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 5. 가장 보통의 존재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by 정준민

성수대교가 무너졌다. 그 커다란 다리가 거짓말처럼 무너졌다. 내 속마음을 알아주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죽었다. 내가 알던 세계가 무너졌다. 새로운 세계를 살아가야만 한다.

영지의 유언과 같은 편지는 이런 은희의 마음을 정확히 대변하면서도, 앞으로의 새로운 세계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의 방향을 제시한다.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어느 날 알 것 같다가도 정말 모르겠어. 다만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들이 함께 한다는 것.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 세계는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


영지의 편지가 내레이션으로 제시될 때, 은희는 마치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듯 주변의 친구들이 자기들끼리 환하게 웃고, 떠들고 있는 모습을 바라본다. 영원히 속마음을 알아줄 집과 같은 누군가는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눠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세계를, 그리고 자신을 다르게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일까.

오프닝 씬에서 잘못된 집을 찾아가 엄마라는 애꿎은 타인을 탓하던 은희는 라스트씬에 와서는 오롯이 본인에 집중하여 이 세계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한다. 알을 깨고 나오는 순간이며, 피터팬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시발점.


이제 가장 보통의 존재 은희는 본인이 세계에 의해 인정받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이 세계를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할 것이다. 날기 위해 1초에 80번의 날갯짓을 하는 벌새처럼. 그녀의 고민의 스케치는 영지의 말처럼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이 세계에서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누는 모습일까.


이 영화는 벌새를 만든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감독이 벌새라는 영화를 만든 것처럼 은희는 자신의 보통의 삶을 타인들과 나누며 위로하려고 할까. 그것이 본인이 살아가는 방식이며, 어쩌면 기존의 세계를 바꿔보려는 조그마한 움직임일까.


은희는, 김보라 감독님은 그렇다 치고.

나는,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어느 날 알 것 같다가도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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