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베트남 친구

나 혼자 너는 내 친구!

by 아이쿠

요즘 주변에 오피스텔을 많이 지어서인지

베트남 노동자 손님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7~8명 정도가 한 팀으로 일 하는 것 같은데

그중 팀장 1명만 한국말을 조금 하고

나머지는 전혀 못합니다.


"말보루!!! 말보루!!!"

담배 사러 와서 이렇게 외칩니다.

"말보루 어떤 걸로 드려요?"

약간의 침묵이 흐릅니다.

그 손님은 손가락으로 담배를 가리킵니다.

"레드?? 이건 말보루 레드예요!!

그냥 말보루 하면 안 돼요

여기 담배 전부 다 말보루예요."

"한국말 몰라. 세 개 세 개!"

"세 개 줘요?"

"네"





며칠 후에 와서는 또

"말보루 말보루"를 외칩니다.

"레드 줘요?"

"몰라"

이번에는 제가 말보루 레드를 가리키며

"이거요??"라고 물어봅니다.

"응 세 개"

"세 개 주세요 하는 거예요."라고 알려주니

"한국말 몰라" 하면서 부끄럽게 웃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인사는 잘합니다.

우리의 대화는 늘 이런 식입니다.


그들은 동남아 사람이라 그런지

과일을 참 좋아해 토마토 사과 귤

바나나 종류별로 다 삽니다.


그리고 비가 오면 일을 쉬어

술 파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카스 후레쉬 6입캔 박스를

방금 한 상자를 사 갔는데

좀 있다 또 사가고 또 사가고...

베트남 사람들이 맥주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가끔 소주도 사 가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다 먹고

공병도 가져옵니다.


한글을 모르니 인터넷 쇼핑이 불가하겠지요.

모든 생필품을 저희 가게에서 사니

정말이지 큰손님들입니다.

그들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면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그런데 존댓말을 가르쳐도

저에게 계속 반말입니다.

나보다 더 어린 거 같은데 말이죠.

그러니 이제 저도 이판사판입니다.

그래 너랑 나랑 친구 하자.

이제부턴 나도 말 놓는다.

"말보루!! 말보루!!"

"이거??"

"응"


술을 사러 왔다가 돌아와 저를 끌고 갑니다.

카스 후레쉬 상자가 있던 자리가

텅 비어 있어 당황한 것입니다.

"오늘 떨어졌...없어!!"

"없어??" 되물으며 당황해합니다.

"이거 먹어"라며 하이트를 추천합니다.

"응"


며칠 전에는 미원을 제일 큰 걸로 가져오는데

아무래도 소금을 잘못 가져온 것 같습니다.

"이거 소금 아니야!! 미원이야 미원"

그 손님은 순간 당황하더니 곧

"미원!! 미원 맞아?" 하고 되묻습니다.

"아~맞아!!"

베트남 사람들은 미원도 좋아하나 봅니다.


그들 중 한 명이 유난히 생글생글 웃고 다닙니다.

그 손님은 작은 키에 동그란 얼굴 진한 쌍꺼풀

순박해 보이면서도 장난기 많아 보입니다.

항상" 감사합니다"를 쑥스럽게 하고 가는데

새해 전날에는 절 보고 "해피 뉴 이어 "하고

얼굴이 빨개져 재빨리 도망갔습니다.


여름에는 아내와 두 딸을 데리고

가게에 왔는데 오랜만에 만난 듯 했습니다.

얼마나 좋은지 2~3살 돼 보이는 막내딸을

계속 안고 다녔습니다.


보고 있자니 왠지 마음이 짠합니다.

'그래 친구야 돈 많이 벌어서

어서 베트남 가족에게 돌아가'

눈물이 핑~돕니다.


근데..

이렇게 돈 쓰면

못 돌아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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