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리쓰는미리 Feb 06. 2021

8. 아들은 입이고 며느리는...

입덧하는 며느리에게 김치를 한가득...? 


 입덧은 끝날 기미가 안 보였다. 자두맛 사탕을 입에 물고 있어야 울렁이는 속을 잠재울 수 있었다. 속이 조금 괜찮아지는 날에는 오일파스텔을 꺼내 컬러링북을 채우기도 하고 부직포를 잘라 모빌을 만들기도 했다. 배가 빠르게 불러서 앉아 있는 것도 너무 불편해서 원숭이 인형 3개 만들기를 끝으로 태교 다운 태교를 할 수가 없었다. 종일 누워있는 것만이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었기에 온 힘을 다 해 누워있었다. 


 한날은 아무것도 못 먹을 만큼 속이 뒤집혀서 위액까지 다 토해내고 물 먹은 솜방망이 마냥 종일 누워있는데 전화가 왔다. 반찬거리를 만들어왔으니 1층으로 내려오라는 시어머니의 전화였다. 올라오시라고 했더니 아니라고 한사코 거절하시며 너 불편하니까 내려오라고 이미 1층에 도착해있으니 천천히 내려오라셨다. 침대에서 화장실까지도 천리길인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까지 내려가려니 세상이 빙빙 돌고 속에서 천둥이 쳤다. 한참을 걸려 1층에 도착했고 커다란 시장바구니를 양손 가득 들고 계신 시어머니가 보였다. 어머님은 몸은 괜찮냐 입덧은 좀 어떠냐 묻지도 않으시고 반찬 조금 해왔으니 챙겨 먹으라며 내손에 무거운 장바구니 두 개를 들려주셨다. 그러고는 차를 타고 후다닥 떠나버리셨다. 


 장바구니를 들고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 올라와서 차라도 한잔 아니 잠깐 대화라도 나누고 가시면 좋을 텐데 왜 저리 금방 가실까 싶었다. 그리고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이 무거운 짐을 들고 어떻게 다시 집에 까지 올라가지 라는 생각에 한숨이 푹푹 나왔다. 몇 걸음 걷다가 벽에 기대고 짐을 거의 끌다시피 해서 겨우 집에 들어왔다. 바로 침대에 쓰러져서 힘이 쫙 빠진 몸을 좀 추슬렀다. 한참을 그렇게 누워있다가 정성껏 해다 주신 음식이 상할까 싶어 겨우 몸을 일으켰다. 


 장바구니 안에는 반찬통이 가-득했다. 반찬통 안에는 알타리무 김치, 물김치, 김치전, 김치찜... 그 외 밑반찬 몇 가지들이 들어있었다. 안 그래도 아무것도 못 먹을 만큼 속이 뒤집히는데 계속되는 김치 퍼레이드에 화장실에 가서 변기와 또 씨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올 것도 없는데 계속 게워냈다. 


 어머님께서는 본인이 두 번의 입덧을 하면서 가장 괴로웠던 음식이 김치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김치 냄새가 안 나는데도 보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려 화장실로 달려가셨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하셨었다. 입덧의 증상이야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고는 하지만 본인이 그렇게 괴로우셨다면 며느리도 괴로울 수 있다는 생각을 왜 못해주실까 하며 서운한 감정이 내 몸을 휘감았다. 




자두맛 사탕을 가득 물고 냉장고 문을 열고 코를 틀어막았다. 


반찬통 한통 한통을 꺼내어 넣으면서 속이 또 한 번 뒤집혔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모든 반찬은 시어머니의 아드님이 좋아하시는 음식이라는 것을...!!!!!!!





작가의 이전글 7.혼자 벌어서 넷 먹여 살리기 힘들어,너 일 할거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