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얼마나 잘못된 공부를 하고 있었을까?
앞서 말했듯, PSAT은 지식 유무를 판단하는 시험이 아니다. 낯선 자료(Data)에 들어있는 정보(Information)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판단력을 요하는 시험이다. 따라서 PSAT 준비는 '공부'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판단력은 공부가 아니라 훈련을 통해 키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다수 수험생들은 PSAT을 공부하려 한다. 요즘도 비슷하겠지만, 내가 고시 공부하던 시절에는 삼삼오오 모여 PSAT스터디를 꾸리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에는 같은 고시생 신분으로서 가타부타 할 수 없어 지켜볼 뿐이었지만, 그래도 친한 지인들에겐 넌지시 말하곤 했다. 아무래도 PSAT 스터디는 성적향상에는 큰 도움이 안될 거라고. (내가 PSAT 스터디에 참여한 적은 없었다. 2차 시험과 달리 지식을 바탕으로 치르는 시험이 아니기에, 여러 사람과 모여 대비할 유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PSAT 스터디는 일반적으로 같은 문제를 동시에 푼 후 서로의 풀이법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그중 비교적 점수가 잘 나오는 사람이나 문제를 수월하게 푼 사람의 말을 진리처럼 받아들여 '학습'한다. 초시생들은 장수생(나도 장수생이어봐서 아는데 장수생의 말은 꽤 설득력있다)이나 연장자의 말을 따르기도 한다.
PSAT 스터디의 문제점은 세 가지고, 장점은 한 가지 뿐이다. 첫번째 문제점은 PSAT 성적이 좋지 않은 사람들(자신없는 사람들)만 PSAT 스터디를 한다는 것이다. 즉 PSAT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고수들은 스터디에 참여할 유인도 이유도 없어 참여하지 않는다. 결국 PSAT 스터디는 우물 안 개구리들의 모임이 되기 쉽다.
둘째로 서로의 풀이법을 나누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다. 개별 문제에 대한 특이한 접근법을 공유해봤자 그 방식을 제3의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함께 푼 문제를 서로의 머릿속에 각인시키게 될 뿐이다. (PSAT 문제를 외우는 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까먹어야 또 풀수 있다..! 적당히 멍청해야 유리하다) PSAT 스터디가 대부분 실제 기출문제를 바탕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세번째 문제점은 모든 그룹스터디가 갖는 태생적 한계인데, 친목 도모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서 일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예를 들면 연애를 한다든지.. 오히려 좋아) 특히 초시생들의 비중이 높은 PSAT 스터디의 경우, 주객이 전도되어 공부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예전처럼 PSAT 스터디를 많이 못할 것 같아 다행(?)이다.
PSAT 스터디의 유일한 장점은 다같이 모여 푸는 강제성이 부여되고, 시험장에서의 분위기를 간접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일 PSAT 스터디에 참여하지 않는 게 너무 불안하다면, 문제 분석없이 함께 시간재고 풀기만 하는 스터디를 해보자. 문제 분석은 앞으로 알려주는 방식을 차근차근 따르면 된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잘못된 공부법을 소개하기에 앞서 아래의 물음에 답해보자.
1. 풀이 속도를 높이고 정확도를 높이고자 복잡한 계산연습을 반복한 적이 있다. (O/X)
2. 하루 언자상 한 세트(5급 : 120문제, 7급 : 75문제) 혹은 그보다 많은 문제를 습관적으로 푼다. (O/X)
3. 해설을 보며 틀린 문제의 풀이법을 해설지대로 익히려 한 적이 있다. (O/X)
4. 책 또는 강의에서 알게 된 독특한 풀이법을 익히고자 노력하거나, 정리한 적이 있다. (O/X)
5. 틀린 문제의 지문과 보기, 선지까지 하나하나 뜯어서 분석해본 적이 있다. (O/X)
6. 문제를 풀기에 앞서, 어떤 유형의 문제인지 파악하고 미리 배운 풀이법대로 접근하려 노력한다. (O/X)
위 질문은 모두 잘못된 공부법에 대한 물음이다. 혹시라도 자책하거나 슬퍼하지 말자. 하나라도 O표시를 했다면, 이 책을 통해 더 나아질 수 있는 것이고 동그라미 개수가 많을수록 앞으로 올릴 수 있는 점수의 폭도 크다는 의미다. 오히려 좋아
* 이중 2번 질문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약간 문구를 수정하였다. 하루 한 세트를 풀어보는 것은 준비 초기에 필요한 절차다. 다만 하루 한 세트 푸는 것을 습관적으로 하는 것은 크게 필요치 않다는 의미다.
우리가 문제 의식없이 맹목적으로 반복해왔던 잘못된 PSAT 공부법은 크게 다음과 같다.
1. 계산연습
2. 양치기
3. 해설을 통한 공부
4. 독특한 풀이 익히기
5. 문제 해부식 오답정리
6. 문제 유형 분류 및 문제 유형별 전략 짜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이 당연하다. 과외를 할 당시에도 학생들에게 설명해주기 전까진 도통 납득하지 못하는 눈빛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위 방식들은 모두 학원가에서 보편적으로 알려주는 학습법이라서 잘못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이고, 학원 강의를 통해서도 얼마간은 점수가 올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불량식품을 먹어도 약간의 포만감은 느껴지는 법. 아폴로도 10봉지 먹으면 배부르다)
이제 찌푸린 이맛살을 피기 위해 하나하나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차분히 파악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