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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읽는 공간

나의 북카페

by 아침엽서


때때로 누군가의 조언이, 좋은 글이, 수상소감이, 갈등이나 불행이, 글을 쓰지 못하게도 하지만 글을 쓰게도 한다. 어쩌면 저렇게 감동적인 글을 써내는지 부러운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같은 이유로 건져 올리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 아파트 정원의 대추나무에 대추가 붉게 물들어가고 있다. 저 대추나무와 장석주 작가님네의 대추나무는 똑같이 태풍과 번개와 천둥을 이겨냈을 텐데, 나에겐 그저 단맛 나는 싱싱한 열매가 매달려 있었고, 작가님의 눈엔 온갖 세상의 풍파에 흔들렸으나 꿋꿋하게 이겨내고 붉게 익어가는 대추의 마음을 읽어내어 한 편의 시를 만들었다. 같은 것을 보고 다른 것을 느끼는 마음이 좋은 글을 만든다는 진리를 다시 상기한다.


심금을 울리는 많은 시가 있지만 생각만으로도 울컥하는 시, 안도현 시인의 <스며드는 것>이 있다. '꽃게는 배 속에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에서 이미 눈앞이 흐려지다가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에서는 추스를 여유조차 남아있지 않게 되고 그저 엉엉 울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 마음이 글을 쓰라고, 꾸역꾸역 일지라도 일단 써보라고 나를 부추긴다.


오늘 아침 그 마음을 안고 집을 나선다. 나는 주로 소파에 스며들기 직전의 자세로 앉아서 핸드폰에 글을 쓰곤 했다. 생각이 날 때 바로 글을 쓸 수 있는 장점도 있고, 소파에 앉으면 내 뇌는 내가 휴식을 취한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힘도 덜 든다. 단점은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워 생각이 쉽게 흩어진다는 것이다.


집 근처의 북카페는 동(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북카페인데 음료는 팔지 않는다. 카페보다 작은 도서관이 더 어울리는데 또 대출은 되지 않으니 도서관과 카페의 중간쯤 된다. 책도 읽고 글도 쓸 수 있는 공간, 북카페. 책향기로 가득한 이곳에서 나도 작가처럼 글을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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