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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Jul 08. 2024

춘천 스케치

춘천이 가까운 줄 알았으면 당일로 잡았을 걸 그랬다 싶었다. 토요일 일정이 끝나고 김유정 문학관으로 바로 가려다가 아침부터 운동을 해서인지 피곤하기도 해서 숙소로 바로 갔다. 잔디가 깔린 예쁜 한옥이었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찬물만 나와 몇 년 만에 찬물로 샤워를 하고 김유정 님의 소설집 봄봄을 읽었다. 간헐적으로 내리는 비가 운치를 더해주었다. 저녁에는 처음 만난 사람들과 밥을 먹고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동안 게스트하우스에 다녀봤지만 낯선 이들과 대화하긴 호주 이후 처음이다. 우리의 수다는 방에서도 이어졌다. 여성 도미토리의 한 30대 분은 송암스포츠타운 앞에서 열리는 딥워터 클라이밍에 참가하고 있었고, 60대로 보이는 한 분은 세미원 연꽃축제에서 천연염색 의상 판매부스를 운영 중이었다. 집 가는 길에 들르고 싶었다.


아침에 같은 방 셋이 같이 식사를 하러 로비로 갔다. 사장님 표 오디잼을 바른 빵과 커피, 우유, 그리고 사장님이 키운 당근을 먹고 짐을 챙겨 김유정 문학촌으로 갔다. 책을 다 읽지 못한 채여서 아쉬웠지만 다녀온 후 더 잘 읽힐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짧은 생애, 그중 4년여의 시간 동안 쓴 그의 단편소설이 33편, 에세이가 12편임을 알고 놀랐다. 아픈 중에 돈이 없어 친구에게 돈을 좀 마련해 달라는 편지를 쓴 걸 보고 마음이 아팠다. 건강하게 오래 사셨다면 좋은 작품을 얼마나 더 많이 남기셨을지 안타까웠다. 카페에서 톨스토이를 꿈꾸던 그의 글을 읽으니 마음에 쏙쏙 와서 박혔다.


세미원에 가기 전 연잎밥을 먹을 생각으로 점심을 거른 채 태권도장 박람회로 다시 갔다. 2시에 시범단 공연이 있기도 했고,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아이들 지도 방법을 배우기 위함이었다. 관장님이 부스에 계셔서 인사드리고, 공연장에 미리 가서 기다렸다. 전날보다 짧았지만 강렬한 무대였다. 얼마나 많이 연습하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젊은이들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관장님의 사범님이기도 한 지도자 분께 학교에서 적용할 태권도 지도 방법을 제대로 배웠다. 무료 강의를 너무나 성심성의껏 해 주셔서 감사했다. 아이들을 지도할 때는 이론적으로 할 게 아니라 직접 따라 하게 하면서 몸과 머리로 함께 체득하게 해야 하며, 레고 조립하듯 처음에는 신체 각 부위의 이름을 알려주고, 기초 서기, 지르기, 막기, 발차기와 방법을 익히게 한 후 한 동작씩 묶어 마지막에 태극 1장을 완성하는 단계별 지도법이었다. 그동안 주먹구구로 했던 나의 태권도 수업을 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


너무나 열정적인 수업이 길어지면서 배가 아우성을 쳤다. 연잎밥은 다음에 먹기로 하고 춘천 왔으니 막국수를 먹으러 갔다. 집까지 두 시간 반이나 걸려 세미원을 포기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잊지 못할 추억의 한 페이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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