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함께하는 취미생활

by 아이쿠


70세 전후로 보이는 부부 손님이 있습니다.

아저씨는 완전한 백발인데 앞쪽만 둥글게

차양이 있고 양옆은 머리에 바짝 붙은 모양의

모자를 항상 쓰고 다닙니다.


백발에 비해 얼굴 피부에는 주름이

많지 않은 걸 보니 유전적으로 머리가

빨리 세어진 것 같습니다.

술 한잔하신 날에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드신 양보다 훨씬 취해 보입니다.


아주머니는 전형적인 뽀글 머리의

우리들 어머니 모습입니다.

돌아가신 아주머니를 마지막으로

보신 분이었기에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충격이 가장 컸습니다.


"오메 점심 먹고 시장 간대서

잘 다녀오시오 하고 인사했드만

그 길이 마직 말일 줄 누가 알았겄어"

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혀를 차시며

안타까워했고 오늘내일 인생도 알 수 없다며

참 허망하다며 씁쓸해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은 사고 난 자리를

쳐다보는 것도 무서워했습니다.


아저씨 아주머니는 매주 토요일이면

같이 무등산을 오릅니다.

산에 다녀오시는 길에는 꼭 저희 가게에 들러

무등산 막걸리를 사 가십니다.

두 분이 막걸리 한잔하며 그날 하루를

마무리하시는데 다정해 보여 참 좋습니다.



그런데 어느 토요일에는 아주머니가

발을 비틀거리며 걸으시기에 다가가 부축하며

"괜찮으세요? 어디 아프세요?"

하며 걱정스럽게 보니

"워메 나 오늘 취해 죽겄네

영감 친구들이랑 산을 올랐드만 거기서부터

막걸리를 따라줬싸서 내려오면서 죽을 영금을 봤네.

아조 다리에 힘이 빠져 죽겄네."


다행히 어디가 아픈 건 아니었지만 얼마나 많이

드셨는지 가게 앞 도로까지 부축을 해드리고도

집에 가는 길이 걱정되었습니다.

그날 얼마나 고생을 하셨는지 이후로는

취해서 오신 일은 없습니다.


아주머니는 명절이 다가오면 수육용 통 삼겹살과

육전용 소고기를 주문합니다.

"수육용은 비계가 적당히 섞이고

물렁뼈가 조금은 섞어 있어야 맛있어.

글고 이번엔 삼겹살 전을 할라니까

삼겹살을 좀만 얇게 썰어서

한 팩 달라고 같이 주문해 주시요."

"삼겹살도 전을 해요? 처음 들어봐요."

"우리 며느리도 그렇게 말하드만

손주들이 다른 건 안 먹어도 삼겹살 전은

잘 먹으니까 이번에 또 해 달라고 하대.

안 먹어봐서 그러제 먹어보믄

이것같이 맛난 것이 없어."

"느끼할 것 같은데 맛있나 보네요.."

"아따 먹어보믄 맛있다니까"

아주머니는 요리에 관심이 많고

잘하기도 해서 레시피를 알려주곤 했습니다.


하루는 파뿌리 육수가 좋으니 대파 뿌리를

버리는 거라면 좀 챙겨달라고 했습니다.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매번 대파 뿌리를

모았다 드렸지요.


그 성의가 고마웠는지 재난지원금을

저희 가게에서 쓰려고 평소 잘 안 사던

맥주도 박스로 사고 이것저것 찬거리도

더 골라오고 아저씨 담배도 몇 보루 달라셨습니다.


한데 옆에 있던 아저씨는 무언가 못마땅하셨는지

"자네 지금 뭐던가?? 담배를 많이 사두면

나중에 피는 것들은 맛이 없응게

그냥 한 보루만 사제 그런가

어차피 여기서 다 살것인디 뭣이 급한가?"

라며 자제하기를 바랬고 아주머니는

이미 다 고른 물건을 가지고 트집을 잡자

"아따 내가 담배를 안 핀 게 그런 줄 알겄소"

하며 제 눈치를 봅니다.


제가 나설 차례입니다.

"맞아요 맞아!! 우리는 담배를 안 피우니까 그런 줄

몰랐네요.한 보루만 사시고 나머지는 담에 사세요~"

"그럼 그럴까? 미안해서 어쩐다요"

"아이고 아니에요. 미안하기는요.."

하며 웃어 보이니 두 분은 그제야

평화로운 분위기로 가셨습니다.


두 분은 지금도 날씨 좋은 날에는

계속해서 무등산을 오릅니다.

그래서인지 두 분 다 굉장히

건강하고 활기차 보입니다.

노년에 취미생활을 함께하는

부부의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부록


삼겹살전이 너무 궁금하여 레시피를 여쭤 해보았습니다.

레시피

1. 삼겹살 500g을 살때 꼭 눌러달라고 부탁합니다.!!(중요)

고기를 소금과 후추로 밑간해 둡니다.

2. 계란 4개 기준에 다진마늘 2숟가락, 쪽파 다진것 많이

소금을 넣고 섞습니다.

다진마늘과 쪽파 꼭 넣어야합니다. 느낌함과 잡내 제거!!

3. 삼겹살을 밀가루 묻히고 계란물 묻혀 부치면 됩니다.


생각보다 느끼하지 않고 맛있었습니다.

계란물을 묻혔으니 그냥 고기 구울때보다 기름이 안튀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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