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한복집 사장님의 별것
이것이 별것이여~~ 참말로~~
저희 옆 가게는 한복 맞춤 가게로
60대 부부가 운영하십니다.
아저씨는 매일 퇴근 후 오셔서
담배 한 갑, 소주 1병을 삽니다.
평소 말씀이 없어 물건만 사는데
요즘은 조금 친해져서 농담도 하지요.
엊그제는 오셔서 담배를 사며
"나 취직했소"하며 멋쩍게 웃습니다.
"정말요?? 잘됐네요!!"
가게가 멀쩡히 있지만 코로나로
한복가게는 어려웠기에 잘 된 일입니다.
"긍께 놀면 뭐 달 것이오
요즘 결혼하는 사람도 없어서
한복 입는 사람도 없어!!
요 앞에서 잠깐 하는 건디 그래도
당분간 이렇게라도 벌면 좋제"
"네 그렇죠! 정말 잘 되었네요!"
또 며칠 전에는 마스크도 안 하고
오셔서 물건을 골라옵니다.
제가 두발을 동동 구르며
"아니 사장님!! 마스크!! 마스크요!!"
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니
"미안해 미안허요 김장하다 급하게
나와서 그래 얼른 계산해주시오"
"담엔 진짜 마스크 꼭 하세요."
나가시는 뒤통수에 소리칩니다.
다음날에는 마스크를 하고 들어오면서
"나 마스크 했으니까 오늘은 뭐라 하지 마시요"
하고 의기양양하게 말씀하십니다.
"네~" 하며 엄지 척을 하니
아저씨의 뒷모습이 아주 위풍당당합니다.
아주머니는 앞머리가 있는 단발머리가
아주 잘 어울립니다.
한동안 오실 때마다 100원짜리 소시지를
10개씩 사가시길래
"이걸 좋아하시나 봐요?" 하고 물으니
"내가 먹는 거 아니야 우리 가게 앞집 백구가
이걸 그렇게 좋아해!! 몇 번 줬더만 나만 보면
꼬리를 흔드는데 안 주고 배겨??" 라며 박장대소합니다.
"아~그래서 사가셨구나"
"응~아주 별것이여"하며 기분 좋게 나가십니다.
백구는 크고 하얀 진돗개인데 전 무서워하지만
가게 주변 몇 분들에게는 이렇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아주머니는 여름이면 저녁식사 후
걷기 운동을 하고 들어가는 길에
꼭 테라 2병을 삽니다.
"오메 내가 술 한잔 못먹는었는디
술꾼 남편 따라 사니 요것에 맛 들렸네
땀 흘리고 갈증 날 때 물보다 이것이 더 좋더만
별것이 더라니까~!!" 하며 군침을 삼킵니다.
하루는 음료를 사며
"오늘 오래간만에 여수에서 한복 보러 온다고
연락이 왔어. 이거 사다 대접해야제.
우리 단골 인디 오랜만에 오시네"
아주머니의 설레는 목소리였습니다.
"와 지방에서도 찾아오고 사장님
한복을 정말 잘 만드시나 봐요??"
"우린 원단을 진짜 좋은 거 써.
사진만 잘 나오면 된다고 싸구려
원단 쓰는데 많은데 우린 안 그래"
라며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정도 지났을까요?
표고버섯 한 박스를 들고 들어와서는
"워메 여수 손님이 이걸 다 주고 가시네
내가 만든 한복이 맘에 들었는가 보네" 하며
아주 기분 좋은 목소리로 보람 있다 하셨죠.
솜씨 좋은 아주머니는 코로나로 가게가
어려운 것보다 더 큰 걱정이 있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결혼할 때 한복을 안 사고
왜 대여해?? 어째 그럴까??" 저에게 묻습니다.
"요즘 한복 입을 일이 별로 없어서 아닐까요?"
"아무리 그래도 대여비가 싼 것도 아니고
누가 입은 옷인 줄 알고 결혼식 때 또 입어??
하나 사는 게 낫지 난 이해를 못하겄네."
한복이 점점 외면받는 현실에 씁쓸해합니다.
"요즘 한국문화가 대세잖아요.
좀 지나면 한복도 다시 사랑받을 것 같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라며 위로합니다.
가게 앞에서 커피를 마시는 저를 보면
"혼자 뭐 맛있는 거 묵고 있소??"
하고 큰소리로 묻고는 웃으십니다.
"오늘따라 커피 한잔이 겁나 맛있어요"
저도 큰소리로 대답하고 아주머니 따라
이유 없이 웃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