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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책방 May 08. 2023

어버이날

오늘만 어버이를 생각하는 건 아니다.

내가 어릴 적, 아빠는 집안에 자연을 한 움큼 가져와서는 주말이면 애지중지 그것들을 가꾸셨다. 시골에서만 자랐던 아빠가 도시 생활을 버티기 위해 그리도 열심히 화분을 가꿨다는 걸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어느덧 나도 나의 가정을 꾸리고 나의 집이 생기니 자연스럽게 화분을 모으기 시작했다. 선물로 대부분 받고, 누군가 키우지 못하겠다는 화분을 날름 주워와 키우고.

그러고 보니 언니집과 엄마집에도 화분이 참 많다. 캐나다에 있는 언니는 한국에 있는 엄마에게 화분을 선물로 주는데, 그 화분을 또 가지 쳐서 우리 집에 갔다 놓는 상황이다. 그렇게 우리 모녀는 화분을 매개로 서로 소통하면서 아빠의 빈자리를 매우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 그림책 <내 아름다운 정원>을 읽다 문득 떠오른 어린 시절. 나는 평생 도시에서만 살았는데 왜 이리 자연을 그리워할까 싶었는데, 그리운 건 자연만이 아니었다.

아! 글을 쓰다 보니 오늘이 어버이날이구나~ 어리숙한 글씨로 "엄마, 아빠 사랑해요~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손 편지를 써서 화분과 함께 선물하면, 엄마는 화분 그만 달라고 볼멘소리를 하시겠지~ 어쩔 수 없다. 그것이 우리 집의 오랜 즐거움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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