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여름철 아빠의 보약

다사리(다슬기)를 삶아 쪽쪽 빨면 쏙쏙 내 입으로 들어오지.

by 아이쿠


아침일찍이나 해질녘이면 나와 혜진이는 다사리(다슬기)를 잡으러 냇가로 향했다.

햇볕이 강하지 않을 때 다사리는 여기저기 바위와 돌 위를 기어 다닌다.

이제 갓 태어난 것 같은 아주 작은 것부터 대박을 외치게 하는 아주 큰 것까지

하나하나 쏙쏙 잡다 보면 어느새 바구니가 가득 찼다.

신나게 다사리를 쓸어 담다 이끼에 미끄러져 금세 물속으로 풍덩 빠지기도 하는데

그 순간에도 바구니를 쏟지 않으려 애를 쓰기도 했다.



며칠에 한 번씩 다사리를 잡으러 냇가 아래부터 우리가 노는 보를 지나 윗마을까지

올라가며 잡다 보면 온몸이 흠뻑 젖을 때가 많았다.

젖은 슬리퍼와 옷을 입은 채로 다시리로 가득 찬 바구니를 옆에 끼고 걷다 보면

마을에 도착할 때쯤엔 햇볕에 온몸이 따끈따끈했다.


엄마는 내가 잡아온 다사리를 도구통(절구통)에 넣고 초록의 이끼 물이 다 빠지도록

여러 번 씻은 다음 바구니에 받쳐두고서는 된장과 마늘을 풀어놓어 물을 삶았다.

그 사이 바구니 속의 다사리는 기어 다니느라 몸을 껍데기 밖으로 최대한 빼내는데

그 순간에 다사리를 된장 푼 물에 삶아내야 먹기 편했다.

삶아 낸 다사리 꽁지를 살짝 깨물어 퉤퉤 잘린 껍질을 뱉어내고 입구를 쪽쪽 빨면

쏙쏙 알맹이가 빠지는데 워낙에 알맹이가 적어 한두 개로는 그 참 맛을 알 수 없다.

열 개 정도 쏙쏙 빨아 입안에 모았다 한 번에 씹을 때 비로소 다사리의 흙과 이끼 맛,

된장과 마늘의 향기가 느껴진다.


엄마가 다사리를 데치면 난 가장 큰 바늘을 준비했다.

한 개 두 개 세 개.. 바늘로 알맹이만 쏙쏙 빼내어 한 그릇을 가득 채웠다.

아빠는 간장과 참기름과 깨를 넣고 비벼 다사리 비빔밥을 맛나게 먹는데

난 그게 그렇게 보기 좋았다.

그래서 나 먹는 것보다 아빠에게 줄 다사리를 바늘로 쏙쏙 빼내는데 열중하곤 했다.



"오메 지선이 효녀다야. 아빠 줄라고 그렇게 열심히 빼냐?"

엄마는 그런 내가 대견스러운지 칭찬을 하곤 했다.

"엄마가 다사리 먹으면 술 먹는 사람들한테 좋다고 했잖아.

아빠는 맨날 술을 먹으니까 이것 먹으면 좋을 것 같아"

"아야 주지 마! 그거 먹고 신나서 술 더 먹으면 엄마 속 터지니까

아빠 줄 생각 말고 너 다 먹어라"

엄마는 술이라면 진저리가 난다는 듯 손사래 치며 말했다.


"지선아 한 그릇 다 되면 말해라. 아빠가 맛있게 먹어줄게"

옆에서 책을 보던 아빠는 엄마 말은 신경도 쓰지 않고 좋아 말했다.

"아빠 벌써 한 그릇 다 했어. 봐봐 엄청 많지?? 나 잘했지?"

스스로도 대견하여 칭찬받고자 또 아양을 떨었다.

아빠는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는 것으로 무언의 칭찬을 하였고 엄마는 말과 달리

금세 밥 한 그릇과 간장, 참기름을 가져와 아빠의 기분을 맞추었다.


"워따 맛나다. 아주 기가 막히네. 몸에 좋은 거 많이 먹으니까 술도 한잔 해야겄다"

"에이 염병 별소리를 다 하고 있네. 술 아니면 책! 지겹네 지겨워"

엄마는 사색이 되어 또 소리쳤다.

"아빠!! 자꾸 그러면 나 인제 안 해줄 거야!" 나도 엄마 따라 소리쳤다.

"허허이 마누라나 딸이나 쌍으로 그냥 시끄러워 죽겄네"


아빠는 다슬기 비빔밥이 계속 먹고는 싶었는지 그 자리에서 술을 들지는 않았다.

여름 내내 냇가를 돌아다니며 잡은 다슬기덕에 아빠는 여름 내내 보양을 했다.

보양을 한 덕인지 술을 먹어도 취하지 않는다며 더 많이 들고는 했다.

난 아빠의 건강을 위해 다사리 속살을 뺐는데 아빠는 그 덕에 술을 더 많이 마시니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빠가 즐거워하며 비빔밥을 먹는 그 모습이 나는 참 좋다.

어떤 날은 유난히 맛있는지 아빠가 콧구멍을 더 벌렁거리며 헛웃음을 짓곤 했는데

만족스러운 표정이라는 걸 알기에 벌렁거리는 아빠의 콧구멍이 좋았다.

그리고 올여름도 아빠에게 다사리 보약을 줬다는 흐뭇함과 뿌듯함에 웃음이 낫고

아빠의 칭찬을 받을 때마다 나의 콧구멍도 같이 벌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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