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삼둥이가 이렇게 많다고?
삼둥이를 임신하고 삼둥이 커뮤니티에 정신적인 의지를 했다. (지금도 물론이다.)
내가 삼둥이를 가지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에 삼둥이는 대한민국만세네 한 팀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삼둥이 카페에만 500명이 넘는 회원이 있었다. 삼둥이네 가족들 모두가 가입되어 있지는 않으니, 실제 세쌍둥이 가족들은 더 많은 수일 것이다. 실제로 현재 내가 사는 지역에만 7팀의 세쌍둥이 가족들이 거주하고 있다.
나는 임신 시절 16년생 삼둥이 카톡방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임신 초기에 선택유산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에서부터 병원 선택, 입덧, 임신 기간, 출산, 그리고 육아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나보다 몇 개월 혹은 몇 주 임신을 먼저 한 임산부들을 보면서 미래에 대해 스포 당했고 자연스럽게 비장한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하였다.
임신 19주가 넘어가면서부터는 누가 봐도 내일 당장 낳아도 이상할 것 없는 만삭 임산부 포스가 넘쳤던 나는 그 시절 20주 중반을 훌쩍 넘은 카톡방 삼둥이 언니들을 보며 닥쳐올 내 미래를 봤다. 10주 후반부터 병원에 입원해있는 임산부, 앉는 것만으로도 양수가 터질 수 있어 밥을 먹을 때도 누워야 하는 임산부, 소양증으로 매일 울부짖는 임산부, 한걸음도 걷지 못하고 누워있는 임산부, 자궁경부 길이가 0cm로 무조건 누워 버티는 임산부, 조산으로 삼둥이를 일찍 낳은 임산부, 태아가 잘 못 되어 아이를 떠나보낸 임산부 등등 우린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었고 희망이었으며, 위로였다.
보통의 임산부의 경우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산책 삼아 나가서 사 먹고 올 일이지만, 우리 삼둥이 임산부들은 보통 병원에 입원을 하거나, 종일 누워서 버텨야 했다. 그래서 우리는 산책을 한다 하더라도 정말 조심해야 했고 먹고 싶은 게 있어도 직접 나가서 사 먹기 어려웠다. 하루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카톡방에서 서로 먹고 싶은 음식을 공유하고 있었는데 병원에서 누워만 지내는 언니 한 명이 떡볶이를 먹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이 마음속에 딱 걸려 그 길로 당장 병문안 갈 작정을 했다. 물론 떡볶이를 들고 말이다. 마침 신랑이 휴일이라 마음먹을 수 있었고 내 컨디션이 허락해주는 날이기에 가능했다. 실제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사이인데 만나러 가는 길이 얼마나 애틋한지, 떡볶이 맛집에서 줄을 서서(물론 남편이) 포장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설레는지 마치 애인을 만나러 가는 기분이었다.
병원에 도착해서 서로를 마주했을 때, 우린 크게 웃었다. 너무나 반갑기도 했지만 남산만 하게 나온 서로의 배가 그렇게 웃겼다. 떡볶이를 내밀자 더 크게 웃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언니를 보고 나도 함께 울었다. (이 죽일 놈의 호르몬) 먹을 때도 누워있어야 하는 언니를 보며, 서로 긴말하지 않아도 다 알았다. 네가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외로운지 말이다.
임신 기간 동안 같은 상황에 놓인 많은 임산부들과 함께 일상을 공유하고 서로를 위로하게 된 경험은 행운이라 말할 수 있다. 그리고 함께했기에 감히 내 아이들을 지킬 수 있었노라 말하고 싶다.
(언니들 고마워요. 하트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