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전후로 보이는 부부 손님이 있습니다.
아저씨는 완전한 백발인데 앞쪽만 둥글게
차양이 있고 양옆은 머리에 바짝 붙은 모양의
모자를 항상 쓰고 다닙니다.
백발에 비해 얼굴 피부에는 주름이
많지 않은 걸 보니 유전적으로 머리가
빨리 세어진 것 같습니다.
술 한잔하신 날에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드신 양보다 훨씬 취해 보입니다.
아주머니는 전형적인 뽀글 머리의
우리들 어머니 모습입니다.
돌아가신 아주머니를 마지막으로
보신 분이었기에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충격이 가장 컸습니다.
"오메 점심 먹고 시장 간대서
잘 다녀오시오 하고 인사했드만
그 길이 마직 말일 줄 누가 알았겄어"
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혀를 차시며
안타까워했고 오늘내일 인생도 알 수 없다며
참 허망하다며 씁쓸해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은 사고 난 자리를
쳐다보는 것도 무서워했습니다.
아저씨 아주머니는 매주 토요일이면
같이 무등산을 오릅니다.
산에 다녀오시는 길에는 꼭 저희 가게에 들러
무등산 막걸리를 사 가십니다.
두 분이 막걸리 한잔하며 그날 하루를
마무리하시는데 다정해 보여 참 좋습니다.
그런데 어느 토요일에는 아주머니가
발을 비틀거리며 걸으시기에 다가가 부축하며
"괜찮으세요? 어디 아프세요?"
하며 걱정스럽게 보니
"워메 나 오늘 취해 죽겄네
영감 친구들이랑 산을 올랐드만 거기서부터
막걸리를 따라줬싸서 내려오면서 죽을 영금을 봤네.
아조 다리에 힘이 빠져 죽겄네."
다행히 어디가 아픈 건 아니었지만 얼마나 많이
드셨는지 가게 앞 도로까지 부축을 해드리고도
집에 가는 길이 걱정되었습니다.
그날 얼마나 고생을 하셨는지 이후로는
취해서 오신 일은 없습니다.
아주머니는 명절이 다가오면 수육용 통 삼겹살과
육전용 소고기를 주문합니다.
"수육용은 비계가 적당히 섞이고
물렁뼈가 조금은 섞어 있어야 맛있어.
글고 이번엔 삼겹살 전을 할라니까
삼겹살을 좀만 얇게 썰어서
한 팩 달라고 같이 주문해 주시요."
"삼겹살도 전을 해요? 처음 들어봐요."
"우리 며느리도 그렇게 말하드만
손주들이 다른 건 안 먹어도 삼겹살 전은
잘 먹으니까 이번에 또 해 달라고 하대.
안 먹어봐서 그러제 먹어보믄
이것같이 맛난 것이 없어."
"느끼할 것 같은데 맛있나 보네요.."
"아따 먹어보믄 맛있다니까"
아주머니는 요리에 관심이 많고
잘하기도 해서 레시피를 알려주곤 했습니다.
하루는 파뿌리 육수가 좋으니 대파 뿌리를
버리는 거라면 좀 챙겨달라고 했습니다.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매번 대파 뿌리를
모았다 드렸지요.
그 성의가 고마웠는지 재난지원금을
저희 가게에서 쓰려고 평소 잘 안 사던
맥주도 박스로 사고 이것저것 찬거리도
더 골라오고 아저씨 담배도 몇 보루 달라셨습니다.
한데 옆에 있던 아저씨는 무언가 못마땅하셨는지
"자네 지금 뭐던가?? 담배를 많이 사두면
나중에 피는 것들은 맛이 없응게
그냥 한 보루만 사제 그런가
어차피 여기서 다 살것인디 뭣이 급한가?"
라며 자제하기를 바랬고 아주머니는
이미 다 고른 물건을 가지고 트집을 잡자
"아따 내가 담배를 안 핀 게 그런 줄 알겄소"
하며 제 눈치를 봅니다.
제가 나설 차례입니다.
"맞아요 맞아!! 우리는 담배를 안 피우니까 그런 줄
몰랐네요.한 보루만 사시고 나머지는 담에 사세요~"
"그럼 그럴까? 미안해서 어쩐다요"
"아이고 아니에요. 미안하기는요.."
하며 웃어 보이니 두 분은 그제야
평화로운 분위기로 가셨습니다.
두 분은 지금도 날씨 좋은 날에는
계속해서 무등산을 오릅니다.
그래서인지 두 분 다 굉장히
건강하고 활기차 보입니다.
노년에 취미생활을 함께하는
부부의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부록
삼겹살전이 너무 궁금하여 레시피를 여쭤 해보았습니다.
레시피
1. 삼겹살 500g을 살때 꼭 눌러달라고 부탁합니다.!!(중요)
고기를 소금과 후추로 밑간해 둡니다.
2. 계란 4개 기준에 다진마늘 2숟가락, 쪽파 다진것 많이
소금을 넣고 섞습니다.
다진마늘과 쪽파 꼭 넣어야합니다. 느낌함과 잡내 제거!!
3. 삼겹살을 밀가루 묻히고 계란물 묻혀 부치면 됩니다.
생각보다 느끼하지 않고 맛있었습니다.
계란물을 묻혔으니 그냥 고기 구울때보다 기름이 안튀어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