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생존수영은 개헤엄부터!!

자유영?? 평영?? 개헤엄!! 개구리 헤엄!!

by 아이쿠

오늘도 우리는 송사리를 잡고 헤엄치러 냇가로 향했다.

엄마가 빨래하는 냇가는 물이 깊지 않아 송사리는 잡을 수 있어도 헤엄치고 놀 수는 없다.

냇가 위쪽은 물을 막은 보가 있는데 물도 깊고 큰 바윗돌이 많아 앉아 쉬기도 편하며

무엇보다 해가 절반만 들어 덜 덥고 얼굴도 덜 타 헤엄치고 놀기에는 딱이다.

오히려 그늘진 깊은 물은 한낮에도 추워 물속에 오래 있다 보면 입술이 퍼레지고 이빨이 덜덜 떨렸다.

그럴 때면 잠시 물밖으로 나와 넓은 바윗돌에 대자로 누워 일광욕을 하고 몸이 뜨거워지면

열기를 식히러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기를 하루 종일 반복했다.



언니 오빠들과 어린아이들까지 모두 모여 놀지만 노는 구역은 정해져 있다.

그늘진 깊은 물에서는 언니 오빠들이, 허리부터 목까지 물이 차는 중간 구역은 나와 친구들이

그보다 얕은 물에서는 동생들이 논다.

나도 얕은 물에서 놀았지만 이제는 3학년이고 헤엄도 잘 쳐 가슴까지 오는 중간 구역으로 진출했다.

얕은 물속은 돌과 모래, 그 사이를 헤엄치는 물고기까지 모든 게 눈으로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투명하다.

따가운 햇살에 달구어진 덕분에 물도 많이 차갑지 않아 어린아이들이 놀기에는 딱 좋다.

물 위로 반사되는 햇살로 인해 투명한 물은 반짝반짝 빛나는데 그 빛을 잡겠다며 손으로 물을 움켜쥐기도 했다.


유난히 물을 무서워하는 아이들이 있다.

무서운 물이지만 같이 놀기 위해 아주 천천히 물에 적응하는데 그 모습이 답답한 오빠들은

극한 상황에서는 누구나 하게 돼있다며 물속에 무작정 던져 놓고는 했다.

언니 오빠들이 모두 동그랗게 둘러싸 보호하며 생존 수영을 가르치니 빠져 죽을 일은 없지만

특훈을 받는 아이는 겁에 질리곤 했다.


우리는 전문적으로 수영을 배우진 않았지만 물에 빠지면 헤엄쳐 나올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언니 오빠들이 물에 뜨는 법을 알려주면 보를 막은 다리를 붙잡고 물장구를 치며 연습을 했다.

그다음에는 숨 쉬는 법, 팔을 휘젓는 법을 몇 번은 알려주지만 언니들도 놀기 바빠

자세히 알려줄 수 없으니 본인이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

수영에는 자유영, 평영 등이 있다지만 우리는 내 맘대로 자유영, 개구리헤엄, 개헤엄을 능수능란했다.

배영은 선수 못지않은 실력이지만 조심해야 한다.

자연 수영장인 보에는 바위 등의 장애물들이 많기 따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물안경이 없으니 물속에서 눈을 뜨고 수영을 한다.

무섭다고 눈감고 헤엄치다가는 눈 감은 또 다른 누군가와 부딪히거나 바위에 헤딩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리고 눈을 떠야 물속에서 여러 시합을 할 수 있다.


"지선아!! 우리 물속에서 5바퀴 먼저 도는 사람이 이기는 시합 하자."

영지 언니가 자신이 유리한 시합을 하자고 한다.

"그래!! 중간에 숨 막히면 나왔다 들어가도 되는 거다?! 그냥 5바퀴 먼저 돌면 이기는 거야!"

이번엔 내가 꼭 이기고 말 테다.

"그래. 시작한다!! 요이~~ 땅!!"

나는 재빨리 코를 막고 물속으로 들어가 몸을 최대한 웅크린 채 앞구르기 하듯 한 바퀴를 돌았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나 5바퀴 다했어!!" 물 밖으로 얼굴을 내며 승리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영지 언니는 이미 물 밖으로 나와 있었다.

"난 아까 다했지롱~~이번엔 내가 이겼어!!"

또 졌다. 분하지만 시합은 시합이니까 어쩔 수 없지.


"그럼 우리 누가 더 오래 숨 참나 내기하자!!"

나는 언니를 이기고 싶은 마음에 또 다른 시합을 하자고 했다.

"그래 좋아."

"언니!! 이번에는 내가 시작할게. 셋 하면 물속으로 들어가는 거야!! 하나 둘 셋!"

언니가 물속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 나는 들어가는 척 입술까지만 물속에 넣고

코로 여러 번 숨을 쉰 후에야 완전히 입수했다.



물속의 언니는 눈을 뜬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숨이 가빠질 때쯤 언니가 먼저 물 밖으로 나가더니

"지선이 너 아까 늦게 들어갔지?? 너 반칙했으니까 내가 이긴 걸로 할 거야!!" 하며 몰아붙였다.


언니가 물속에서 다 봤나 보다. 일단은 우겨보기로 했다.

"아니야 똑같이 들어갔어!! 진짜야"

"아니야 지선 언니 나중에 들어갔어!!" 옆에서 구경하던 혜진이가 소리치며 언니 편을 들었다.

'혜진이 저 써글것이 있나'

난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고 더 우기기에도 되돌리기에도 너무 멀리 온 듯했다.

"아닌데.... 진짜인데.... 그럼 언니가 이긴 걸로 해"

더 우길 수 없어 인심 쓰듯 승복했다.


"애들아!! 나와서 수박 먹어"

도인 오빠의 외침에 우리는 일제히 물 밖으로 나가 언니 오빠들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맨발로 걸어 다니는데 조심해야 한다. 물에 잠긴 작은 바윗돌은 이끼 때문에 미끄럽고

햇볕에 노출된 돌들은 너무 뜨거워 발이 딜 지경이니 수건이라도 깔고 앉아야 한다.

도인 오빠는 물속에 담가 뒀던 수박을 꺼내 가운데 놓았다. 그리고는 큰 돌 하나를 찾아 수박을 내리치자

수박이 박살 나듯 제멋대로 깨졌다. 큰 덩어리는 또 바윗돌에 내리쳐 작게 조각내어 동생들에게 나눠주었다.


"오메 시원해!! 배고파서 그런가 겁나 맛있어"

"우리 이거 다 먹고 또 시합하자"

"지선이 니가 반칙 안 하면 할게."

영지 언니가 조건을 달았다.

"응 안 할게"

아까의 반칙을 인정한 꼴이 되었다.

민망해서 수박 한 덩이를 입속에 가득 넣었다.

얼굴이 새까맣게 타는 것도 가끔씩 수풀 사이를 지나가는 뱀도 두렵지 않았다.

이렇게 께벗고 헤엄을 치다 보면 한여름 무더위도 더운 줄 모른 채 하루가 가니

그 즐거움이란 내년의 여름을 또 기다리게 하니 말이다.




부록


그 보는 우리들만의 전용 수영장은 아니다. 어른들에게는 노천 목욕탕이었다.

땡볕에 온몸이 땀범벅이 되도록 밭일을 하고 나면 더위에 정신이 아찔 할 정도이다.

속옷은 물론이고 머리에 걸쳐놓은 수건도 땀으로 흥건 해질 때쯤이면 일을 마치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줌마들끼리 삼삼오오 무리 지어 우리들의 수영장으로 향했다.

엄마들은 수풀이 크고 많이 우거져 잘 안 보이며 물도 더 깊은 곳에서 수영이자 목욕을 하며 과열된 몸을 식혔다.

가끔 엄마 찾아 밭에 갔다가 엄마의 수영을 구경하곤 했는데

너무 깊고 수풀이 많아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들도 아이들처럼 하하호호 웃으며 잠수했다 나오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엄마의 모습이 낯설다가도 시원스레 웃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그렇게 한동안 물놀이를 끝내면 상쾌해진 기분으로 다시 집으로 향했다.

"엄마. 엄마도 헤엄치고 노는 거 재밌어?"

"물속에 들어갔다 나오면 땀도 식히고 기분이 좋제"

"그럼 엄마도 맨날 밭일 나가지 말고 우리랑 하루 종일 헤엄치고 놀자"

속없는 나의 말에 엄마는 항상 "응 그러자." 하며 웃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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