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할때하자 Jun 20. 2021

2. PSAT의 본질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일 잘하는 사람이야!

 


  월요일 오전부터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극심해서, 점심시간에 고구마 한 개 입에 물고 노트북을 열었다. 드디어 본론이다. 모든 수험서에 으레 등장하는 '응시과목 및 시험시간'을 안내하는 페이지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단순히 시험 정보를 전하고자 글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어떤 수험서에서도 언급한적 없는, PSAT이 원하는 인재상에 대해 출제위원 시각에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PSAT은 언어논리, 자료해석, 상황판단 세 과목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과목은 40문제(90분)로 구성된다. 대략 한 문제당 2분 내에 풀어야 모든 문제를 풀고 OMR 마킹까지 마칠 수 있다. 언어논리는 수능 비문학 스타일과 논리학(명제) 문제들, 7급의 경우 이에 더해 신유형인 실무형 문제(보고서 보완 등)가 등장한다. 자료해석의 경우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확히 분석하는 과목이고, 상황판단은 법조문 해석이나 퀴즈, 언어논리와 비슷한 비문학 지문 등이 등장한다. 최근에는 상황판단과 언어논리의 구분이 조금 흐릿해지는 경향도 있다. 언어논리과목 기준으로 한 문제당 반페이지 정도의 비문학 지문이 등장하니 (여타 적격성평가들이 그렇듯) 문제 수에 비해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낙담할 필요가 없다. 시간 부족하게끔 만든 시험이니, 오히려 시간이 부족하지 않은게 비정상이다. 나의 경우에도 과목당 몇 문제는 풀지 못했거나, 일부러 풀지 않았다. 수능과 달리 100점을 노리는 시험이 아니기에 시간이 부족한지 보다 푼 문제를 얼마나 맞추느냐(풀었는데 틀리면 시간도 날리고 점수도 날리고 나의 1년도 날린다)가 중요한 싸움이다.


 모든 시험은 두 유형 중 하나에 속한다.


   1. 지식을 평가하는 시험 (수능, 중간, 기말고사 등..)

   2. 판단력을 평가하는 시험 (인적성 평가 등)


 우린 대체로 1번 유형의 시험에 익숙했다. 학창시절과 대학생활을 거쳐오면서 우리가 봐온 대부분의 시험은 지식을 묻는 것들이었다. 달달 외워야 했기 때문에 눈 비비며 밤을 새웠고, 연신 커피를 들이켰다. 그런 시험에 익숙했던 우리들에게 PSAT은 너무도 낯선 존재다.

 PSAT을 비롯한 인적성 평가들은 판단력을 묻는 시험으로, 특정 분야에 대한 암기나 이해와 같은 일체의 사전지식을 요하지 않는다. 출제지침에도 '특정 분야에 대한 사전지식이 문제 풀이에 도움되어서는 안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고 IQ테스트처럼 대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PSAT은 실제 업무 현장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을 약 2분 내에 해결할 수 있도록 간소화하여 (실제 상황은 며칠 혹은 몇달이 걸리기도.. 혹은 몇년이 지나도 해결이 안되기도 한다) 제시하는 시험으로 충분히 대비가 가능하다. 많은 수험생들은 PSAT이 대체 실제 업무와 무슨 연관이 있냐며 투덜거리는데, 막상 실무를 접해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용역 결과보고서, 소논문, 참고문헌 등을 읽고 이를 간략하게 요약해 보고하는 경우(언어논리), 실태조사 자료 및 예결산 자료 분석 등 각종 자료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필요한 경우(자료해석), 법령 해석 및 재개정이나 단체 간 갈등을 조율하고 정책 우선순위를 정하는 등 정교한 판단력이 필요한 경우(상황판단) 등 PSAT 각 과목은 실제 업무 상황의 축소판과 같다. 아래 예시를 보자. (출처 : 2020년 7급공채 PSAT 모의평가 기출)

 


* 좌측부터 차례로 언어논리, 자료해석, 상황판단이다. 이처럼 PSAT에는 실무가 녹아있다.  



 그렇기에 PSAT을 잘하기 위해서는 실무 역량을 키워야 한다. 무슨 말이냐면, '일 잘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이 곧 PSAT 성적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일 잘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암기력? 중요하지 않다. 계산? 우리에겐 쌀집계산기가 있다. 답은 단순하다. 조직은 빠릿빠릿하고 실수가 적은 사람, 돌아가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시의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사람을 원한다. 여기에 더해 멘탈도 튼튼해야 한다(직접해보니 체력보다 정신력이 더 중요하다). PSAT은 이런 사람을 선발하기 위한 시험이다.


 일하다보면 수많은 현안에 맞닥뜨리게 된다. 눈에 보이는 모든 현안을 다 해결해야 할까? 결코 그렇지 않다. 만사를 제쳐두고 해결해야 하는 시급한 현안(예기치못한 사건사고 등에 대처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다른 작은 업무들을 먼저 처리한 후 차근차근 접근해야 하는 현안(소송과 같이 장기화된 문제, 해결이 복잡하고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하는 문제 등)도 있으며, 때로는 직접 개입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되게끔 놔두어야 하는 현안(보조사업자간의 갈등 등 감정적 문제)도 있다. 그리고, 제 아무리 업무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빈곤, 실업 등..)가 있다.


 PSAT도 마찬가지다. 5급은 120문제, 7급과 민경채는 75문제가 주어진다. 이걸 하나하나의 현안이라고 본다면 어떤 문제는 좀 나중에 풀거나, 풀지 않는게 정답일 수 있다. 문제를 풀지 못하고 넘기는 걸 자존심 상한다고 생각하거나 불안해하지 말자. 너무 어려운 문제라면 잡고 씨름하느니 쿨하게 넘기는게 현명한 판단이다. (푸는 데 6분 걸릴 문제 하나를 잡고 있느니, 다른 3문제를 풀자) 고난도 문제에서 출제위원을 이기는(역관광시키는) 방법은 문제를 풀지 않는 것이다. 문제가 무서워서 피하나 어려워서(더러워서) 피하지. 생각외로 출제위원들(교수님이나 현직 사무관)은 수험생들이 자신이 낸 문제를 무시하고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지 못한다.


결국, 일을 잘하려면 연수와 훈련이 필요한 것처럼 PSAT을 잘 풀기 위해서도 공부가 아닌 훈련이 필요하다. 


다음 글에서는 그간의 공부법들이 왜 효과가 없었는지, 왜 수백만원의 학원비와 교재비를 지불하고도 PSAT 점수는 제자리 걸음이었는지 그 원인을 짚어볼 예정이다.     


 

 

    

이전 01화 1. PSAT, 공부가 아닌 훈련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