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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pybara Feb 17. 2022

목요일 같은 삶

주말과, 금요일만큼의 거리

목요일이 된 지 59분이 지나간다. 목요일이 되고 친구와 40분 남짓 전화를 했다. 상담에 가까운 전화였다.


목요일은 사람이 가장 기분 좋은 요일이라고 한다. 금요일은 주말을 바로 앞둔 날이다.  금요일이 되면 우리는 보다 세부적인 것들을 생각해야 한다. 예정된 휴식 속에 그림자처럼 맴도는 다음 주의 일정과 걱정들, 무료할 수도 번거로울 수도 있는 주말의 계획들에 관해서 말이다. 그러나 목요일은 그런 세부적인 것들로부터도 한 발짝 떨어져 있다. 단지 한 주의 절반 이상이 지나갔고 주말이 머지않았다는 사실만을 기뻐하면 될 뿐이다.

목요일이 특별한 이유는 주말과 적절한 거리를 두고 있어서이다.


상담은 나에게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내 주위 사람들은 곧잘 나에게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다양한, 사람들이다.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들에게 나는 귀 기울인다. 최소한 그렇게 보이게끔 한다. 아무 말 없이 이야기를 듣다가 내용을 재차 확인하고, "음, 음"과 같은 소리를 내다가 결론부에 집중도를 끌어올려 반응을 보인다.

형식적이잖아,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맞다. 리액션의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는 것이 나의 상담 원칙이다.

물론 형식적으로 느껴지지 않게 하는 것 역시 원칙 중 하나이지만, 형식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고민의 내용만을 전달하지 않는다. 본인이 겪고 있는 혼란스러운 감정과 우울한 감정, 분노의 감정을 이야기에 얹어 전달한다. 그것들을 하나씩 내 안으로 받아들이다 보면 덩달아 깊은 늪에 빠지고 만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목요일이 되고자 한다. 나를 위해서도, 남을 위해서도 적절한 거리를 둔 채 행복을 주는 목요일.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그것으로 행복하고, 나는 그들이 행복해지는 것으로 행복하다.

때론 거리를 벌리는 일은 거리를 좁히는 일보다도 중요하다. 안전거리는 운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 스스로와도 적절한 거리를 둔 채 목요일처럼 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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