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방구리 Aug 10. 2024

워딩보다 메시지를

연중 제19주일 / 요한복음 6,41-51

"도대체 누가 그런 말을 했는데?"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나거나, 얼토당토 하지 않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오는 반응이지요. 말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말의 진원지가 어디인가에 따라 신뢰도가 달라졌어요. "신문에 났어. 티브이 뉴스에 나왔어."라고 하면 그게 다 사실이라고 믿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선생님 말씀이 곧 진리인지라, 아이들이 "우리 선생님이 그렇댔어."라고 우기기 시작하면 도무지 설득시킬 재간이 없었습니다.


각종 정보가 쏟아지는 요즘에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아차리기 더 어려워졌습니다.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믿고 싶은 이야기만 믿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과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고, 나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아 보입니다. 나와 다른 편에 서 있는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에는 관심을 주지 않고, 그가 '누구'인지에 더 집중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렇듯, 메시지를 보지 않고 메신저를 공격하는 상황은 예수님 시대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나 봅니다. 예수님은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이라는 비유를 들며 육신의 목숨으로 끝나지 않는 영원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는데, 그 말을 듣고 있는 사람들은 메시지보다 메신저의 출신을 두고 수군거립니다. 예수님을 하잘것없는 동네 목수 아들, 평범한 이웃집 부부의 아들로만 보는 이들에게 예수님의 말씀이 귀에 들어올 리가 없습니다. 귀에 닿지 않는 말이 마음이나 머리에 받아들여질 리가 없고요. 


예수님의 말씀은 굉장히 센세이셔널합니다. 광야에서 만나를 먹으며 탈출에 성공한 조상들의 역사는 그들에게 자랑스러운 과거사요, 대대로 기념하는 해방의 경험이지요. 그런데 예수님은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도 없는 새로운 길이 열릴 거라는 선포를 하시는 거예요. 조상들이 아무리 훌륭해도 죽음을 극복하지는 못했는데, 예수님 당신이 보여주는 삶은 육신의 목숨이 끝나도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거죠. 예수님 당신이 한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가능하다는 겁니다. 


물론 저는 요한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말씀들을 예수님의 진짜 '워딩'이라고 믿지 않습니다. 그 긴 내용을 녹취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수십 명의 비서들이 토막토막 나눠서 외운 것도 아닐 테니까요. 신학자들에 따르면 요한복음서가 네 복음서 중 가장 늦게 집필되었다고 하는 것만 봐도, 복음 말씀을 예수님의 워딩이라고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러면 요한복음 사가가 거짓이나 과장을 했을까요? 아니, 저는 워딩을 넘어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이 남기신 메시지를 예수님의 입을 빌려 기록해 둔 거라고요. 요한복음 사가의 해석이 전혀 개입되지 않았다고 할 수 없으나, 가능한 한 예수님의 입장에서 전하려 노력했다고요. 예수님이 돌아가시고 부활하시고 난 뒤, 예수님의 유지대로 빵을 나눠 먹으며 예수님을 기억하던 사람들이 그보다 더 훗날의 사람들을 위해, 긴 워딩 안에 메시지를 숨겨 놓은 거라고요.


오늘 복음은 여기에서 끝나지만 생명의 빵에 관한 설교문은 더 이어집니다. 이렇게 비슷한 내용을 여러 주간 동안 연속으로 읽으니 주일마다 새로운 강론을 쓰셔야 하는 신부님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네요. 그러니 미사시간에는 졸음이 쏟아지더라도 눈을 더 크게 뜨고, 귀를 더 쫑긋 세우고 강론 말씀을 들어야겠어요. 제가 놓친 예수님의 메시지가 미사를 집전하시는 신부님을 통해서 들려올 수 있을 테니까요. 예수님이 43절에서 "너희끼리 수군거리지 마라."라고 하셨으니, 옆사람과 잡담도 금지해야겠죠?


예수님께서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 하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유다인들이 그분을 두고 수군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말하였다.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 예수가 아닌가?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우리가 알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저 사람이 어떻게 '나는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너희끼리 수군거리지 마라.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이끌어 주지 않으시면 아무도 나에게 올 수 없다. 그리고 나에게 오는 사람은 내가 마지막날에 다시 살릴 것이다. '그들은 모두 하느님께 가르침을 받을 것이다.'라고 예언서들에 기록되어 있다.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배운 사람은 누구나 나에게 온다. 그렇다고 하느님에게서 온 이 말고 누가 아버지를 보았다는 말은 아니다. 하느님에게서 온 이만 아버지를 보았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믿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 너희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고도 죽었다. 그러나 이 빵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
Da murrten die Juden über ihn, weil er sagte: Ich bin das Brot, das vom Himmel gekommen ist, und fragten: Ist das nicht Jesus, der Sohn Josefs, dessen Vater und Mutter wir kennen? Wie kann er jetzt sagen: Ich bin vom Himmel gekommen? Jesus antwortete ihnen: Murrt nicht untereinander. Es kann niemand zu mir kommen, wenn ihn nicht der Vater, der mich gesandt hat, zu mir zieht; und ich werde ihn am Jüungsten Tage auferwechen. Es steht geschrieben in den Propheten(Jesaja 54,13): Sie werden alle von Gott gelehrt sein. Wer nun dem Vater zuhört und von ihm lernt, der kommt zu mir. Das heißt nicht, daß jemand den Vater gesehen hat außer dem, der von Gott gekommen ist, der hat den Vater gesehen. Wahrlich, wahrlich, ich sage euch: Wer glaubt, der hat das ewige Leben. Ich bin das Brot des Lebens. Eure Väter haben in der Wüste das Manna gegessen und sind noch gestorben. Dies ist das Brot, das vom Himmel gekommt, damit der, der davon ißt, nicht stirbt. Ich bin das lebendige Brot, das vom Himmel gekommen ist. Wer von diesem Brot ißt, der wird in Ewigkeit leben. Und dieses Brot ist mein Fleisch, das ich geben werde, damit die Welt lebt.
이전 07화 그 빵을 제게도 주시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