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호프집 사장님

by 아이쿠

오픈한 지 10년이 넘은 호프집은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세련된 인테리어는 아닙니다.

제가 어렸을 때 아빠가 동네 친구분들과

한 잔 할만한 분위기의 호프집이지요.


사장님은 작은 키에 동그란 얼굴

짧은 커트머리의 60대입니다.

밤 11시쯤 퇴근길에 가게에 들르는데

사장님의 등장과 함께 메인 안주인

통닭 냄새가 강하게 풍깁니다.

배가 고픈 날에는 그 통닭 냄새에

더 허기질 때도 있습니다.

"아이고 늦게까지 고생하시네요~"

라며 밝고 경쾌하게 인사하지만

얼굴과 목소리에서 그날의

피곤함이 느껴집니다.


언제나 카스 후레쉬 캔맥주

6입짜리를 삽니다.

"사장님은 호프집 하시는데

왜 매번 캔맥주를 사 가세요?"

정말로 궁금하여 여쭤봅니다.

"으이그 우리 아저씨가 또

생맥주는 안 좋아하신다네요~~"

굳이 캔맥주를 드시는 게

불만이라는 듯 대답하십니다.

가실 때는 "어서 문 닫고 들어가요~"

하며 좀 전보다는 밝은 목소리로 인사합니다.


가끔은 짜장 소스를 한솥 가져오는데요.

"우리 앞집 자장면 가게에서

소스가 많이 남았다고 주네요.

너무 많아 다 먹을 수가 있어야지

애들 있으니까 짜장밥 해줘요"

"와~~ 세끼 챙기는 것도 힘든데

이렇게 주시면 제가 너무 좋아요"

하며 아양을 떱니다.


호프집을 십 년을 넘게 했으니

동네에 단골손님들이 많습니다.

하루는 30대 단골손님이 와

술과 안줏거리들을 고릅니다.

"오늘 술 한잔하셨나 봐요??"

"네~저기 옆에 호프집 있죠?

거기서 한잔하고 오는 길이에요.."

"아 호프집 사장님도 여기 자주 오세요

거기 통닭 맛있어요?

기회가 없어 아직 먹어보질 못했네요..."

"아 그럼요!!!! 거기는 저희가

스무 살부터 다녀서 이모 같아요

사장님이 너무 좋으시고 통닭도 진짜 맛있어요"

"오~~~ 그래요? 10년 넘게 단골이에요??"


스무 살부터 다녔다니 얼마나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었을까요.

왠지 응답하라 1988이 생각납니다.

어렸을 적 친구들이 추억이 있는 장소에서 만나

옛날 일을 회상하며 웃고 떠드는 장면들 있잖아요?

사장님의 호프집이 그런 추억의 장소인가 봅니다.


"사장님!! 호프집 한 지 10년이 넘었으면

단골도 많고 별일 다 있었겠어요?"

"으응?? 나 이 동네서 호프집 30년 되었어요!!

지금 가게 자리가 10년 된 거지..

우리 가게는 이 동네 역사네요!!"

"30년이요?? 와 대박!! "

"지난 30년 동안 좋은 일 나쁜 일 별 꼴 다 봤어요.

하나 교훈을 얻은 건 착하게 살아야 한다예요

그러니 우리 착하게 살아요!!"

"네~~ 더 착하게 살아야겠네요"

하며 서로 피곤한 기색으로 웃습니다.


요즘은 사장님이 지친 모습으로 들릅니다.

"오늘은 피곤해서 일찍 들어가려고요

장사도 안되고.. 코로나 언제 끝난 대요?

장사를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평소에도 조용한 목소리로 차분하게

말합니다만 코로나로 힘드니 누구를 욕하든

목소리 높여 욕을 할 법도 한데

이마저도 일상 이야기하듯 합니다.


감정이 없는 것인지 너무 피곤하고 지쳐서

화를 낼 기력이 없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세상사 다 초월한 것 같습니다.

동네 사람 모두에게 추억의 가게인 호프집이

길고 긴 코로나 시대를 잘 이겨내기를 바랍니다.

호프집이 없어진다면 동네 단골분들이

너무 아쉬워할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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