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낼래, 마음 낼래, 둘 다 낼래

연중 제6주일 / 마르코복음 1,40-45

by 글방구리

저는 우리 속담을 참 좋아합니다. 말이든 글이든 적재적소에 속담 한 줄을 인용하면 통쾌하기까지 합니다. '잘 쓴 속담 한 줄, 열 문장 필요 없다'라는 새로운 속담을 만들어 내고도 싶지요. 오늘 복음을 읽으면서 "화장실 갈 때 마음과 올 때 마음이 다르다"라는 표현이 떠올랐어요. 속담이라고 하기는 조금 저속해(?) 보이기는 합니다만, 치유받기 전에는 예수님 앞에 무릎 꿇고 간청하던 사람이 치유가 된 다음에는 예수님의 당부는 내팽개치고 자기 마음대로 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복음에 등장하는 나병환자의 말도 다른 치유사화에 나오는 환자들과는 분위기가 묘하게 다릅니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부분인데요. 독일어 성경에서는 딱히 '스승님'이라고 씌어 있지는 않고 'du'라고 칭하니, 이 부분은 신경 쓰지 않기로 합니다. 그런데 '하고자 하시면'이라는 구절은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하고자 하시면'이라는 우리말 표현도, 'Wenn du willst'라는 독일어 표현도 '할 능력이 있으면'이라는 뜻이 아니라 '할 마음이 있으면'에 더 가까워 보여요. 말하자면 그는 예수님의 치유 능력을 못 믿는 게 아니라, 그분이 가지신 능력을 자신에게 써줄 마음을 내달라는 부탁인 거죠. 예수님도 그에게 측은지심이 생겨서 마음을 내십니다. 그는 바로 치유되었고요.


사달은 그다음에 일어납니다. 예수님은 그에게 동네방네 떠들지 말고 조용히 자신이 살던 공동체로 복권하라고 당부하지만, 그의 귀에는 예수님의 말이 들리지 않습니다. 그로 인해 예수님은 고을로 들어가지 못하고 외딴곳에 머무르셔야 했습니다. 유명세를 타서 권력을 쟁취하거나, 사람들의 인기몰이를 하려는 게 예수님의 목표가 아님을 알 수 있는 구절입니다.


얻어먹거나 노숙을 하지 않는 한, '돈을 내야' 살 수 있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나라마다 돈을 내야 하는 곳과 내지 않는 곳이 다릅니다. 공중화장실을 사용하는 데도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돈을 내지 않아도 멋진 광경을 보여주는 나라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돈을 내려면 돈이 있어야지요. 아무리 내고 싶어도 가진 게 없으면 낼 수 없는 게 돈입니다.


마음은 달라요. 내기로 작정하면 어디에서든, 누구에게는, 무슨 일에든 낼 수 있는 게 마음입니다. 예수님은 마음을 내면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셨고요. 예수님이 보여주신 거라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예수님은 당신만 할 수 있고 우리는 할 수 없는 길을 가지는 않으셨어요. 물론 '똑같이' 할 수 있지는 못하지만, 따라 할 수는 있을 거예요. 예수님이 사신 대로 살아라, 하시는 게 하느님이 예수님을 인간으로 보내신 뜻이니까요.


보육교사로 아이들과 지낼 때, 아이들에게 가끔 '마음 주머니'에 대해 말하곤 했어요. 서로 양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주로 사용했지요. 키가 자라는 만큼 생각 주머니도 커지고, 마음 주머니도 커져야 한다고요. 마음 주머니에서 가장 꺼내기 쉬운 것은 남을 가엾이 여기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돈 주머니와는 달리 자주 열어도 줄어들지 않고, 꺼내면 꺼낼수록 오히려 더 많아지고 커지는 요술 주머니. 내가 벌어 채우지 않아도 저절로 채워지는 마음 주머니. 그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이 뭔지 자주 들여다보는 한 주간이 되자고 다짐해 보는 아침입니다.


나병환자를 고치시다
어떤 나병환자가 예수님께 와서 도움을 청하였다. 그가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하였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자 바로 나병이 가시고 그가 깨끗하게 되었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곧 돌려보내시며 단단히 이르셨다.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네가 깨끗해진 것과 관련하여 모세가 명령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 그러나 그는 떠나가서 이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퍼뜨리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는 더 이상 드러나게 고을로 들어가지 못하시고, 바깥 외딴곳에 머무르셨다. 그래도 사람들은 사방에서 그분께 모여들었다.
Die Heilung eines Aussätzigen
Und ein Aussätziger kam zu ihm; der kniete vor ihm nieder und bat ihn: Wenn du willst, so kannst du mich reinigen. Und er hatte Erbarmen mit ihm und streckte die Hand aus, rührte ihn an und sagte zu ihm: Ich will`s tun: sei rein! Und sogleich verschwand der Aussatz, und er wurde rein. Und Jesus fuhr ihn an, wies ihn sogleich von sich und sagte zu ihm: Sieh zu, daß du niemand etwas sagst; sondern geh hin, zeige dich dem Priester und bringe das Reinigungsopfer dar, das Mose geboten hat, ihnen zum Zeugnis. Er aber ging weg und fing an, viel davon zu reden und die Geschichte überall bekannt zu machen, so daß Jesus hinfort nicht mehr öffentlich in eine Stadt gehen konnte: sondern er war draußen in einsamen Gegenden; doch sie kamen zu ihm von allen Ecken und En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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