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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책방 Jun 18. 2023

<책의 말들>을 필사하는 평화로운 주말 오후

다른 세계를 상상하고 공감하기 위하여

짹깍짹깍. 시간은 흐르고 돈은 빠져나간다.

아이들을 레고방에 맡겨놓고 카페에 앉아 한 손에 책을 한 손엔 펜을 들고 필사를 시작한다. 이 모든 평화로운 시간을 난 돈과 맞바꿨다.


자본주의가 찬양하는, 그러니까 좀 더 효율적이고 좀 더 생산적인 것이 높은 가치를 갖는 것이라는 말에 굳세게 반대하면서도, 돈으로 시간까지 살 수 있는 작금의  현실을 찬양한다. 이율배반은 이럴 때 쓰라고 탄생한 사자성어가 아닐까.


월화수목금.

(모순적이게도) 나는 누구보다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려고 노력한다. 그 시간의 틈으로 허구가 삐집고 들어갈 길이 없다. 일을 하고 아이를 돌보고 운동하고 영어공부를 하고. 그래도 남는 시간은 나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책을 읽는다.


그러다 가끔, 아주 가끔. 누군가의 삶에 침투해 비효율의 세계에서 헤엄을 칠 때면 '그래! 이게 바로 내가 삶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힘이지!' 깨닫는다.


비록 나는 모순 덩어리고, 무수한 책 속에서 허우적대다 원래의 변함없는 나로 돌아올지라도 진정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조금 더 욕심을 내어 <책의 말들> 속 글들을 한 자 한 자 기록해 본다. 모든 것이 흘러 사라지더라도 내가 적은 이 말들은 영원히 이곳에 남을 것이라 믿으면서.... 아이들이 집에 가고 싶다고 최대한 늦게 연락 오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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