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염소가 잘못했네~~

염소와 오리를 자연으로 출퇴근시키는 일은 나의 몫!!

by 아이쿠

지금의 집으로 이사 오기 전 엄마 아빠는 키우던 소와 돼지를 모두 팔아버렸다.

그 대신 염소 3마리와 오리 10마리를 샀다.

오리는 냇가에서 헤엄치며 물고기를 잡아먹고 염소는 풀을 뜯어먹어야 하니

아침이면 자연으로 출근해 배를 채우고 늦은 오후엔 집으로 퇴근했다.

엄마는 이리 중요한 오리, 염소의 출퇴근을 나에게 맡겼다.


세 마리의 염소중 한 마리는 턱에 수염이 있어 나는 염소 할아부지라 불렀다.

"염소 할아부지!!" 하고 부르면 "메에~메에~" 대답하는 것이 내 말을 알아듣는 것 같다.

염소 할아부지도 나머지 두 마리 염소도 풀을 먹을 때면 아래턱을 맷돌 돌리듯

옆으로 돌리며 먹는데 그 모습이 신기해 한참을 관찰하기도 했다.

"염소 할아부지! 그렇게 먹으면 턱 안 아파?? 난 보기만 해도 내 턱이 아픈 것 같은데??"

"메에~~ 메에~~"라는 대답이 아프다는 건지 안 아프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돼지를 키울 때는 무서워 축사 안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염소는 얌전하고 순해서

어린 내가 몰고 다니기에도 어려움이 없다.

먼저 염소 세 마리의 말뚝을 손에 꼭 쥐고 풀이 많은 풀밭으로 향했다.

"메에~~ 메에~~"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염소들이 기분이 좋은가보다.

염소 말뚝을 땅바닥에 깊이 박아두면 염소들은 목줄 길이 범위 내에서

하루 종일 풀을 뜯어먹다 엎드려 잤다 하며 시간을 보낸다.


염소를 출근시켰으니 이번엔 오리 차례다.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답답한 느낌이다.

냇가로 놀러 가는 그 길이 행복한지 날아가는 오리도 있다.

오리도 닭처럼 못나는 줄 알았는데 제법 몇 미터를 높이 날아가는 게 신기하다.

"오~~ 잘 나는데??"

오리가 나는 모습이 다시 보고 싶어 일부러 우다다 뛰며 오리를 놀라게 했다.

역시나 아까 그 넘이 제일 먼저 높이 날아 올라 몇 미터를 날아갔다.


냇가에 도착하자 기다린 듯 물에 들어가 헤엄을 치고 궁둥이는 하늘을 향해 추켜올린 채

머리를 물속으로 넣었다 뺐다 하느라 바빴다.

"너희들도 노는 게 제일 좋구나?? 나도 그래! 실컷 먹고 놀아. 이따 데리러 올게!"

신나게 노는 오리들을 보니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선아. 맴생이(염소) 데려올 시간이다. 오리 데려오면서 알 낳아놓은 거 있나 보고 잘 갖고 와"

벌써 저녁때다. 귀찮아 가기 싫지만 엄마에게 혼날 수 있으니 어서 다녀와야 한다.

염소들은 오늘도 얼마나 열심히 맷돌을 돌렸는지 배가 빵빵하다.

"애들아 저녁이야. 집에 가자!! 어? 잠깐만. 염소 할아부지 왜 거기 가있어?? 거기 남의 밭인데?"

염소 할아부지는 남의 콩밭 한쪽에 서 있었다. 어찌 된 일인지 보니 말뚝이 빠져 있었다.

다행히 말뚝이 빠진 지 얼마 안돼 이제 먹기 시작했는지 콩잎을 먹은 흔적이 많지는 않았다.

나는 슬그머니 티 나지 않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태연하면서도 다급하게 염소들의 말뚝을 빼어 집으로 몰았다.

'콩잎을 먹은 건 염소인데 왜 내가 죄를 지은 것 같지?'



냇가에 도착해 먼저 오리알을 찾았다. 오리는 냇가 근처 풀숲이나 얕은 물안에 알을 낳곤 했다.

보물찾기 하듯이 천천히 주변을 살펴보니 몇 개의 알이 눈에 보였다.

주운 오리알을 양쪽 주머니에 하나씩 넣고 손에도 하나를 들었다.

"애들아!! 집에 가자!! 얼른 나와!!"

오리들도 시간을 아는지 일제히 나를 따라나섰다.


열 마리가 뒤뚱거리며 졸졸졸 떼 지어 가는 모습은 언제 봐도 귀엽다.

"또 놀려볼까?"

나는 또다시 우다다 달리며 오리들을 놀래켰다.

몇 마리가 날아 오르고 나머지도 서둘러 뒤뚱뒤뚱 그 뒤를 따랐다.

또다시 놀려주려 뜀박질을 하는데 돌부리에 걸려 그대로 철퍼덕하고 바닥에 넘어졌다.

한 손에 쥐고 있던 오리알이 바닥에 떨어져 뒹굴었고 내 손바닥도 흙돌에 쓸려서 피가 나고 있었다.

"아 오리알 깨졌어!! 엄마한테 혼나겠다."

오리알이 반쪽으로 깨져 노란알이 땅바닥에 스며드는 모습을 보니 걱정이 되었다.

'오늘은 오리가 알 안 낳다고 거짓말할까? 그냥 사실대로 말할까?'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허벅지가 축축한 느낌이 들었다.

'주머니 속 오리알!!'

양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깨진 오리알 껍질과 흰자 노른자가 범벅이 되어

손가락 사이를 미끄럽게 빠져나갔다.

짜증이 나 오리 껍질을 꺼내 길바닥에 패대기쳤다.

아무래도 아침저녁으로 오리를 괴롭히려 까불어대다 벌을 받은 것 같다.

"아 진짜 거짓말도 못하겠네!! 오리알을 세 개나 깨뜨렸으니 난 오늘 엄마한테 죽었다"

집에 가는 길 내내 엄마한테 혼나지 않을 방법을 생각했다.

"엄마! 난 진짜로 그냥 천천히 걸어왔는데 잘못하다 넘어져서 오리알이 다 깨졌어!!

아무래도 아까 우리 염소가 남의 밭 콩잎을 따 먹어서 우리가 벌 받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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