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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영 Jan 31. 2021

어쩌면 이기심

대답 바라고 하는 말 아니야

우연히 드라마를 다시 보다가 여주인공이 고백하는 장면을 봤다. 길고 길었던 짝사랑을 남주인공에게 고백을 하는 장면에서 좋아한다고 해놓고 대답 안 해도 된다니 아니 대답을 하지 말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그리고 같이 밀려오는 의구심은 이렇게 말했다. 어쩌면 고백은 짝사랑 상대와의 관계 발전을 위함이라는 포장지로 돌돌 싼 내 마음 떠넘기기 따위의 이기심이 아닐까? 사실 그 속내는 이 무겁고 어려운 마음을 나 혼자 짊어지고 감당하기는 이제 슬슬 지치니까 내 입으로 혹은 손가락으로 좋아한다는 말을 전하면서 이 감정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특히 입 밖으로 내뱉는 중한 일까지 다 해냈으니 나머지 몫은 너의 것이라고. 그러한 책임전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대답을 바라지 않는다니 실제로 고백을 한 입장에서 답을 바라지 않을 수 있을까? 내뱉은 직후에는 시원할지 몰라도 고백 이후에도 상대의 행동이 예전과 같다면 그것만큼 애타는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마음을 입 밖으로 내뱉고 감정은 오히려 더욱 배가 되는 경우가 많다. 내 목소리로 곱씹은 감정일수록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그 음성은 믿음이 되어버리는 것과 비슷한 맥락 아닐까. 속에서 웅크려있던 순전한 나만의 감정은 바깥으로 꺼내는 순간 더욱 커지고야 마는데 이 감정이 나오면서 착각으로 상대에게 말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의 감정 혹은 난 책임감을 다했으니 나머진 너의 몫의 감정으로 변질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순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겠지만.


고백을 한 후에는 그냥 당당해지자. 어차피 내뱉은 이상 옛날의 관계로 갈 수는 없다. 그때가 좋았다면 말하지 말았어야지. 그냥 혼자 좋아하고 싶었으면 고백하지 말았어야 하는 거니까. 애초에 관계 발전을 바라는 것도 그 사람도 나에게 마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착각도 결국은 나의 욕심이고 이기심을 수 있는 거니까.



그냥 이렇게 말하자. 당신을 좋아합니다. 그러니 답은 꼭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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