대효과는 다른 방식으로도 얻을 수 있거나, 혹은 실제로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임을 확인했다. 반면 양치기를 통해 우리가 잃는 것은 무엇일까? 우린 양치기를 통해 ①시간 ②체력 ③문제, 그리고 ④집중력을 잃는다. 

  시간을 잃는다는 사실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하루에 PSAT 2세트를 푸는 학생의 경우 1세트당 90분(1과목) × 3과목 = 270분, 휴식 시간을 더하면 최소 300분을 두 번 반복하여 무려 600분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는 실 공부시간으로 10시간에 달하는데, 그럼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PSAT만 풀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누가 PSAT 잘 보면 최종 합격시켜준다고 했나? 5급이든 7급이든 2차 시험을 통과하기가 제일 어렵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PSAT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쏟아부으면 언제 2차 공부를 할까, 내가 PSAT에 양치기로 하루를 쏟아붓는 동안 내 옆자리에서 효율적으로 훈련하는 누군가는 2차 시험까지 두 마리의 토끼를 잡고 있다. PSAT에 쏟아붓는 시간은 하루 2~3시간, 길어야 5시간(1세트를 풀어보고자 할 때)이면 충분하다.

  다음으로 체력, PSAT은 고도의 순간집중력을 요하기 때문에 한 과목만 풀어도 체력이 급격히 소진되는데, 양치기를 하면 정말 녹초가 될 수밖에 없다. 혹자는 양치기를 하다 보면 정신력이 길러져서 많은 문제를 풀어도 거뜬하다고 주장하는데, 그런 논리라면 맞아도  아프기 위해 매일 맞고  먹어도 배고프지 않기 위해 매일 굶어야 한다. 시험장 당일의 체력이 걱정된다면 잘 먹고, 잘 자고, 시험 당일에 틈틈이 당을 보충해주면 된다. 정말 체력이 걱정되면 보약을 먹든지 밥 먹고 10분이라도 주변을 산책하자.

  마지막으로 우린 문제를 잃는다. 시간과 체력은 그렇다 치고, 문제를 잃는다는 게 뭘까? PSAT은 순간집중력을 키워야 점수를 향상할 수 있고, 순간집중력은 철저한 훈련을 통해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 그 훈련은 무엇으로 할까? 바로 PSAT 기출문제다. 앞서 나는 학원 모의고사가 PSAT과 생김새만 비슷한 다른 시험이라고 말했는데, PSAT의 효과적 훈련을 위해서는 '낯선' 기출문제가 필수다. 낯선 문제를 풀어야 순간집중력이 길러지는데, 양치기로 단기간에 너무 많은 문제를 소진하고 몇 차례 반복해 풀어버리면 정말 과장 없이 '한 줄만 읽어도' 답을 알 수 있게 되어버리고, 그 문제는 더 이상 훈련용으로 활용할 수 없다. (최소 1년은 안 풀어야 가물가물해진다)  

  양치기가 초래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집중력 상실이다. 양치기를 하면 그날 스케줄러(다이어리)에 적어두는 공부 계획은 'PSAT 2세트 풀기'와 같이 '정량적 목표'가 되어버리고, '집중해서 어제보다 많은 문제를 맞히기'라는 정성적 목표는 상실되어 버린다. 이처럼 목표가 전도되면, 몇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게 되고, 문제 하나하나에 대한 집중력은 떨어진다. 결국 하루에 200문제를 풀고도 집중력 훈련은 하나도 하지 못하는 참사가 발생한다. 이는 근력운동과도 유사한데, 헬스장에서 운동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단순히 운동을 몇 세트 했느냐보다 적은 개수라도 얼마나 바른 자세로 운동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괜히 드웨인 존슨(더 락, 어릴 때 WWE 참 좋아했는데 ㅎㅎ..) 형님이 Focus를 외치는 게 아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https://tenor.com/search/dwayne-johnson-focus-gifs)


명심하자. 몇 문제를 푸는지보다,

얼마나 집중하며 풀었는지가 중요하다.

  

  오늘은 양치기의 문제점에 대해 짚어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양치기 대신 어떤 방식으로 훈련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점심시간이 끝난 관계로 난 다시 본캐로 돌아가야 한다. (무슨 신데렐라도 아니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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