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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방구리 Dec 15. 2024

누구에게 물어볼까요?

대림 제3주일 / 루카복음 3,10-18 / 자선주일

군중이 그에게 물었다. "그러면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요한이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이에게 나누어 주어라.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하여라." 세리들도 세례를 받으러 와서 그에게, "스승님,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자, 요한은 그들에게 "정해진 것보다 더 요구하지 마라." 하고 일렀다. 군사들도 그에게 "저희는 또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고 묻자, 요한은 그들에게 "아무도 강탈하거나 갈취하지 말고 너희 봉급으로 만족하여라." 하고 일렀다.
백성은 기대에 차 있었으므로, 모두 마음속으로 요한이 메시아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요한은 모든 사람에게 말하였다.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러나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오신다. 나는 그분의 신발끈을 풀어드릴 자격조차 없다.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 또 손에 키를 드시고 당신의 타작마당을 깨끗이 치우시어, 알곡은 당신의 곳간에 모아들이시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워버리실 것이다." 요한은 그 밖에도 여러 가지로 권고하면서 백성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였다.

○•••오만불손 독불장군이던 우리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마침내 국민의 손에 의해 직무가 정지되었습니다. 그 자가 행했다는 행동들 중에는 과장되거나 왜곡되어 전해진 것들도 있겠지만 텔레비전을 통해 보이는 그의 태도나 성정으로 볼 때 그럴 수 있겠다고 합리적 추론이 되는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한 시간 동안 회의를 하면 그중 58분 동안 그 자가 혼자 이야기한다,라는 설도 있었습니다. 충분히 그랬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알거나,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도 말할 기회를 주었더라면 오늘날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겠기 때문입니다.


○•••저는 퇴직하기 전에 어린이집에서 일했습니다. 원장도 평교사도 아니고, 회사로 보자면 중간관리자쯤 되는 주임교사라는 직책을 겸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원장은 적어도 주임교사들의 의견은 들어 보려고 애쓰던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의견을 듣는 것과 그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은 다르더군요. 굉장히 민주적으로 회의를 하셨고, 주임교사들도 기탄없이 의견을 내기는 했으나 최종적으로는 원장이 제안하고 생각한 방향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런 원장의 성향을 잘 몰랐을 때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고 설득을 해 보려고도 했으나 한 해 두 해 지내며 '어차피 그 일은 원장이 처음 생각한 대로 하게 될 것'을 알게 된 후로는 어지간해서는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쓰는 신조어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지요. 그 말은 바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해!)였습니다. '답정너'들 사이에서 살다 보면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게 됩니다. 일이나 생각소극적으로 하게 되지요. 내게 어떤 생각이 있든 결정권을 가진 사람의 뜻대로 진행될 텐데 뭐 하러 애써 고민하겠어요?  


'앞으로 제가 어떻게 살면 좋겠습니까?'

무언가 결정하기 어려울 때,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 막막할 때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가까이에 있다면 참 복 받은 사람일 것 같습니다. 그런 질문을 받고 그 사람의 처지와 상황에 맞는 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더없이 훌륭한 사람이겠고요. 오늘 복음에 나오는 세례자 요한 같은 예언자보다는 국정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묻지 않았던 권력자, 이미 방향을 정해 놓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답정너가 우리 주변에는 더 많습니다. 저 역시 제 고집과 주장만 옳다고 생각하며 남에게 묻지 않는 사람이기에 이런 성찰이 더 따갑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네요.


오늘 복음 말씀은 회개하고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으라는 요한의 설교에 이어지는 장면입니다.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묻는 질문에 요한은 각자가 하고 있는 직업과 상황에 따라 '맞춤형 답변'을 들려줍니다. 요한이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라는 딱딱한 캐릭터라서 선뜻 물어보기 어려워할 수도 있으나 요한은 마음을 활짝 열고 그들의 물음에 일일이 답을 해 줍니다. 요한은 답정너가 아니었어요.


군중에게는 옷이나 먹을 것을 못 가진 사람들과 나누라고 하고, 세리들에게는 정해진 것보다 더 요구하지 말라고 합니다. 군사들에게는 아무도 강탈하거나 갈취하지 말고 봉급으로 만족하라고 권합니다. 세리나 군인이라는 특정 직업에 속하지 않는 저는 군중의 한 사람으로 요한의 권고를 들어 봅니다. 두 벌이 있으면 한 벌도 없는 이들에게 나누고, 두 그릇의 밥이 있으면 한 그릇도 없는 사람에게 나눠주라니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두 벌이 있으면 한 벌 더 넉넉히 챙겨두고 싶고, 보리밥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면 쌀밥으로 바꿔 먹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툭 던진 질문에, 이미 가지고 있는 나 자신보다 아직 가지고 있지 못한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회개에 합당한 열매라는 어려운 답을 돌려받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묻지 말걸, 하는 후회도 살짝 하게 됩니다.


교회는 이 복음 말씀을 읽는 오늘을 '자선주일'로 지냅니다. 나보다 덜 가진 사람을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단순한 가르침을 말씀 그대로 실천하라고 촉구하는 주일이지요. 아울러 네 개의 대림초 중에 분홍빛까지 세 개의 초에 불을 밝히는 '기뻐하라 주일(장미주일)'이기도 합니다. 없는 이를 도우면 마음이 기뻐지나 봅니다. 예수님이 곧 오실 것을 미리 기뻐하는 뜻도 있지만, 그분의 오실 길을 준비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을 듣고 방향을 정한 날이기에 기쁜 날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살지 잘 모르겠으면 겸손하게 물어보자, 누군가 내게 물어 올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 두자, 내 상황에 맞는 답을 들었으면 어렵더라도 실천하자, 그 실천이 내 본능적 욕구를 거스르는 것이라도 답을 들은 이상 실천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잊지 말자. 답을 들었으니 몰랐다고 발뺌하기도 틀린 것 아닌가.'

성탄절이 열흘 앞으로 바짝 다가왔습니다. 너무 늦기 전에 둘레를 부지런히 살펴봅시다. 누구에게 옷 한 벌이 없는지, 누구 밥그릇이 비었는지, 나 자신보다 먼저 챙겨줘야 할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Und die Menge fragte ihn: Was sollen wir denn tun? Er antwortete ihnen: Wer zwei Hemden hat, der gebe eines dem, der keines hat; und wer zu essen hat, der gebe auch ab. Es kamen auch Zöllner, um sich taufen zu lassen, und fragten ihn: Meister, was sollen denn wir tun? Er sagte zu ihnen: Fordert nicht mehr, als euch vorgeschrieben ist! Da fragten ihn auch die Soldaten: Was sollen denn wir tun? Und er sagte zu ihnen: Beraubt und erpreßt niemand und seid mit eurem Sold zufrieden! Als aber das Volk voll Erwartung war und alle sich in ihren Herzen Gedanken machten, ob Johannes vielleicht der Christus wäre, antwortete Johannes allen: Ich taufe euch mit Wasser; es kommt aber einer, der ist stärker als ich, und ich bin nicht gut genug, ihm die Riemen seiner Schuhe zu lösen; der wird euch mit dem heiligen Geist und mit Feuer taufen. In seiner Hand ist die Worfschaufel, und er wird seine Tenne fegen und den Weizen in seine Scheune sammeln, doch die Spreu wird er mit unauslöschlichem Feuer verbrennen. Und mit vielen andern Worten ermahnte er das Volk und verkündigte ihm das H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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