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이 피터팬에게

어른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변명

by 정준민

“그래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요. 전 그냥 이대로 남고 싶어요.”


중2부터 2년을 그렇게 보냈다. 학교에서의 모든 활동들은 재미가 없었고, 게임은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삶의 기준은 재미가 됐다. 사실 재미가 없었기 때문에 학교에서의 활동이나 공부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영원히 이대로 남고 싶었던 것 같다. 어린아이인 채로.


노력을 하고는 싶었는데, 노력하고 싶지는 않았다. 가끔 게임 이외에도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들이 있었는데, 막상 하려고 하다 보면 그걸로 뭔가 되려면 정말 많은 노력을 들여야 된다는 걸 느꼈다. 그러면 재미가 없어졌다. 그러곤 재미가 없어졌다는 이유를 대며 하지 않았다. 그렇게 빠져나왔다.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갔다.


비단 2년만 그랬을까. 기억이 있는 7살부터 내 삶의 기준은 항상 재미였다. 나의 방어기제는 두려움을 느낄 때면 그 대상에 대해 ‘재미없다’는 이름표를 붙인 채로 손쉽게 노력의 무게를 덜어냈다. 사실, 지금도 그럴 때가 많다.


그런데 내가 그런 아이들을 변화시키려는 일을 하려 한다. 나 같은 피터팬들이 어른이 되도록 하는 게 내 꿈이다. 아이러니하다. 여전히 나는 피터팬인데, 피터팬들을 깨우려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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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자격이 없게 느껴지지만, 변화란 게 모순적이어서 내가 피터팬인 측면이 있어서 오히려 할 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어른이 된 사람들은 피터팬의 마음을 공감할 수 없다. 그러니 어른의 시각으로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려 한다. 공감은 꿈도 못 꾼다. 사실 이해도 못 한다. 그래서 그들의 언어는 피터팬의 마음에 닿을 수가 없다. 그들은 자신이 피터팬이었던 시절을 이미 잊어버렸다. 그들의 언어는 이미 피터팬들에게 아랍어보다도 어렵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피터팬이다. 게으르고, 나태하며, 말초적인데, 심지어 무책임하다. 그래서 다른 피터팬들을 볼 때 동질감을 느낀다. 해서 내 마음이 닿을 수 있을 것이다?


잘 모르겠다. 정말 내가 그들을 공감하고 있는지. 그리고 설령 내가 공감한다 하더라도 그들에게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지. 표현하는 것이 부끄럽다. 그런데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닌 것처럼 표현하지 않으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닌가. 그렇게 마음이 닿지 않는데 그들이 변화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내 감정도 잘 모르겠다. 공감하고 있으나, 피터팬들을 정말 사랑하는지. 그들을 향한 내 감정이 무엇인지. 설렘, 두려움, 흥분, 집착, 부러움 등의 감정들이 뒤섞인 이 감정을 어떤 언어로 가두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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