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은 어디 가시고 밤늦게까지 계시요?"
"오늘은 제가 근무네요."
"아저씨 요새 안 보이던디? 집 나갔다요?"
"네?!"
"이렇게 추운 날 돈이라도 챙겨 나갔나 모르겠네...
어디 다리 밑에서 고생하는 거 아니요? 참말로~"
전 손님의 농담에 박장대소합니다.
50대인 이 손님은 날씬하고 예쁜
아내분과 같이 이삭토스트 가게를 합니다.
집이 저희 가게 근처라 퇴근길이면 들러
반찬거리와 맥주 그리고 최애 아이스크림인
붕어 싸만코를 아내 것까지 꼭 짝수로 삽니다.
오실 때마다 농담을 잘하시는데 그 대상은
그때그때 다릅니다.
어느 날은 어처구니없는 저의 실수가
어느 날은 아내분의 장보는 취향이
아저씨 농담의 주요 대상입니다.
오늘은 이렇게 저희 남편을 가출시켜버리네요.
한데 말재주가 좋아서인지 기분 나쁜 적이 없고
그저 손뼉 치며 호탕하게 웃게 될 뿐입니다.
그래서 손님이 오셨다 가면 피로가 풀리고
멍 때리던 정신도 깨어납니다.
"워메 사장님 오랜만이네요"
"어머 정말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시죠?"
"진짜 오랜만에 보니까 겁나 반갑네요~"
40대 후반의 자매 손님으로 저희 가게
건너편에서 가게를 해 자주 왔습니다.
주로 군것질거리와 아이들이 좋아할
냉동식품을 자주 샀습니다.
"내가 과자를 이러게 좋아하니
살이 찌겄소 안찌겄소?"
"두 분 다 드시는 거에 비하면
별로 안 찐 것 같은데요.
살찌시려면 더 분발하셔야겠어요~~"
칭찬인지 모두 돌려 까기 인지
저도 모르겠는 저의 아양에
모두가 기분 좋아져
꺌꺌꺌꺌 웃습니다.
동생분의 남편분도 같이 일을 했습니다.
가게밖에 나가 있다 보면 아저씨가
배달 가는 모습을 종종 보는데
한 손으로는 자전거 핸들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물건을 어깨에 들쳐 메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아저씨는 담배를 사고 자매들은
과자를 사러 매일 저희 가게에 왔었는데
1년 전 가게를 조금 먼 곳으로 이전하니
이제는 얼굴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늘도 너무 오랜만이라 이렇게 반갑습니다.
"아야 그게 맛있냐 차라리 다른걸 사라"
"이거 맛있는데 왜 그래?"
"흐메 그게 뭔 맛있다냐"
자매는 오늘도 티격태격합니다.
오랜만에 보아도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아따 그냥 각자 먹고 싶은 걸로 사면되제
뭐단다고 서로 사라 마라 그라고 있어~?"
아저씨가 나서서 정리해줍니다.
"허구한 날 별것도 아닌 걸로 둘이 그라고 있어?!"
아저씨가 지긋지긋하다는 듯 농담을 던집니다.
"얼른가 얼른!! 남의 가게에서 싸우지 말고!!"
아저씨의 말은 들은 척도 안 하고
자매들이 오히려 아저씨를 끌고 나갑니다.
왠지 1988의 성동일과 이일화 부부가
생각납니다.
60세 전후인 남자 손님은
매일 소주와 상추를 삽니다.
오늘도 계산을 하려는데 밖에서
누가 싸우는지 고성이 들립니다.
"참내 좋은 주먹 두고 왜 말로 저러나 모르겄네"
"네??"
"아니 주먹질을 할 것이지 주먹 두고
왜 시끄럽게 말로 싸우고 저러냐고!!"
"네??"
전 제가 잘못 들은 줄 았았더니 잘 들은 거였네요.
자주 오시기에 포인트 번호를 외웠더니
"워메 번호 바꿔야겄네
내 번호를 왜 맘대로 외우고 그라시요?"
"네?!"
"이건 개인정보 유출이여, 얼른 잊어버리시오"
"네!!"
공병을 한 번에 스무 병 정도 가져오셔서
그날의 물건값에서 공병 값을 제하는데
제가 깜빡할 때가 있었습니다.
"공병 값 제하고 계산한 거요?"
"어머어머 제정신 좀 봐!! 그새 깜빡했네요.
죄송해요!! 다시 계산해 드릴게요!"
"아침부터 왜 그러시오? 얼른 정신 차리시오!!
"네"
유머 있는 손님들 덕분에 즐거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 반가운 분들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