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오메 나 못살겄네
어째 저런가 몰라 오메 나 못살겄네
부품 가게를 하는 60대의 아주머니는
평소에 단발머리를 반 묶음 합니다. 한데
오실 때마다 머리가 사방으로 휘날려 있고
꼭 앞치마를 두른 채이니 아무래도 밥하다
급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사투리를 많이 쓰고 5,18을 직접 겪었다 하니
광주에 산 지 오래된 것 같습니다.
"그때는 온 동네가 난리였제."
라고 지나가는 말로 언뜻 얘기하고
명절 때는 5.18 묘지를 찾는 걸로 보아
가족 중 누군가 그때 희생된 듯합니다.
아저씨는 가게일도 하시면서 동네 통장일을
겸하고 있어 주민센터의 공지사항을
저희에게 직접 전달하기도 합니다.
연말 불우이웃 돕기 성금 협조 요청이거나
눈이 많이 오면 주민센터에서 염화칼슘을
무료로 배포한다 등등이 주된 내용입니다.
아저씨는 취미반 합창단원이기도 합니다.
연말이면 공연을 해서 저에게도
몇 번이나 공연 티켓을 주었습니다.
아저씨를 응원하기 위해 가볼까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쑥스러워 티켓만 받고 안 갔더니
이제 더 이상 주지는 않습니다.
매일 담배 한 갑과 콜라 한 캔을 사고
가끔은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를 삽니다.
그런데 콜라든 아이스크림이든
꼭 하나씩만 살 때가 많은데
그럴 때면 아주머니가 바로 와서
똑같은 아이스크림을 집어옵니다.
" 오메 나 못살겄네.자기 입만 입인가 보네
마누라 것 하나 더 사 오면 어디 덧나요?
꼭 하나만 사 오네. 아조 꼴 뵈기 싫어 죽겄어"
라며 서운한 마음을 드러냅니다.
안 먹어도 그만이지만 빈정이 상해
일부러 보란 듯이 사러 온 것 같습니다.
한데 아저씨는 저에게
"우리 집사람은 말을 이쁘게 할 줄 몰라요.
부부간에는 더 존중해야 하는데..."
라며 말하는 걸 보니 문제가 어디서
비롯된 건지 정말로 모르는 듯합니다.
아주머니는 코로나로 가게 수입이 줄자
요양병원으로 일을 다닙니다.
낮 근무, 밤 근무가 있는데 어찌 되었든
아주머니는 항상 아저씨 끼니 준비하느라
그렇게 급하게 오신 것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은 화가 나서 오시더니
"오메 나 못살겄네. 다 해놓은 반찬도
못 차려 먹고 나 올때까정 안 먹고 있네...
어째 저럴까??"라고 답답해했습니다.
남자들이 잘 못 커서 밥 한 끼도 제 손으로
못 먹는다며 한참 동안 분을 풀어냈습니다.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으로 두 분이서
티격태격하시더니 요즘은 추워서인지
아주머니가 화가 나 똑같은 걸
사 가는 일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