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동네가 조용합니다.
원룸에 사는 어린 친구들이
모두들 집에 가기 때문인데요.
부산 손님들도 집에 갔는지
며칠째 보이질 않습니다.
그리고 못 보던 아이들이 보입니다.
토박이 어르신들의 손주 손녀들이
들른 모양입니다.
어제도 가끔 오시는 할아버지가
초등생 손주들을 데리고 와 과자를 샀습니다.
"치킨도 사주세요"라는 손주의 말에
"어?? 뭐라고?? 안 들리니까 크게 말해라"
"치킨이요 치킨!!" 하고 큰소리로 말하자 그제야
"할아버지는 모르니까 너희들이 시켜라" 합니다.
아이들이 신나서 뛰어갑니다.
저 어렸을 때가 생각납니다.
평소 사람 복작거리는 걸 싫어하면서도
오랜만에 보는 사촌들과 방방이 뛰고 놀며
둘러앉아 수다떨며 전을 뒤집는 엄마와
집안가득 퍼지는 기름 냄새가 좋았습니다.
특히나 설날은 세뱃돈 받으니 더욱 좋았죠.
저 아이들도 그런 기분이겠죠.
(오메 내가 못살겄네 ) 아주머니가
야채 몇 가지를 골라옵니다.
"오메 나 죽겄네. 일 갔다가 인제 왔는디
또 음식 몇 가지 해야겄네. 양가에 안 가요?"
"네~ 양가 모두 멀리 있는데 코로나니까
오지 말라고 하셔서요..."
"난 우리 며느리 불렀는데. 나만 불렀는갑네."
"바로 옆에 살잖아요~그러니 그럴 수 있죠"
라며 공감의 말을 해봅니다.
"떡국은 먹었소?"
미용실 사장님이 오십니다.
"네~~~"
사장님은 인절미와 쑥떡 한 접시를
계산대에 내려놓습니다.
"먹고 일하시요~~"
지난번에 "계속 주세요"라고 외쳤던
저의 말을 들으셨나 봅니다.
명절 때마다 이렇게 챙겨주시니
참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와 저 쑥떡 좋아하는데 잘 먹을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네~복 많이 받으시요"
하고 쿨하게 나가시지요.
떡을 몇 점 집어먹으니
맛도 좋고 명절 기분도 납니다.
오물오물 떡을 먹는 사이
베트남 친구 두 명이 오더니
카스후레쉬 캔맥주를
4박스나 들고 옵니다.
담배도 보루로 달라고 하니
저의 입꼬리가 또 올라갑니다.
"내일 쉬어??"
"아니 안 쉬어!!"
"베트남 다 쉬어!!"
"그래~~~~ 요?"
기분이 좋은지 저에게 말을 겁니다.
기특하게도 그새 한국말이 좀 늘었습니다.
전 마냥 반말만 할 수는 없어 반말도 존댓말도
아닌 애매모호하게 말을 합니다.
"걱정 마 우리 안 쉬어 내일 또 와~!!
새해 복 많이 받아요~"새해 인사를 합니다.
"네~~"라고 같이 인사해 주는 미풍양속도 없이
바쁜 걸음으로 나갑니다.
'그래 내가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을게 내일 또 보자'
"물이 어디에 있습니껴??"
경남 사투리를 강하게 쓰는
50대 남자분이 들어오며 묻습니다.
어딘가 익숙합니다. 어디서 본 분인데...
손님이 물건을 골라오는 사이 기억을 더듬어봅니다.
"몇 달 전에 오시지 않았어요? 어머님이 여기
홀로 계셔서 가끔 들른다는 그 손님 맞죠??"
"이~야!! 사장님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지요?
근데 우리 어머님은 오래전에 하늘나라 가셨고
아부지가 여 동네에 혼자 계신다 아닙니껴"
"아 맞다!! 아버님이라고 그러셨죠"
몇 달 전 오셨을 땐 청소도구를 사며
"이야 울 아버지도 나이 드니까 변하네~~
그렇게 깔끔했던 분이 지금 집이
더럽고 엉망진창이네"
하며 씁쓸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예~~ 전국에 있는 자식들이 번갈아가며 와봅니더.
아따 사장님 기억력 좋네~!!"
자신을 기억해서 기분이 좋은지
좋지도 않은 제 머리를 칭찬하고 가십니다.
멍 때리다 보니 어느새 밤입니다.
본가가 가까워 잠깐 다녀온 친구들도
코로나로 아예 안 간 친구들도
모두 잠옷과 슬리퍼 차림으로 나옵니다.
본격적인 술 파티 준비를 위해 너도 나도
소주 맥주를 사 갑니다.
명절 때는 손님들이 술을 많이 찾아
냉장고 술이 시원해지기도 전에 팔립니다.
보아하니 내일 오전도 한가할듯합니다.
늦게까지 자다가 점심때쯤 라면 사러
나올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