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엄마의 등짝 스매싱에도 굴하지 않아!!.
"지선아. 오늘도 물에 들어가면 안 된다."
"응. 알았어"
엄마는 어젯밤에도 오늘 아침에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엄마 말대로 보 근처에는 얼씬도 말아야지만 나는 이미
친구들이 께벗고 헤엄 치며 노는 보에 와 있다.
나를 뺀 모두가 물놀이를 하느라 시끌벅적 즐거워하는 그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으려니 좀이 쑤시지만 엄마와 약속했으니 참는 수밖에...
영신 언니와 친구들이 시합을 하려는지 적당한 돌을 찾고 있다. 나도 이틀 전까지는 저 무리들과 같이 돌을 찾았다.
"우리 돌 던져서 누가 빨리 찾나 시합 하자."
우리들 중 맏언니인 영신 언니가 말했다.
"좀 특이한 돌로 골라!! 그래야 서로 자기가 찾은 돌이 맞다고 우기지 않지"
언니는 독특한 돌을 하나 골라 우리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이 돌을 제일 먼저 찾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돌 모양을 확인한 우리는 출발선에 나란히 서서 뛰쳐나갈 준비를 했다.
"준비 땅!!""
언니는 "준비 땅" 소리와 함께 저 멀리 던졌고 돌이 떨어진 지점을 확인한 우리는 앞다투어 헤엄치기 시작했다.
물속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숨이 차면 물밖으로 나와 참은 숨을 몰아쉬고 다시 잠수하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지만 내 눈에는 그 돌이 보이지 않았다.
"찾았어! 내가 찾았어!!"
역시나 영신 언니가 아까 그 돌을 물 밖으로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맨날 언니가 이겨!! 다시 해 다시 해!!"
"그래. 언니는 중학생이니까 당연히 우리보다 잘하지!! "
"맞아!! 우리는 언니보다 어리니까 좀 앞에서 출발해야지!!"
나와 친구들은 자꾸만 지는 것이 분해 따져 들었다.
"그래 그럼!!"
언니는 중학생 자존심이 있는지 아니면 그럼에도 이길 자신이 있는지 그것도 아니면 여럿이 따져 드는 게
겁이 났는지 우리의 화를 풀어주었다.
나는 언니보다도 1 미터 앞에 섰다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몇 미터 앞에 서게 되었다.
"됐어 이제 돌 던져"
언니와 멀어진 거리만큼 승리에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언니가 뒤에서 돌을 던짐과 동시에 무언가가 내 오른팔을 스치는 기분이 들었지만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그저 돌을 따라 최대한 빨리 헤엄칠 뿐이었다.
돌이 떨어진 부근에서 잠수를 해대며 열심히 찾던 그때
익숙한 모양의 돌멩이가 눈에 들어왔다.
'앗 돌이다!! 아까 그 돌이다!!'
나는 다름 사람에게 뺏길까 봐 얼른 집어 들었다.
"찾았어!! 찾았어!! 내가 찾았어!!"
이겼다는 기쁨에 오른손을 높이 치켜들며 소리쳤다.
"지선아 너 괜찮냐?? 너 지금 팔뚝에서 피나."
'응?? 피?? 어디?? 왜 피가 나지..?'
좌우로 팔을 살펴보는데 오른쪽 팔뚝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아까 팔을 스친 게 좀 이상하다 했는데 언니가 던진 돌이 팔뚝을 스치며 베고 간 것이었다.
'왐마 이렇게 날카로운 돌 구할래도 못 구하겄네'
승리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그대로 집으로 와 엄마에게 베인 팔뚝을 보여줬고 엄마는 빨간 소독약을 바르고는 아주 오래전부터 구석에 있던 연고도 발라 주었다.
"아야 팔뚝이 찢긴지도 모르고 놀고 있었냐 참말로.
며칠간은 밖으로 까불고 다니지 말고 얌전히 집에 있어라.
그래야 상처 낫제. 여자 팔뚝에 이렇게 큰 상처 남으믄 쓰겄냐."
밖으로 까불고 다니지 말라는 엄마 말을 따라 얌전히 밖으로 돌아다녔다.
헤엄치는 시간이면 누구보다 일찍 보에 도착해 어슬렁 거리며 못 놀아 애간장이 타는 내 마음을 내비쳤다.
"야 지선아 너 아직도 안 나았냐??"
영신 언니가 알면서도 물어보는 게 약 올리는듯하여 짜증이 났다.
"내가 지금 언니 때문에 놀지도 못하고 이러고 앉아있는데 약 올린가? 아니 어떻게 하면 돌로 팔을 싹둑 베게 한데? 언니 그때 일부러 그런거지?"
"야 일부러 그렇겠냐. 미안하다 미안해."
언니도 할 말이 없는지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내 비위를 맞추었다.
"언니 그냥 같이 놀아. 거의 다 나섰겄다."
혜진이도 같이 놀자며 꼬셔대니 금방이라도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어?? 잠깐만 팔에만 물이 안 묻으면 되는 거잖아??'
순간 묘책이 떠올라 입꼬리가 올라갔다.
바로 시험해보고자 얕은 물에 들어가 상천 난 오른팔을 높이 들고 살며시 몸을 띄웠다.
'잘하면 한 손으로도 헤엄칠 수 있겠는데??'
나는 오른팔을 하늘을 향해 높이 들고 왼팔과 두 다리로 여기저기를 헤엄쳐 다녔다.
오른팔을 계속 들고 있으려니 팔도 아프고 균형 잡기도 힘들었지만 남들 노는 거 보며
부러워만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놀다 보니 오른팔에 물이 튀기기도 하고 균형을 잡기 위해 나도 모르게 팔을 물속으로 넣기도 하였으나 상처 부위가 아프지는 않았다.
어쩌면 지난 이틀 사이에 이미 다 나았는데 난 몰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몇 시간을 신나게 놀고 집에 돌아가 엄마 눈치를 보며 말을 붙였다.
"엄마!! 나 팔에 물 안 묻히고 헤엄치고 놀았어. 다 나았나 봐. 하나도 안 아팠어."
엄마는 내 상처 부위를 살피더니 화난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오살하네!! 상처가 다 벌어져갖고 속살이 다 보이는디
안 아파?? 얼굴은 새까매 갖고 오만데가 다 상처투성이라 넌 시집은 다 갔다."
엄마는 내 등짝을 한 대 때리고는 다시 나를 흘겨보았다.
"다시는 까불고 돌아다니지말어. 보에는 얼씬 말고!!"
"엄마는 나 팔 아파도 오리 몰고 염소 몰라고 하면서 노는 건 왜 못 놀게 하는데?
오리 몰고 염소 몰고 다니면은 시집은 잘 간데??
그리고 나는 시집 안 갈 거니까 내일도 보에 갈 거야"
엄마의 꾸중에도 불구하고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나는 냇가에서 신나게 놀았고 결국 나의 상처는 벌어진 채로 아물었다.
그렇게 나의 오른쪽 팔뚝에는 기다란 상처가 보기 싫게 자리 잡았다.
엄마가 뭐라 해도 난 괜찮다. 시집 안 갈 거니까.
친구들하고 맨날맨날 노는 게 더 좋으니까 그걸로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